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하는 경찰관은 불이익 줘라”
  • 정락인 (freedom@sisapress.com)
  • 승인 2011.01.17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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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영 전 경찰청장 인터뷰 / “원칙 지켜 신상필벌 확실하게 해 인사 공정성 확보해야”

 

ⓒ시사저널 박은숙

이무영 전 경찰청장(67)은 경찰관들이 가장 존경하는 ‘청장’이다. 최근 강희락 전 경찰청장 등 전·현직 경찰 수뇌부들의 비리가 터지자 일선 경찰관들은 지휘부에 대한 배신감으로 팽배해 있다. ‘경찰 개혁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이 전 청장을 1월11일 오후 경기도 분당 자택 근처에서 만났다.

전·현직 경찰 수뇌부가 비리 혐의로 줄줄이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데, 소감이 어떤가?

너무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이다. 잠을 못 이룰 정도이다. 특히 현장맨들(일선 경찰관)이 느낄 참담함을 생각하면 정말 가슴이 아프다. 경찰이 국민에게 신뢰를 받아야, 국민이 경찰을 사랑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경찰은 인사철마다 잡음이 많다. 금품 수수, 줄 대기 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왜 그런가?

내가 청장이 되기 전에는 ‘경무관’을 ‘돈무관’이라고 불렀다. 언론에서 이를 지적하기도 했다. 경찰 인사 때가 되면 청탁이 오간 것도 사실이다. 이런 문제를 없애려면 ‘신상필벌’을 확실하게 지키면 된다. 그게 안 되니까 돈을 주거나, 외부의 힘을 빌려 승진하려고 하는 것이다.

‘인사 비리’를 없애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인사의 공정성을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 내가 청장에 취임한 후 대통령과 독대하는 자리가 있었다. 그때 ‘인사의 외풍을 막아달라’고 부탁했고, ‘그렇게 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그 후 대통령의 복심이라는 분들에게 전화를 받았는데 ‘앞으로 경찰 인사는 누구의 말도 듣지 말고, 소신껏 하라’라는 말을 들었다. 유력자들에게 (인사 청탁과 관련한) 전화가 왔지만 모두 거부했다. 외부에서 로비하는 경찰관들에게는 불이익을 주었다. 일 잘하는 사람은 승진시키고, 일 못하는 사람은 승진을 시키지 않았다. 이런 원칙을 끝까지 지켰다.

그런데도 최근까지 인사 비리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새로 부임한 청장은 전임자가 한 것을 없애려는 경향이 있다. 좋은 것은 지키고, 개선할 것은 개선하면 된다. 그런데도 전임자가 이루어놓은 것을 무조건 바꾸려는 것은 경찰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조직의 수장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 목에 칼이 들어와도 그것을 지킬 수 있는 소신과 철학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경찰을 지킬 수가 있다. 지금은 누구에게 뇌물을 받고, 청탁을 받고, 금전을 받아서 되는 시대가 아니다. 스스로가 청교도적인 생각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조직에 누를 끼칠 것이면 빨리 옷 벗고 나가서 장사를 하는 편이 낫다.

자신의 입신양명을 위해 인사 청탁을 보험으로 생각하는 ‘정치 청장’들이 문제 아닌가?

(한참 생각한 끝에) ‘노코멘트’하겠다.

현 조현오 청장 체제를 어떻게 보는가?

얼마 전 단행한 인사를 보니 미리 (고과 순위를) 인터넷망에 공개했다. 이것은 외풍을 막고 공정하게 인사하겠다는 조청장의 노력으로 보인다. 하지만 ‘성과주의’는 대기업 세일즈맨이나 하는 것이다. 경찰은 사법 기관이다. 국민이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도움을 요청하면 도와주는 곳이다. 경찰이 세일즈맨처럼 하면 채수창(전 강북경찰서장)이나 양천경찰서 고문 같은 사건이 나온다. 감찰 기능을 확대하기보다 조직원들이 신바람 나게 일할 수 있는 토대를 우선 마련해야 한다. 이런 것이 국민에게 봉사하고 친절한 경찰로 가는 이정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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