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오 “특별수사단 ‘댓글 지시’ 주장은 모두 거짓”
  • 유지만·조해수 기자 (redpill@sisajournal.com)
  • 승인 2018.10.11 18:14
  • 호수 151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현오 전 경찰청장의 항변 “떳떳하게 경찰 신분 밝히고 대응하라 했다”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결국 구속됐다. 조 전 청장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맡은 명재권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0월5일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전직 경찰 수장이 검찰이 아닌 경찰의 수사로 인해 구속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댓글공작을 지시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를 받고 있는 조 전 청장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조직적으로 대응하도록 지시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지시한 적도, 보고받은 적도 없다”는 입장이다.

시사저널은 조 전 청장 구속영장에 첨부된 범죄일람표에 있는 댓글 목록 전부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조 전 청장의 혐의에 얼마나 무게가 실리는지에 대해서도 살펴봤다.  

 

ⓒ 시사저널 최준필

 

“경찰 직무 범위 안에서 활동”

조 전 청장과 관련된 경찰 댓글 사건의 쟁점은 조 전 청장의 지시 여부와 조직적인 움직임이 있었느냐에 있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청 특수수사단은 조 전 청장의 지시 아래 만들어진 사이버여론대응팀을 ‘스폴팀’(SPOL·Seoul Police Opinion Leader)이라 명명하고 조직적으로 움직인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조 전 청장 측은 댓글 수와 작성자들의 면면을 봤을 때 조직적이지 않았으며, 조 전 청장의 지시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실제 시사저널이 조 전 청장의 구속영장에 첨부된 댓글 목록(범죄일람표) 전체를 분석한 결과 특정 조직이나 개인이 댓글을 전담해서 단 정황까지는 드러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조 전 청장의 지시 여부는 재판에서 첨예한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 전 청장은 시사저널을 통해 “3월 특수수사단이 꾸려질 때부터 ‘조현오가 타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며 자신에 대한 ‘표적수사’가 이뤄지고 있으며, 결코 불법적인 지시는 없었다는 주장을 펼쳤다.

조 전 청장은 특수단 조사 과정에서 일관되게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다. 첫 번째 경찰 소환 조사에서는 공개적으로 지시한 내용이 어떻게 여론 조작 지시냐고 반문했다. 조 전 청장은 당시 “10만 경찰을 상대로 해서 공식 석상에서 공개적으로 지시하고 전파한 사항이다. 그게 어떻게 공작이라고 할 수 있는지 나는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 나는 정치에 관여하라고 결코 지시한 적이 없다. 내가 정치에 관여하라고 지시를 했다면 어떠한 처벌도 달게 받겠다”고 주장했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조 전 청장 변호인 의견서에는 “피의자의 경찰청장 재임 기간 동안 본 사건 관련 공문 및 지시·훈시 내용은 ‘경찰이 허위사실로 비난받는 경우 적극 대응하라’는 것이고, 이는 경찰의 직무 범위에 속하는 행위”라고 적혀 있다. 조 전 청장 측 변호인은 또 “관련 지시의 근본이 되는 2011년 2월 수사국 공문에는 신분을 밝히면서 대응하는 것으로 명시돼 있다”고 주장했다.  

 


“하루 8건 댓글로 여론조작 불가능”

조 전 청장 측은 또 댓글의 규모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조 전 청장은 두 번째 경찰 조사에서 “하루에 댓글 8.2건, 트윗 14건이다. 이것 가지고 어떻게 여론조작이 가능하겠는가. 일부 일탈한 글을 언론에 흘려서 여론을 호도하려고 들지 말고 모든 댓글과 트윗을 전부 공개해 달라. 죄도 없는 이 무고한 사람을 직권 남용했다는 식으로 여론몰이 하는 이 자체가 공작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특수단이 파악한 조 전 청장 시절 불법 댓글의 숫자는 1만2429건이다. 이를 기간으로 나누면 한 달에 약 443건이며, 하루 평균 약 14건의 댓글을 작성한 셈이다. 실제 시사저널 분석 결과 조 전 청장의 경찰청장 재임 기간(2010년 9월~2012년 4월) 동안 가장 많이 댓글을 단 A경찰관의 댓글 수는 828건으로 한 달 평균 약 41건, 하루 약 1.4건 정도의 댓글을 작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2위를 기록한 B경찰관은 779건으로, 하루에 약 1.3건으로 파악됐다.

조 전 청장은 현재 경찰의 수사 방향을 자신을 잡아넣기 위한 ‘표적수사’로 보고 있다. 조 전 청장 측 인사는 “경찰의 댓글 문제는 기무사나 국정원의 불법 댓글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 조 전 청장이 이명박(MB) 전 대통령 측 인사라는 점 때문에 시작된 ‘표적수사’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에 대해서도 “조 전 청장은 현재 떳떳하게 행동하고 있어 도주의 우려가 없다. 게다가 8년여 전 사건이라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음에도 법원이 무리하게 구속영장을 발부했다”고 지적했다.



※‘조현오 댓글조작’ 연관기사


[단독] 조현오 전 경찰청장, 댓글 통해 공권력 사유화


“경찰의 댓글조작,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일”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