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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모론만 유발한 통계청장 교체 논란

성급한 청장 교체로 신뢰성 하락…현 정부에 또 다른 부담 될 수도

권상집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9.03(Mon) 08:00:00 | 150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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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내 경제에서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용어만큼 격렬한 토론과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키워드는 없다. 세계 주요 3대 경제학술지에 언급된 적 없는 용어라거나, 분배 정책이 돼야 할 소득주도라는 개념이 성장 정책으로 치환되는 건 대단히 부적절하다는 경제학자들의 비판 역시 끊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하성 정책실장을 중심으로 ‘사람 중심 경제정책’의 핵심인 소득주도 성장 방향을 정부가 폐기하려는 의지는 별로 보이지 않는다. 시행 1년밖에 안 된 소득주도 성장을 장기적 시각에서 국내 경제 패러다임 전환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청와대는 강조한다.

 

여기에 찬물을 끼얹은 건 아이러니하게 현 정부의 통계청이 되고 말았으니 청와대의 불쾌함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고용지표는 10년 만에 대한민국이 최악의 고용 상황에 놓여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가계동향 조사에서도 소득분배가 크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나자, 문재인 정부가 외교는 A+인데 경제는 포기한 것 아니냐는 비난과 비판이 주요 언론과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제기됐다. 때마침 가계동향 조사의 표본 오류 논란이 한 차례 일었고, 통계청의 통계지표 분석 실력이 매우 미흡하다는 얘기까지 뒤섞여 돌기 시작했다. 

 

결국 황수경 청장이 교체됐다.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은 “통계청장을 경질한 것은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는 자료를 발표한 통계청에 대한 청와대의 압력”이라고 비판했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필두로 청와대는 “통계청의 독립성에 개입하거나 간섭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임식에서 황수경 전 청장은 줄곧 눈물을 흘리며 “제가 말을 잘 들었던 편은 아니었다”고 밝히면서 간접적으로 정부의 교체 시그널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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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주도 성장에 찬물 끼얹은 통계청 

 

사실 문제는 가계동향 조사에서 새로운 표본을 수립했고, 그 중 저소득층 표본을 가장 많이 포함한 통계청의 지표 설계 역량에 있었다. 시계열 분석을 위해 기본 전제가 돼야 할 표본의 동일 여부 검증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지표가 이렇다 보니 소득주도 성장의 효과를 가계동향 조사는 정확히 보여주지 못했다. 청와대는 여기서 중대한 실수를 범하고 말았다. 통계지표 작성에 대한 오류를 검토하는 선에서 통계청장을 교체해 버린 것이다. 교체 사유가 ‘부정확한 통계 분석’에서 ‘정권 코드 통계 설정’으로 프레임이 바뀌는 악수(惡手)를 둔 셈이다.

 

뒤이어 임명된 강신욱 청장이 소득 불평등 전문가라는 점에서 통계청장의 이번 교체 논란은 현 정부조차도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코드 인사를 통해 통계지표 등을 왜곡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한층 더 강화시키고 말았다. 강 신임 청장은 최저임금과 소득주도 성장에 관해 전문성을 갖고 있고, 최저임금 효과를 확인할 수 있는 통계지표 구축이 필요하다고 평소 주장해 왔다. 통계청이 소득주도 성장을 위해 청와대 정책실의 예속 기관이 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하다. ‘인사는 만사(萬事)’라고 강조한 문재인 정부답지 못한 성급한 무리수 교체였다.

 

지난 10년간 우리는 인사가 엉망으로 끝나면 정부의 신뢰가 하락하고 국민들과 언론의 질타가 쏟아진다는 점을 경험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나쁜 사람’이라고 쏘아붙여 자리를 박탈한 우수 인재들을 문재인 정부는 관심을 갖고 다시 등용했고, 국민들은 문재인 정부의 초기 인사에 대해 ‘감동 인사’라고 화답하며 뜨거운 지지를 보냈다. 정권의 입맛보다 국민들을 위해 헌신하라는 문재인 대통령이었기에 ‘나쁜 통계가 결국 통계청장을 교체할 것’이라는 음모론을 국민들은 믿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러나 결국 음모론은 일정 부분 사실로 드러났다.

 

작년에 청와대가 황수경 청장을 임명할 때 ‘개혁 성향의 경제학자’라고 호평한 사실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장하성 정책실장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고용 통계의 악화’를 적극적으로 해명한 후 황 청장은 전격 경질됐다. 강신욱 청장은 정부대전청사에서 진행된 17대 통계청장 취임식에서 ‘객관적이고 정확한 통계’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세상에 객관적이고 정확한 통계지표는 없다. 청장 교체로 인해 통계의 공정성과 중립성은 완전히 무너졌다고 통계청 노조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무리수 인사는 반발이라는 역효과만 초래할 뿐이다. 

 

 

음모론으로 시작해 음모론으로 끝난 인사 

 

완벽한 통계는 없지만 중장기적 흐름으로 볼 때 통계는 어떤 지표든 놀랍게도 동일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 사실이다. 일관성을 갖고 정책을 추진하며 순간순간 직면한 어려움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소통했다면 지금과 같은 논란은 없었을 것이다. 성급한 청장 교체는 통계청 노조의 내부 불만과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고, 이를 보는 국민들은 앞으로 그 어떤 지표가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였다고 발표되더라도 곧이곧대로 믿지 않게 됐다. 

 

평소 청와대는 소득주도 성장을 단기적 시각에서 보지 말고 장기적 시각으로 함께 검토해 줄 것을 호소했다. 맞는 말이다. 국가경제의 패러다임이 지난 10년간 대기업 중심과 낙수효과에 치우쳐 있었기에 하루아침에 소득주도 성장의 효과가 눈에 띄게 드러난다면 수많은 경제학자, 경영학자들이 고민을 거듭하며 연구할 이유가 없다. 경제는 수많은 변수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나는 현상이기에 단기 효과를 기대해서도 곤란하다. 조셉 스티글리츠 같은 경제석학조차 소득 재분배와 혁신, 공정경제 등은 장기적 시각에서 풀어야 할 과제라고 강조한다. 

 

통계청장의 교체는 임기 내에 빈부격차 해소와 정의로운 경제를 정립하려는 청와대의 단기 과욕이 빚어낸 실책에 가깝다. 문재인 정부는 기존 정부의 적폐를 제거하기 위해 유독 정의, 공정을 내세웠다. 그러나 통계에 대해서도 적폐몰이를 하면 앞으로 통계지표를 분석·작성해야 할 실무자들과 통계청장은 진실을 말하기 어렵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한 명언이 있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거짓말쟁이들은 숫자를 이용할 궁리를 한다.” 이번 통계청장 경질이 자칫 정부의 입맛에 맞는 수많은 숫자를 궁리할 거짓말쟁이들만 만들까 두렵다. 통계에 대한 불신은 결국 통계청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훼손하고 현 정부에 대한 또 다른 음모론만 확대시킬 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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