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장묵의 테크로깅]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사이버섹스
  • 강장묵 고려대 컴퓨터학과 교수 (JM 코드 그룹 대표)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6.17 14:58
  • 호수 1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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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 미래, 외로움을 달래줄 인공지능부터 섹스산업까지

과학이 발달하면 인간의 외로움도 사라질까? 밤잠 못 이루는 외로운 청춘 남녀들은 2030년에도 존재할까? 다음과 같은 가상의 이야기를 통해 외로움을 달래줄 인공지능부터 미래의 섹스산업까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사이버섹스는 어떤 산업으로 발달할까?

 

중년 가장 K는 최근 부쩍 외롭다. 30대에는 부지런히 일하며 세상의 트렌드를 쫓아 열심히 살았지만, 막상 40대가 되자 ‘부쩍 외롭다’고 느낀다. 중년의 이런 외로움은 회사에서 리더로 발돋움하면서 고독한 의사결정을 해야 할 때, 예전 같지 않은 체력 저하를 느낄 때, 호르몬의 변화인지 부쩍 눈물이 많아질 때, 순간 나이 들어간다는 처연한 느낌에까지 빠져들곤 한다. 일상의 업무와 집안일로 바쁠 땐 그럭저럭 견딜 만했다. 하지만 홀연히 비 내리는 바깥 정경을 볼 때 마음이 약해지곤 하는데, 이 외로움을 달래줄 친구가 마땅치 않다. 

 

K는 그럴 때마다, 업무용 비서로 구매한 인공지능 ‘그녀(her)’를 부르곤 한다. ‘그녀’는 회사 업무에 특화된 인공지능이지만, 최근 회사에서는 중역들의 마음의 고초를 달래줄 수 있도록 부가기능을 추가로 구매했다. 바로 외로울 때, 어린아이처럼 투정 부리고 이야기를 나누어도 이에 응대하는 서비스이다. 15년 전에 유행했던 페이스북·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지만, 예전 같지 않다. 불특정 다수 또는 먼 거리의 친구들에게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오픈하거나, ‘잘 먹고 잘산다는 자랑질’에서 오는 허전함을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은 인공지능과 헤드폰셋이나 메신저 창으로 이야기를 나눈다.

 

이번에는 조금 수위를 높여, 2030년의 ‘성과 사랑’에 대해 생각해보자. 미래에도 남녀는 사랑을 할 것이고, 아름다운 성을 공유할 것이다. 그렇다면 미래에는 매춘이나 유사성행위 등 불법 산업이 기승을 부리지는 않을까? 2010년대 인터넷이 음란물과 불법 저작물로 오염됐듯이, 미래에도 사이버매춘과의 전쟁은 계속될 것이다.

 

그렇다면 미래의 형사는 매춘 현장에서 어떻게 증거를 확보할까. 오늘날 매춘을 불법으로 규정한 사회에서는 매춘 현장을 급습해 증거(콘돔, DNA가 묻은 증거물 등)를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인데, 이는 미래에도 해당될까? 정답은 ‘아니다’이다. 미래에는 불법 매춘을 저지른 범죄자의 증가가 콘돔에서 인터넷 연결로 바뀔 것이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외롭던 중년 가장 K는 술을 한잔하고 순간 그답지 못한 호기심을 가져본다. 얼마 전에 메신저로 연락이 온, 은밀한 연결이 궁금해진 것이다. 은밀한 연결은 불법 온라인 도박 사이트처럼 고유 IP가 차단되면 매 순간 새로운 IP로 연결을 요구한다. 이를 수락하면 가상공간이지만 촉감과 소리, 그리고 느낌이 온전한 섹스 파트너가 등장한다. 이들은 대부분 초상권과 저작권을 허락받지 않은 유명 연예인과 역사 속에 등장하는 세기의 미녀를 가상으로 만든 영상이다. 이들과의 연결은 스마트글라스를 끼고 가상으로 즐기는 것에서부터 홀로그램 스타일로 등장하는 체험, 그리고 가장 비싸고 강도가 높은 뇌의 오감 세포와 직접 연결하는 방식이 있다.

 

미래의 형사는 이 불법적인 연결을 사이버매춘으로 규정하고 단속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 다시 말해, 2030년도의 매춘 현장은 급습해서 물질적인 증거를 찾던 과거와 달리, ‘사이버 음란’ 사이트에 접속하고 얼마 동안 어떤 데이터를 주고받으면서 로그인(log-in)을 했는지를 확인하는 컴퓨터 포렌식(computer forensics·컴퓨터 법의학)의 업무로 바뀌었다.  

 

사이버섹스의 개발은 몸이 불편하거나 장애를 가졌거나 사고 등을 당해서 정상적인 섹스가 불가능한 사람 등을 대상으로 하는 ‘의료 행위’로 개발될 수 있다. 왜곡되지 않는 수준에서 환상이 아닌 현실에 더 가까운 사이버섹스룸이 병원 안에 만들어질 수 있다. 이곳은 섹스 중독에 걸린 환자가 정상적이고 건전한 섹스 체험을 할 수 있는 치료의 방이다. 또는 미래의 사회복지시설에서는 장애를 가졌거나 여타 사고 등으로 정상적인 성생활을 영위할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특별히 고안된 홀로그램 섹스 힐링 공간이 마련될 수 있다. 

 

이곳은 섹스를 하지 못해 발생하는 정신적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바람직한 섹스 경험(정신과 전문의, 규범론자, 윤리론자 등에 의해 어느 정도 상식선에서 허용되는 사이버섹스의 강도와 체험)을 공유하도록 돕는다. 따라서 과거 ‘영웅이 미녀를 얻는다’라거나 ‘돈과 섹스는 비례관계에 있다’라는 옛말은 이제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섹스에 있어서 남녀를 떠나 세계 최고의 미남 또는 미녀와 잠자리를 할 수 있는 기회는 민주적으로 평등하게 주어졌다. 

 

반면, 이런 의도의 사이버섹스도 어두운 면을 갖고 있다. 실제보다 더 깔끔하고 뒤탈이 없으면서도 언제 어디서나 가능한 사이버섹스는 가상현실, 홀로그램, 그리고 실제 로봇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점점 더 자극적인 것을 요청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기술은 브레이크 없는 마약처럼 스며들 수 있다. 특히 초상권이 없는 과거 유명한 남성(나폴레옹 등)과 하룻밤을 보내고 싶은 젊은 여성이 있을 수 있고, 현존하는 아이돌 스타(아이돌 스타가 이를 허락하지 않은 경우에는 초상권 등 콘텐츠 사용에 저작권 문제가 발생)와 하룻밤을 보낼 수도 있다. 인간의 선한 의지와 도덕으로 삶의 양태를 책임지기 어려워지는 날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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