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퍼컴퍼니’를 뒤져라
  • 김진령 기자 (jy@sisapress.com)
  • 승인 2013.05.29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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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단독 보도 후 CJ의 조세 회피 지역 법인 추가 확인

검찰의 CJ그룹 해외 비자금 수사가 확대되고 있다. CJ 비자금과 관련해 조세 회피 지역(Tax Heaven)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가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시사저널>은 지난 4월16일자에서 CJ가 대표적인 조세 피난 지역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WPWL, 엔보이미디어파트너(EMP)라는 페이퍼컴퍼니를 두고 있다고 단독 보도했다.

당시 취재 과정에서 CJ가 유럽, 홍콩, 싱가포르에 해외 법인을 두고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그런데 이 법인이 조세특례법을 활용해 세워진 법인인지 불확실해 명백한 조세 회피 지역을 빼고는 공개하지 않았다.

CJ 쪽에선 <시사저널> 보도 이후 타 매체에서 WPWL과 EMP에 대한 보도가 이어지자 “(CJ가) 인수한 기업에 딸려온 회사”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인수 이후 최소 2~3년이 지났음에도 그동안 어떻게 활용했는지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해명이 없었다.

이번 해외 비자금 은닉 의혹 수사에서 집중적으로 거론되고 있는 곳은 주로 홍콩, 싱가포르 등에 세워진 CJ 계열사들이다. 홍콩, 싱가포르, 네덜란드, 아일랜드도 사실상 조세 회피 지역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홍콩 현지 법인’을 기준으로 CJ 계열사를 분류할 때 특히 눈에 띄는 회사는 CJ차이나·CJ글로벌홀딩스·CGI홀딩스·CMI홀딩스· UVD엔터프라이즈 등 5개다. 이 회사들은 모두 홍콩 완차이 지역의 같은 주소지에 등록돼 있다. 전형적인 페이퍼컴퍼니의 행태다. CJ글로벌홀딩스는 동남아시아에 설립된 식품 관련 회사의 모회사 노릇을 하고, CGI홀딩스와 CMI홀딩스는 중국과 동남아 지역 미디어 콘텐츠 관련 회사의 모회사 역할을 하고 있다.

CJ그룹의 3대 축은 식품, 미디어 콘텐츠 그리고 물류다. 때문에 물류 부문도 해외 진출을 활발히 했다. CJ는 대한통운 인수로 딸려온 WPWL과 별도로 조세 회피 지역에 기반을 둔 해외 자회사를 여럿 세웠다. CJ GLS는 싱가포르에 지분 100%를 투자해 CJ GLS 아시아(CJ GLS Asia Pte. Ltd)를 세웠다. 이 회사는 다시 중국 상하이와 필리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에 100%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를 뒀다. 또 다른 조세 회피 지역인 네덜란드 로테르담에는 CJ GLS 유럽을 세웠다.

CJ는 페이퍼컴퍼니 EMP가 베트남의 극장 체인 메가스타를 인수할 때 딸려온 회사라고 밝혔다. ⓒ 뉴시스
 

검찰, 모리셔스 법인 주시

이번 취재 과정에서 CJ가 계열사인 CJ오쇼핑을 통해 인도양의 섬나라로 대표적인 조세 회피 지역 모리셔스에 스타 CJ홈쇼핑이라는 회사를 세웠음도 확인됐다. CJ는 이 회사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다.

CJ가 동남아에 세운 해외 법인은 주로 해외 사업장이 밀집된 곳이라 사업적인 관련성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카리브 해나 모리셔스에 세운 법인은 CJ 계열사의 사업 영역과 특별한 연관성이 없다는 점에서 의문이 남는다.

조세 회피 지역에 회사를 세운다고 해서 법을 어긴 것은 아니다. 문제는 기업이 이런 자회사를 전 세계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을 분식하고 감추는 데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조세 회피 지역에 세워진 자회사와 모회사 간에 수출입 거래 가격을 조작해 이익을 세금이 적은 지역에 쌓아두는 것은 고전적인 비자금 조성 수법이다.

CJ가 조세 회피 지역에 회사를 세워 어떤 일을 했는지는 조세 당국이 조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조세 회피 지역에 둔 회사에서 돈이 어디로 흘러나갔는지는 사법 당국이 수사를 벌여도 거래 상대가 잘 드러나지 않아 제대로 확인된 경우는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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