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 보도하자 사라진 ‘유흥탐정’, 또 생길 수 있다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8.09.07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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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단독 보도한 뒤 경찰 수사 착수…“사이트 구성 파일만 있으면 또 만들 수 있어”

 

시사저널이 인터넷 사이트 ‘유흥탐정’에 대해 단독 보도하자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국내 언론도 그 불법성에 대한 후속보도를 이어갔다. 

 

9월7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유흥탐정은 8월28일 입건돼 정식 수사선상에 올랐다. 이날은 시사저널이 유흥탐정에 대해 최초 보도한 날이다. 경찰청 사이버수사과 관계자는 “(시사저널) 보도 이전엔 유흥탐정에 대해 알지 못했다”고 했다. 

 

경찰은 유흥탐정이 불법으로 얻은 개인정보를 활용해 부당한 이득을 취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해당 사이트는 개인정보보호법과 정보통신망법상 위법 소지가 있다고 한다. 

 

 

유흥탐정 사이트 메인화면 캡처. ⓒ 해당 사이트


 

본지 단독 보도한 ‘유흥탐정’, 수사대상 올라

 

유흥탐정은 특정인의 유흥업소 출입 기록을 알아봐준다고 해서 논란이 됐다. 의뢰인이 누군가의 휴대폰 번호를 사이트에 올리고 돈을 보내면, 그 번호로 예약된 내역을 조회해주는 방식이다. 첫 번째 조회는 1만원, 두 번째부턴 3만원이다. 

 

기자가 유흥탐정의 존재를 처음 인지한 건 8월24일 금요일이다. 즉 사이트는 그 전에 개설됐다고 볼 수 있다. 직접 접속했지만 사이트상의 그 어떤 글도 볼 수 없었다. 철저히 회원제로 운영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8월27일 직접 회원가입을 하고 살펴봤다. “여성분들만 가입할 수 있다”고 적혀 있었지만, 남자인 기자가 회원가입을 하는 데는 전혀 막힘이 없었다. 당시 사이트엔 “의뢰인이 여자인지 확인하기 위해 전화를 걸 수 있다”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와도 받아달라”는 안내문이 올라와 있었다. 8월26일 등록된 의뢰건수는 총 116건이었다. 

 

 

3월28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지방경찰청에서 사이버수사대 김보규 경감이 불법(음란·성매매) 사이트 운영자와 제작업자 등 15명을 검거하고 관련 내용을 브리핑하고 있다. ⓒ 연합뉴스


 

업계에선 이미 알려진 사이트… “DB 수천만원에 거래돼”

 

기사가 나간 뒤엔 신규 회원가입을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의뢰건수는 오히려 늘었다. 8월30일엔 162건이 접수됐다. 지금은 사이트 자체가 폐쇄된 상태다. 

 

유흥업계 종사자 등을 취재한 결과, 업계에선 이미 유흥탐정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고 한다. 익명의 업계 관계자는 8월24일 기자에게 “상상을 초월하는 방법으로 돈을 버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업소마다 갖고 있는 전화번호 데이터베이스를 수천만원에 거래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단 유흥탐정의 정확도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됐다. 업계 관계자는 “전국의 모든 전화번호를 사들이지 않는 이상 정확도는 50%에 불과할 것”이라고 추측했다. 또 조회 가능 업소는 온라인 광고를 통해 전화 예약을 받는 곳이다. 룸살롱이나 노래방은 여기에서 제외된다. 

 

 

9월7일 네이버에서 '유흥탐정'으로 검색한 뉴스들. ⓒ 연합뉴스




후속보도 이어져… 사이트 근절은 ‘불가능’

 

시사저널 보도 이후 유흥탐정에 대한 기사가 쏟아졌다. 조선일보는 유흥탐정에 조회를 의뢰한 뒤 “유흥업소 기록이 부풀려져 있다”고 9월5일 보도했다. 다음날 한국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 한국경제, MBC 등도 관련 기사를 올렸다. 네이버에서 최근 1주일 동안​ '유흥탐정'이란 키워드로 검색되는 기사는 총 65건이었다. 

 

한 독자는 8월29일 기자에게 메일로 “유흥탐정에 별다른 조취가 취해지지 않는다면 모방 사이트들이 우후죽순 생겨날까 우려된다”는 말도 했다. 이와 관련해 경찰 관계자는 “사이트를 구성하는 파일만 갖고 있다면 서버가 어디에 있든 똑같은 사이트를 다시 만드는 건 가능하다”며 “그때마다 매번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유흥업소 출입기록 조회 사이트를 완전히 뿌리 뽑는 건 불가능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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