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막말 정치’로 이전투구 전락한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 남상훈 세계일보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7.03 09:42
  • 호수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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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성장판’ 닫히고 ‘막말 성장판’만 열렸다”

 

자유한국당 새 지도부를 선출하기 위한 7·3 전당대회가 화합보단 분열로 치달았다. 19대 대선후보였던 홍준표 전 경남지사가 신상진·원유철 의원과 연일 감정싸움을 벌였기 때문이다. 이들은 합동연설회와 TV토론회 등에서 고성에 막말까지 주고받는 난타전을 펼쳤다. 그 중심엔 대표적인 ‘막말 정치인’ 홍 전 지사가 있었다.

 

‘대세론’을 형성한 홍 전 지사는 신상진·원유철 의원을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태도를 보였다. 홍 전 지사는 최근 한 중진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최고위원 후보들 가운데 누가 괜찮으냐. 나하고 일하면 잘 맞을 사람 있으면 말해 줘”라고 조언을 구했다고 한다. 홍 전 지사가 당 대표 당선을 확신하고 자신과 호흡을 맞출 최고위원 선택에 돌입한 모양새였다. 홍 전 지사가 최고위원 구성에 신경을 쓴 이유는 과거 최고위원들의 ‘선상반란’으로 당 대표에서 쫓겨난 ‘트라우마’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홍 전 지사는 2011년 12월 당 대표 시절에 중앙선관위 홈페이지에 대한 ‘디도스 공격’ 파문으로 위기를 맞았으나 마땅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다. 그러자 당시 유승민·남경필·원희룡 최고위원이 잇따라 사퇴하면서 지도부가 와해돼 홍 전 지사는 7개월 만에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최고위원 경선에는 이재만·박맹우·김태흠·류여해·이성헌·이철우·김정희·윤종필 후보가 출마했다. 이성헌·이철우 후보는 대선 당시 홍 전 지사를 적극적으로 도왔다.

 

6월26일 대전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에서 홍준표 후보(사진 왼쪽)가 바른정당 합류를 시도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원유철 후보 발언에 화가 나 행사장을 나가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洪 “애들 데리고 토론 못하겠다” 막말

 

홍 전 지사의 고압적인 자세는 6월27일 밤 열린 첫 TV토론회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는 “원유철·신상진 후보에게 맡기기에는 당이 너무 어려워서 나왔다”며 “원 후보는 경기도지사 경선에서도 컷오프됐고, 대선후보 경선에서도 컷오프됐다. 당내에선 이미 역량이 안 된다는 게 판명이 됐다”고 잘라 말했다. 토론을 마친 뒤에도 홍 전 지사는 “애들을 데리고 (토론을) 못하겠다”고 말했고, 원 의원은 “품격 없다”고 맞섰다.

 

홍 전 지사는 연설 도중 퇴장하는 ‘돌출 행동’도 보였다. 6월26일 대전권 합동연설회에서 홍 전 지사의 ‘바른정당 합류 타진’ 의혹을 둘러싼 홍 전 지사와 원 의원 간 설전 도중에 벌어진 일이다. 정병국 바른정당 의원이 저서에서 “홍 전 지사는 (지난) 2월26일 정치자금법 위반 항소심 재판을 앞두고 있었는데 무죄 판결을 받으면 합류하겠다는 의사를 전해 왔다”고 밝힌 내용을 원 의원이 언급하면서 날 선 공방이 시작됐다.

 

원 의원은 홍 전 지사의 바른정당 합류 타진 의혹에 대해 “충격적인 사실”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그는 “홍 전 지사가 만약 바른정당에 합류할 의사를 타진했다면 정말 있어선 안 되는 일”이라면서 “당원들이 ‘새누리당(현 한국당) 균열을 막자’ ‘보수가 대통합해 정권을 재창출하자’고 호소할 때 홍 전 지사는 바른정당 가려고 다짐했던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발끈한 홍 전 지사는 당 선거관리위원회에 해명 기회를 요구하다 받아들여지지 않자, 마지막 합동 인사를 하지 않고 곧바로 행사장을 빠져나갔다. 그는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바른정당 창당 뒤 주호영 원내대표가 전화를 걸어와 ‘바른정당으로 와라. 와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유승민 의원과 (대선후보) 경선을 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했지만 내가 ‘재판 중이니 말할 처지가 못 된다’고 답했다”고 해명했다. 홍 전 지사는 원 의원을 향해 “용서하지 않겠다”면서 “당원과 국민에게 공개 사과하지 않으면 응분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윽박질렀다.

 

하지만 정병국 의원은 “(홍 전 후보의 바른정당 합류설은) A의원 한 사람에게서 들은 게 아니라 당시 비상시국회의에 참여한 여러 의원들에게 들은 얘기”라며 “나 혼자 들은 얘기도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홍 전 지사의 아킬레스건인 ‘성완종 리스트 관련 대법원 재판’을 둘러싼 설전도 이어지고 있다. 원 의원은 “당 대표가 돼서 대법원 판결로 유죄가 나올 경우 자유한국당의 운명도 같이 끝난다”고 지적했다. 홍 전 지사는 “대법원은 법률심이라 내 사건은 법률  문제는 전혀 없다”며 “나는 더 이상 세탁기 들어갈 일이 없고, 오히려 보좌관이 구속된 원 의원이 조심해야 할 것”이라고 역공했다. 그러자 원 의원은 “세탁기는 돌렸는데 건조는 안 된 것 같다. 빨래가 다 안 말랐다”고 되받아쳤다.

 

홍 전 지사의 내년 지방선거 개입 의사도 논란이 되고 있다. 그는 6월28일 경북 경산에서 열린 대구·경북(TK) 합동연설회에서 “주사파(운동권) 정권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대구시장만 뺏어가면 이 땅의 보수는 궤멸될 것으로 목표를 세웠다고 한다”면서 “전당대회를 마치면 내년 지방선거 때 대한민국 보수의 궤멸을 막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빈석에 앉아 있던 권영진 대구시장을 향해 “권 시장 잘 들으세요”라고 했다. 당 대표가 되면 내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 직접 관여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앞줄 오른쪽)가 6월27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홍준표 바른정당 합류 의혹’을 처음 제기한 정병국 바른정당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洪 “TK의 희망이 되겠다” 대권 도전 시사

 

홍 전 지사의 ‘TK 희망론’도 뒷말을 낳고 있다. 그는 “박정희·전두환·노태우·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뒤를 잇는 TK의 희망이 돼 보겠다”며 “마지막 정치 인생을 대구에서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TK의 희망이 되겠다”며 “정치 무대를 TK로 옮겨봤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차기 대권 도전을 겨냥한 발언이란 해석이 나온다. TK의 차기 주자로서 위상을 다져가고 있는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을 견제하는 의도라는 관측도 있다.

 

홍 전 지사의 좌충우돌 리더십에 대한 정치권의 우려가 제기된다. 정병국 의원은 “연일 막말로 정치판을 흐리는 분이 있다”며 “보수를 구하겠다고 하는데 이분이 말을 하면 할수록 보수를 혐오스럽게 한다”고 비판했다.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중앙 정치 무대에서 사라지면서 변방 콤플렉스, 변방 열등감이 생겨 정치적 성장판은 닫히고 막말의 성장판만 열렸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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