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하루키 소설에 열광할까
  • 조철 문화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7.26 15:05
  • 호수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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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단장 죽이기》로 국내서 ‘열풍’ 재현한 무라카미 하루키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 열풍이 다시 부는 것을 보면서 국내에 일본 소설 애독자가 많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한다. 하루키가 세계적인 작가이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유독 한국인 중에 일본 소설을 더 선호하는 층이 확실히 존재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송현주 인터파크도서 MD는 “일본 소설은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소소한 감정들을 디테일하게 묘사하고, 극복하는 과정을 섬세하게 풀어내 위로와 공감을 얻어내는 힘이 높다”면서 “무겁고 진지한 소재보다 가볍고 쉽게 읽을 수 있는 담백한 문체로 쓰인 점도 특징이다”고 말했다. 영풍문고 관계자는 “오랜 시간 쌓아온 두터운 팬층과 함께 쉽고 빠르게 읽히는, 흡입력 있는 스토리 전개가 일본 작가들 작품이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원인으로 보인다. 난징대학살을 내용으로 최근 이슈가 됐던 하루키 신작 《기사단장 죽이기》처럼 일본 소설에서는 종종 사회적·역사적 문제점과 이슈가 다뤄진다. 이런 점들이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소설을 읽는 재미를 더해 줘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기사단장 죽이기》의 저자 무라카미 하루키© Ivan GimNinez-Tusquets Editores

 

현대사 속 실제 사건 접목시켜

 

올봄 일본에서 출간된 하루키의 신작 《기사단장 죽이기》가 최근 국내에 번역 출판된 뒤 ‘하루키 열풍’이 다시 불고 있다. 일본 출간 당시 130만 부 발행으로 화제가 되었고, 일본 우파 성향을 드러낸 누리꾼들의 공격을 받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루키의 오랜 독자들이 한국에도 많이 있는 데다 새 독자들까지 그의 신작에 관심을 가지면서 국내에서도 예전보다 더 많은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시간이 흐른 뒤 돌이켜보면 우리 인생은 참으로 불가사의하게 느껴진다. 믿을 수 없이 갑작스러운 우연과 예측 불가능한 굴곡진 전개가 넘쳐난다. 하지만 그것들이 실제로 진행되는 동안에는 대부분 아무리 주의 깊게 둘러보아도 불가해한 요소가 전혀 눈에 띄지 않는다. 우리 눈에는 쉼 없이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지극히 당연한 일이 지극히 당연하게 일어나는 것처럼 비치는 것이다.”

《기사단장 죽이기》는 삼십대 중반의 초상화가인 ‘나’의 기이한 체험과 모험을 담은 소설이다. ‘나’는 아내에게서 갑작스러운 이혼 통보를 받고 집을 나와서 친구의 아버지이자 저명한 일본화 화가인 아마다 도모히코가 살던 산속 아틀리에에서 지내게 된다. 그리고 어느 날 천장 위에 숨겨져 있던 아마다의 미발표작인 일본화 《기사단장 죽이기》를 발견한다. 모차르트 오페라 《돈 조반니》의 등장인물을 일본 아스카(飛鳥) 시대로 옮겨놓은 듯한 그림을 가지고 내려온 뒤로, ‘나’의 주위에서 기이한 일들이 잇달아 일어난다. 골짜기 맞은편 호화로운 저택에 사는 백발의 신사 멘시키 와타루가 거액을 제시하며 초상화를 의뢰하고, 한밤중에 들리는 정체 모를 소리를 좇아 집 뒤편의 사당으로 가 보니 돌무덤 아래에서 방울이 울리고 있다. 멘시키의 도움으로 돌무덤을 파헤쳐 보니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지어놓은 듯한 원형의 석실이 드러난다. 그리고 얼마 후 ‘나’의 앞에 ‘기사단장’이 나타난다. 아마다의 그림 속 기사단장의 모습과 똑같은, 수수께끼의 구덩이에서 풀려난 ‘이데아’가 말이다.

 

“사람은 무언가를 정말 간절하게 원하면 그것을 성취할 수 있다. 어떤 특수한 채널을 통해 현실이 비현실이 될 수 있다. 혹은 비현실이 현실이 될 수 있다. 만약 간절히 염원한다면. 하지만 그것이 사람이 자유롭다는 사실을 증명하지는 않는다.”

현실과 비현실이 절묘하게 융합된 모험담은 하루키의 기존 작품에서 꾸준히 이어져온 플롯(Plot)이지만, 이번에는 그에 더해 현대사 속 실제 사건을 접목시킨 것이 특징이라 할 수 있다. 등장인물들 중에는 유럽 유학 중에 나치 저항운동에 휘말리거나 중국 난징전투에 투입돼 강압적 명령에 의한 학살을 체험한 뒤 그 트라우마를 견디지 못하고 자살하기도 한다. 또한 ‘나’가 집을 나와 한 달여 동안 정처 없이 여행하는 도호쿠(東北) 지방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의 참상이 남은 곳으로, 하루키는 재작년 가을 직접 이 지역을 차로 여행했던 경험을 살려 소설 전반에 치유와 재생의 메시지를 담아냈다.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문학동네 펴냄 1권 568쪽, 2권 600쪽 각 1만6300원


 

일본 정부 비판하지만 ‘피해자 사관’ 지적도

 

“일본군이 격렬한 전투 끝에 난징 시내를 점령하고 대량 살인을 자행했습니다. 전투 중의 살인도 있고, 전투가 끝난 뒤의 살인도 있었죠. 포로를 관리할 여유가 없었던 일본군이 항복한 군인과 시민 대부분을 살해해 버린 겁니다. 정확히 몇 명이 희생되었는지 세부적인 수치는 역사학자들 사이에도 이론이 있지만, 어쨌든 엄청난 수의 시민이 전투에 휘말려 목숨을 잃었다는 것은 지울 수 없는 사실입니다. 중국인 사망자 수가 사십만 명이라는 설도 있고, 십만 명이라는 설도 있지요. 하지만 사십만 명과 십만 명의 차이는 과연 무엇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중국 난징대학살을 언급한 이 내용은 일본 누리꾼들이 하루키에게 막말을 하는 빌미를 제공했다. ‘이제 조선인 다 됐네’ 이런 식이다. 그렇다고 하루키가 일본 우파를 적극 비판하는 지식인일까? 일본의 문화비평가 오스카 에이지는 한 주간지에 《기사단장 죽이기》에 관해 이렇게 서평을 남겼다.

 

“이번에도 난징대학살에서 ‘죽였던’ 쪽의 사람이 죽였다는 사실 자체에 상처를 입는다는 식의 ‘피해자 사관’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지 않은가. 왜 그의 소설이 역사수정주의적으로 읽히는 것일까. ‘피해자 의식’이란 것은 진짜 피해자의 마음과는 다르다는 이야기다. 자기긍정을 위한 피해자일 뿐이니, 피해자 의식을 통해 자기주장을 하거나 아이덴티티를 가지는 사람하고만 동조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진정한 피해자에게 공감을 할 수가 없다. 그러므로 종군위안부 피해자분들이나 아시아의 전쟁 피해자분들, 혹은 일본 국내의 피해자들, 마이너리티들에게 공감을 하지 못하는 것 역시도, 그런 피해자 의식이 결국은 피해자에 대한 공감이 아니라는 증명이 되는 것이다.” 

 

New Book

 

금융의 딴짓  

존 케이 지음│인터워크솔루션즈 펴냄│524쪽│2만3000원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분석한 저자는 세계가 향후 금융 붕괴를 피하려면, 아니 적어도 그 경제적 여파를 최소화하려면, 금융이 무엇인지에 대한 사람들의 명확한 생각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저자는 금융위기의 핵심 요인은 본래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딴짓을 하면서 높은 수익과 급여를 가져가는 금융권의 행태와 문화라고 지적한다.

 

 

거대한 후퇴 

지그문트 바우만·슬라보예 지젝 등 지음│살림출판사 펴냄│384쪽│1만8000원

 

 

유럽을 비롯한 여러 지역의 극단적인 우경화 움직임에서부터 배타적 민족주의·국가주의와 외국인·소수자 혐오주의의 극성스러운 부활, 세계시민주의와 관련된 자유주의 가치와 이상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들 눈에 크게 후퇴하고 있는 듯 보이는 세상이 찾아온, 이 극적인 ‘퇴행’ 전환을 어떻게 봐야 할지 고민했다.

 

 

공부 공부

엄기호 지음│따비 펴냄│292쪽│1만5000원

 

 

공부 경쟁에서 이기지 못하면 생존조차 보장받지 못한다는 불안감에 초등학생부터 성인이 되어서까지 쉴 새 없이 공부와 자기계발에 내몰리고 있다. 이런 상황을 자기 착취라고 말하는 저자는 성공 이데올로기에 포박된 공부, 자기계발이라는 이름으로 자기를 파괴하는 공부가 아니라 자기를 배려하고 돌보는 공부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식탁의 비밀 

케빈 지아니 지음│더난출판 펴냄│344쪽│1만6000원

 

 

식단 관리에 필수적인 혈액검사 목록부터 체내에 독소 축적을 막는 법, 내게 맞는 건강식품을 고르는 비결까지 생기 있는 몸을 되찾게 해 주는 현실적인 건강법을 담았다. 저자는 건강하게 먹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 자연주의 식생활을 고수하는 문화권, 전통적인 음식을 먹으며 장수하는 문화권 그리고 그들을 연구하는 학자들을 찾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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