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인공위성의 눈' 뜬다
  • 박일흥(이화여대 물리학과 교수) ()
  • 승인 2007.02.12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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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 대기현상 관측할 우주망원경, 스푸크니크 1호 발사 50주년 우주선에 탑재

 
우리나라 과학자들이 만든 차세대 우주 망원경이 인공위성의 눈이 되어 올가을부터 지구 구석구석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이화여대 MEMS 우주 망원경 연구단이 제작하고 있는 차세대 반사 망원경이 러시아의 스푸트니크 1호 발사 50주년을 기념해 쏘아 올리는 우주선에 실리게 된 것이다.
1957년 10월4일 러시아는 인류 최초로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쏘아 올렸고, 이를 계기로 인류는 우주로 진출할 수 있게 되었다. 현재 각국의 수많은 인공위성과 우주선이 미지의 우주를 개척하기 위해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러시아는 이러한 우주로의 첫걸음을 기념하기 위해, 발사 50주년이 되는 올 11월에 스푸트니크 1호와 유사한 규모의 100kg급 소형 인공위성(SSC)을 발사하기로 했다. SSC는 이번 임무를 통해 새로운 과학적 관측 결과와 새로운 기술에 대한 검증 및 젊은 과학자, 기술자, 학생들을 우주 기반 기술과 관련한 전문인으로 양성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9월 이화여대 MEMS(초미세 전기 기계 시스템) 우주 망원경 연구단은 러시아 SSC의 탑재체로 ‘극한 대기 현상 관측 우주 망원경’을 제안했고, 그 결과 지난 12월 한국의 망원경이 주 탑재체로 선정되었다. 러시아와 이화여대 우주 망원경 연구단은 이번 임무가 차세대 우주 망원경인 MEMS 추적 망원경의 첫 시험 무대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의 탑재체는 올 11월 프로그레스-27 우주선에 실려 우주로 발사되며, 고도 4백30km에 머무르면서 적어도 1년 이상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반도체 이용한 차세대 반사 망원경의 시작품


소형 인공위성에 탑재될 한국의 실험 기기는 TLEs라는 극한 대기 현상을 관측할 MEMS 우주 망원경이다. TLEs(Transient Luminous Events)는 주로 성층권 이상의 고층 대기에서 발생하는 초대형 방전 현상으로 매우 짧은 지속 시간과 다양한 형태를 가지고 있으며, 최근 들어 지구의 전기적 모델 중 하나로 주목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다음 다섯 가지 정도로 크게 나뉜다.
먼저 다른 TLEs 현상보다 자주 발생되는 것으로 알려진 ‘스프라이트스(Sprites)’는 셰익스피어의 희곡 <템페스트>의 개구쟁이 요정 ‘아리엘(Ariel)’에서 이름을 딴 것으로 주로 붉은빛을 낸다. 이 현상은 여러 가지 모양과 크기를 가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가장 윗부분에서는 커다란 구 형태의 ‘스프라이트 할로(Sprite halo)’가 함께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그 다음으로 잘 관측되는 ‘블루 제트(Blue jet)’가 있는데, 이는 매우 폭이 좁은 원뿔 형태의 푸른빛을 내는 현상이다. 또한 스프라이트스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모양 및 크기를 가지고 있는 ‘자이언틱 제트(Gigantic jet)’는 2003년 타이완의 한 그룹에서 당근과 나무 모양의 자이언틱 제트를 관측해 이 현상이 육지보다는 대양에서 주로 발생한다는 사실을 밝혀낸 바 있다. 마지막으로 ‘엘브스(Elves)’라는 현상이 있는데, 이는 전리층에서 얇은 둥근 판의 형태로 4백km 정도까지 퍼지며, 가운데가 뚫려 있어 처음 이 현상을 관측했을 때 사람들은 커다란 도넛이 하늘에 나타났다고 말하기도 했다.
TLEs의 원인과 생성 과정에 대한 이론적 모델들은 이미 제시되어 있으며, 이를 구명하기 위한 시도는 지상 관측소 및 대형 풍선을 띄워 관측하는 실험들을 통해 주로 이루어지고 있다. 너무나 짧은 지속 시간과 다양한 형태를 가지는 TLEs의 특성상 초기 생성 단계의 모습을 관측하기란 쉽지 않아서, 아직까지는 이론적 모델을 검증할 만한 확실한 관측 결과가 부족했었다. SSC의 탑재체로 제안된 이화여대 MEMS 우주 망원경 연구단의 ‘극한 대기 현상 관측 MEMS 우주 망원경’은 이러한 TLEs 현상의 원인과 과정을 구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우주 망원경은 MEMS 기술로 만든 실리콘 마이크로 거울들을 이용해 빛을 추적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반도체 기술을 채용한 차세대 반사 망원경이다. 이는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 아르키메데스가 해안에 수십 개의 청동 거울을 설치하고 병사들이 조종해 태양빛을 반사시켜 적국 로마의 범선에 초점을 모아 불태웠다는 사건에서 착안한 것으로, 청동 거울과 군인 대신에 마이크로 거울과 전자 칩을 사용해 빛을 추적하게 된다.

한국 우주 과학 기술의 우수성 알려


 
실리콘 마이크로 거울들의 배열로 이루어진 겹반사경은 사용 목적에 따라 수만에서 수백만의 마이크로 거울 셀로 구성되나, 셀 하나마다 각각 능동적·독립적으로 작동한다. 산업화가 쉽게 이루어질 수 있는 실리콘 기술의 규격화를 통해 겹반사경이 규격화된다면, 우주 과학 등의 고비용을 요구하는 연구에 저렴하게 이용될 수 있으며, 차세대 우주 망원경, 차세대 감시 카메라 등 많은 분야에서 응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난이도가 높아 보이는, 빛과 같은 속도의 물체를 우주에서 관측하기 위해서는 마이크로 거울들이 1°당 1마이크로 초까지 움직여야 한다. 이러한 물체를 추적하기 위해 가로·세로 3백μm의 마이크로 거울 수십 개를 전자 칩과 컴퓨터를 통해 일일이 다양한 각도로 제어할 수 있도록 다각 변환 마이크로 거울을 개발해야 한다. 이들로 구성된 겹반사경의 개발을 발판으로 삼아 초고속·고감도·초대형 망원경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재 MEMS 우주 망원경 연구단이 보유하고 있는 마이크로 거울들은 8° 정도로 1°당 10마이크로 초의 속도로 움직일 수 있다.
연구단은 앞으로 이같은 기술 개발을 통해 2009년에는 손바닥만한 반도체 반사경을 탑재한 우주 망원경을 발사할 계획이며, 2011년 마이크로 거울 100만 개로 이루어진 크기 1m 이상의 거대한 겹눈과 같은 우주 망원경을 위성에 띄워 우주 빅뱅 이후 가장 초기적인 모습을 관측할 예정이다.
이번 실험은 한국 우주 과학자들이 제안한 새로운 아이디어인 반도체 우주 망원경이 세계 최고 우주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러시아 우주국의 프로젝트에서 최초로 채택되었다는 사실과 나아가 첫 인공위성 발사 50주년을 기념하는 사업에 주도적 역할을 담당하도록 초대되었다는 사실에 의의가 크다.
이는 한국 우주 과학 기술의 발전 가능성을 보여줌과 동시에, 앞으로 이와 같은 세계 우주과학 및 기술 프로젝트에 주도적 참여를 통해, 한국이 우주 기술 강국으로 도약하는 데 밑거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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