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모나’ 경남제약 대주주 구속됐다
  • 이석 기자 (ls@sisapress.com)
  • 승인 2015.01.15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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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철 전 회장, 주가 부양 목적으로 허위 매출 공시 혐의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은 2014년 4월 자본 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경남제약에 대해 공소를 제기했다. 2008년 4분기 재무제표를 작성하면서 5개 업체에 대한 매출 49억원을 허위로 꾸며 사업보고서에 기재한 혐의를 받았다. 경남제약 주가는 3거래일 만에 14%나 하락했다.

관련법에 따르면 사업보고서를 거짓 기재 또는 표시하거나 중요 사항을 기재 또는 표시하지 않을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1심 재판부는 1억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경남제약은 “5개 업체에 대한 허위 매출은 이미 매출 채권 회수와 대손충당금 설정 등으로 전액 정리됐다”며 항소를 제기했다. 2심에서 벌금액이 1억원에서 5000만원으로 감형됐다. 

2014년 6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국제의약품박람회에서 중국 관람객들이 레모나 제품을 보고 있다. 작은 사진은 구속된 이희철 전 경남제약 회장. ⓒ 경남제약 제공
검찰, 경남제약 공소 8개월 만에 오너 구속

당시 검찰은 허위 매출 기재 혐의를 받았던 이희철 전 회장(현 대주주)과 김성호 재무관리총괄에 대해서는 공소를 제기하지 않았다. 법원 역시 최종적으로 경남제약에 대해서만 5000만원의 벌금액을 납부하도록 명령했다.

그런데 검찰의 추가 수사 과정에서 이 전 회장의 또 다른 비리 혐의가 드러났다. 이 전 회장은 2009년 2월 실적 발표를 앞두고 회사 주가를 부양할 목적으로 가공 매출을 만들었다. 이후 적자가 흑자로 전환됐다는 허위 실적을 공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 전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지난해 12월 말 구속됐다.

실제로 경남제약은 2005년 3억7000만원에서 2006년 35억2000만원으로 당기순손실이 확대됐다. 2007년에는 영업 외 비용이 급증하면서 656억6000만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2007년 1만원에 육박하던 주가는 2008년 말 한때 975원으로 10분의 1 토막이 났다. 부인 오수진씨와 함께 경남제약 지분 42.3%를 보유한 이 전 회장의 주식 가치 역시 크게 하락할 수밖에 없었다.

경남제약은 2008년 순이익 9억9000만원을 기록해 흑자로 전환됐다고 2009년 3월 공시했다. 경남제약의 주가는 실적 발표 이후 3000원대를 회복했다. 2010년 초에는 1만원대를 돌파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가공 매출을 만들어 적자를 흑자로 전환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이 전 회장 일가가 허위 실적을 공시하면서 100억원 상당의 손실을 회피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남제약은 최근 중국 수혜주로 주목을 받고 있다. 한류 스타 김수현을 주력 제품인 ‘레모나’의 모델로 발탁한 것이 주효했다. 레모나는 요우커(중국인 관광객)의 ‘싹쓸이’ 구매 품목에 올랐다. 회사 실적 또한 눈에 띄게 좋아졌다. 지난해 3분기 2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3분기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정기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중국 관광객의 비타민 제품 구매 증가로 2014년에는 실적 턴어라운드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경남제약 측 “회사는 할 말 없다”

여세를 몰아 중국 시장 공략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경남제약은 2013년 말 중국 의약품 회사인 메디빅과 판매 계약을 체결하고 중국 비타민 시장에 진출한 상태다. 지난해 6월에는 중국 상하이 엑스포센터에서 개최된 ‘CPhI China 2014 국제의약품박람회’에도 참가했다. 경남제약은 당시 한국 업체로는 유일하게 한국관이 아닌 건강기능식품관에 전시 부스를 설치했다. 경남제약 측은 기자들에게 “레모나는 기미나 주근깨 완화에 효능이 있어 미용에 관심이 많은 중국 여성을 대상으로 큰 시장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경남기업의 대주주이자 2세 경영인인 이 전 회장이 최근 검찰에 구속되면서 모처럼 불어닥친 ‘중국발’ 훈풍이 가라앉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소액주주들의 집단소송 가능성도 있어 주목된다. 이와 관련해 경남제약 측은 “(이 전 회장의) 구속 사실은 우리도 확인한 상태”라면서 “회사 입장에서는 따로 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


태반 의약품 원료로 돈 벌어 경남제약 인수 


이희철 전 경남제약 회장은 국내에 태반 의약품 붐을 일으킨 인물이다. 그는 2004년 태반 의약품 원료 회사인 화성바이오팜을 설립했다. 자본금은 8억원. 때마침 국내에 태반주사 열풍이 불었다. 이 전 회장은 국내 17개 제약회사에 태반 원료를 납품하면서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했다.

매출은 2006년 51억원에서 2007년 106억원으로 급증했다. 이 전 회장은 2007년 레모나로 유명한 경남제약을 녹십자로부터 240억원에 인수했다. 코스닥 상장회사인 테코스를 인수하며 코스닥에도 입성했다. 당시 테코스는 컴퓨터 부품 제조회사였다. 이 전 회장은 기존의 주력 사업은 원래 주인에게 재매각하고 테코스를 의약 제품 판매업체로 바꿨다. 이름도 HS바이오팜으로 변경했다. 2008년 경남제약과 HS바이오팜, 화성바이오팜의 매출 합계는 800억원대로 늘어났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09년 3월 “국내에서 유통되는 태반주사제의 40%는 아무 효과가 없다”는 시험 결과를 발표했다. 어렵게 형성된 태반 의약품 시장도 가라앉았고, 회사 수익도 내리막길을 걸었다.

이 전 회장은 2010년과 2011년에 HS바이오팜과 화성바이오팜을 경남제약에 합병시켰다. 이후 레모나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사세 확장에 나섰다. 신제품 레모비타와 후레쉬비타 등도 출시했다.

하지만 2009년 6월부터 충청북도 제천에 조성 중이던 공장 건설이 2013년 잠정 중단됐다. 회사의 재무 사정도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이 전 회장은 2013년 1월 처남인 오창환씨에게 대표직을 물려주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후 경남제약 실적이 호전되고 있지만 주가는 바닥이다. 최근 3년간 경남제약의 주가는 50% 가까이 빠졌다. 2014년 4월에는 경남제약이 M&A(인수·합병)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는 보도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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