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정부, 부실 용역 보고서로 인허가에 힘 보태
  • 송응철·이석 기자 (sec@sisapress.com)
  • 승인 2016.07.12 17:14
  • 호수 1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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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롯데월드 인허가 둘러싼 의혹들 재부상…안규백 더민주 의원실 작성 문건 공개

2015년 10월23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2015년 서울 ADEX 국제항공우주·방위산업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서울공항 활주로 너머로 제2롯데월드가 보인다.


롯데그룹에 대한 대대적인 사정이 이뤄지면서 제2롯데월드 건축 인허가와 관련된 의혹도 수면 위로 재부상하고 있다. 이명박(MB) 정부 시절의 특혜 논란의 결정판으로 통하는 제2롯데월드가 처음 제안된 건 1995년이다. 롯데그룹은 이때부터 서울 송파구 부지에 초고층빌딩을 건설하겠다는 의지를 밝혀왔다. 그러나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정부 등 정권이 세 차례나 바뀌는 동안 허가를 받아내지 못했다. 부지 인근에 전시 전략적 요충지로 꼽히는 서울공항이 있어 비행 안전과 전시 작전성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로 국방부와 공군이 반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MB의 대통령 당선 이후 상황은 급변했다. 2009년 건축 승인이 난 데 이어, 2010년 첫 삽을 떴다. 하지만 제2롯데월드의 인허가와 안전성 등 각종 논란은 여전히 이어졌다. 롯데물산은 그동안 “이미 정부로부터 건축허가를 받았고, 전문가 검증을 마쳤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는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해왔다. 그러나 시사저널이 입수한 ‘제2롯데월드의 건립을 둘러싼 진실과 거짓, 그리고 의혹’(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작성) 문건에는 롯데물산의 주장을 반박하는 내용과 자료들이 자세히 담겨 있다. 

 

 

“용역 맡기며, 객관성 입증된 외국 업체 제외”

 

문건에 따르면, 국방부와 공군은 2008년을 기점으로 지난 십 수년간 지켜오던 입장을 손바닥 뒤집듯 했다. 먼저 제2롯데월드 부지는 국제기준인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와 미연방항공청(FAA) 기준에 따라 각각 6·7비행안전구역에 포함돼 있어 고도제한을 풀 수가 없다는 게 기존의 입장이었으나, MB 정부 들어 이를 바꿨다. 돌연 국내법을 적용, 건축이 가능하다고 한 것이다. 군은 또 앞서 서울공항 두 개 활주로의 연장선과 제2롯데월드 간 거리가 1.16km(동편)와 1.95km(서편)밖에 되지 않아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 특히 동편 활주로의 경우, 최소한의 안전 이격 거리(1.85km)에도 못 미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2009년 들어 동편 활주로의 방향을 3도 조정할 경우 장애물 회피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다고 말을 바꿨다. 제2롯데월드가 조종사들의 심적 부담을 유발해 사고확률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도 철회했다. 대신 항공기와 공항, 제2롯데월드에 안전장비를 부착하면 심리적 안정을 높일 수 있다는 보완책을 내놨다. 

 

당초 군은 제2롯데월드 건설에 대해 강경한 태도로 일관해왔다. 국내 주요 항공기 사고 사례는 물론, ‘전체 비행기 사고의 84%가 이착륙 단계에서 일어난다’는 보잉사의 통계 자료를 인용하면서까지 반대 의사를 밝혔다. 제2롯데월드를 사고 잠재요인으로 규정하며 “이를 사전에 제거해 대형 참사를 예방하는 것이 군의 사명이자 최후의 양심”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2009년부터는 반대로 롯데그룹 측을 옹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FAA 기준에 의하면, 항공기가 제2롯데월드에 충돌할 확률은 1000조 분의 1에 불과해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안규백 의원은 문건을 통해 국방부가 이처럼 입장을 바꾼 배경이 이명박 전 대통령과 무관치 않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공군과 국방부의 말 바꾸기는 2008년 4월 이 전 대통령의 제2롯데월드 허가를 검토하라는 지시 이후 시작됐다는 것이 정설”이라며 “롯데그룹 측과 이 전 대통령의 유착관계에 대한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건에는 정부가 인허가에 힘을 보탠 정황도 나타나 있다. 제2롯데월드의 건축을 승인하면서 롯데그룹의 입맛에 맞춘 용역 결과를 근거로 삼았다는 것이다. 정부는 2009년 3월10일 한국항공운항학회에 단기 용역을 의뢰했고, 불과 10여 일 만에 최종 보고서를 제출받았다. 용역을 수행했던 항공운항학회는 최종 보고서에서 “비행 경력 4000시간 이상인 연구진 2명이 참가해 항공학적 검토를 수행했지만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학회는 실제 상황처럼 신축 예정인 제2롯데월드 부지에 헬기를 띄워놓고 답사 비행까지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총리실에 최종 보고서가 제출된 것은 2009년 3월23일로 조사기간은 13일에 불과했다. 2006년 행정협의조정 당시 외부 용역이 6개월에 걸쳐 진행된 것과는 대조적이다. 안 의원은 보고서에서 “총리실은 당시 용역 업체로 4개의 학회를 검토하면서 이미 객관성이 입증된 외국 학회를 용역비와 기간 문제로 제외시켰다”며 “교육과학기술부에 정식으로 등록되지 않은 학회를 선택한 것은 정부의 입맛에 맞는 용역 결과를 내기 위함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조종사에게 심리적·정신적 압박 줄 수 있어”

 

이처럼 군과 정부의 비호 아래 제2롯데월드 건축 승인이 났지만, 안전성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다. 문건에는 이에 대한 의문이 자세히 나타나 있다. 먼저 활주로의 방향을 3도 변경해도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는 주장이 담겨 있다. 제2롯데월드와의 이격거리가 기존 1.16km에서 1.5km로 340m가량 늘어나는 것에 불과해 여전히 최소 안전 이격거리인 1.8km를 확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안 의원은 과거 공군의 의견서를 인용해 “특히 유사시 많은 항공기의 동시 이륙이 필요할 때나 비정상 상황에서 지체 없이 착륙해야 하는 경우에도 장애요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국방부가 활주로 3도 변경안을 내놓으면서 비정밀(ASR) 착륙 절차를 포기한 것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서울공항은 비정밀 레이더와 정밀(PAR) 레이더를 통해 항공기의 착륙을 유도해왔다. 지상에 있는 관제사는 ASR 레이더를 통해 포착된 항공기 조종사에게 구두로 활주로 방향을 알려준다. 항공기가 활주로 연장선에 도착하면 PAR 레이더를 통해 착륙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관련 장비가 이상을 일으켰거나, 비행기가 비상착륙하는 상황을 고려한 대책이 사실상 사라진 셈이다. 

 

항공기가 제2롯데월드에 충돌할 확률이 1000조 분의 1이라는 국방부 주장에 대한 반론도 있다. 이런 확률은 FAA에서 만든 충돌시뮬레이션 모델인 충돌위험모델(CRM)을 기반으로 나왔는데, 이는 자동항법장치(ILS)가 장착된 민항기에 적용되는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공군에는 ILS 미장착 기종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1000조 분의 1은 공군기에는 적용하기 부적절한 확률인 셈이다. 

 

장비 부착으로 조종사의 심적 부담 문제를 100% 해결할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한 의문도 나왔다. 2006년 항공안전본부의 설문조사 결과, 제2롯데월드가 건설될 경우 군 조종사들의 예상 스트레스가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실제 설문에 응한 조종사들 가운데 73.7%는 시계비행 시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라고 답했다. 계기비행 시 받는 조종사들의 스트레스는 82%로 더 높았다. FAA 자문 결과도 다르지 않았다. 안 의원은 “공군이 2003년 FAA에 자문을 요청한 결과, 초고층건물이 비행경로에 인접해 있을 경우 조종사에게 심리적·정신적 압박을 줄 수 있으며, 기상 여건이 좋지 않을 경우 영향은 더 커질 수 있다는 대답을 내놨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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