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게임’에 고전하던 경찰, ‘용병’ 손잡고 반격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19.01.16 14:00
  • 호수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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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갑룡 경찰청장 주도로 전문가에 ‘SOS’
자문단 꾸리고 집중단속

경찰이 국내 최고의 게임 전문가들로 구성된 게임판 ‘어벤져스’(영화 속 슈퍼 히어로 모임)와 손잡고, 대대적인 불법 사행성게임 소탕 작전에 나선다. 시사저널은 지난해 12월5일 기사([단독]성인오락실, 말로만 ‘엄정 단속’…법망 비웃는 불법 환전)를 통해 국내 성인오락실의 불법 환전이 경찰의 방만한 단속과 비호 아래 횡행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보도 이후 민갑룡 경찰청장이 관련 실무자들을 불러 ‘외부에서 도움을 구하라’고 지시했고, 이에 게임 전문가를 수혈해 해법을 찾기로 했다는 게 내부 관계자 전언이다. 과연 불법이 판치는 게임장에서 고전하던 경찰이 ‘용병’과 손잡고 반격에 성공할 수 있을까.

사진은 2017년 3월24일 경찰이 불법 환전 게임장을 급습해 증거물을 압수하는 모습 ⓒ 뉴시스
사진은 2017년 3월24일 경찰이 불법 환전 게임장을 급습해 증거물을 압수하는 모습 ⓒ 뉴시스

불법 게임 잡겠다던 경찰…해결책은 ‘글쎄’

한국 사회에서 불법 사행성게임은 적폐(積弊)다. 비단 어제오늘 생겨난 문제가 아니란 얘기다. 2006년 바다이야기 사태 당시 불법 환전 문제가 도마에 올랐지만, 이후 10년이 넘도록  불법 게임은 근절은커녕 사회 곳곳에 잡초처럼 번져가고 있다. 지난해 5월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불법 게임 시장 규모는 2011년 75조1474억원에서 2015년 83조7822억원으로 11.5% 커졌다. 이마저도 정확한 통계는 아니다. 불법 게임의 종류와 방법이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어서다. 청소년게임장으로 등록한 뒤 게임기를 불법 개·변조해 환전에 나서는 식인데, 경찰이 직접 현장을 적발하지 않고서는 이 같은 불법 게임장들을 모두 걸러내기 어렵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불법 게임 시장 규모를 쉽사리 추정할 수 없다는 게 사감위를 비롯한 업계 중론이다.

불법 게임 시장이 팽창하는 사이 경찰을 비롯한 관계기관이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직후 ‘생활 적폐’ 청산을 공언했다. 이에 서민의 삶과 직결된 불법 게임 역시 척결 대상으로 지목돼 정부의 감시·감독 표적이 됐다. 지난해 8월17일 경찰청·문화체육관광부·게임물관리위원회가 ‘불법사행성 게임제공업소 근절을 위한 관계기관 간담회’를 개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당시 3개 관계기관은 불법 게임물의 이용을 없애기 위해 공동으로 포스터를 제작해 전국 게임제공업소 및 경찰관서 등 관련 기관에 부착하고, 각 기관의 홍보사이트 등을 이용해 대국민 대상 불법게임물 이용 근절 홍보활동을 전개하기로 했다. 이 밖에 정부기관 간 불법 게임 관련 통계 및 정보를 교류하기로 했다.

그러나 게임업계의 반응은 냉담했다. ‘보여주기식 해법’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포스터를 붙이고, 통계를 낸다고 해서 해묵은 불법 게임 문제가 근절될 리 없다는 것이다. 당시 취재 중 만난 불법 사행성오락실의 한 업주는 “발표한 걸(근절책) 봤는데 누가 보면 여태껏 경찰이 정보와 실태를 몰라서 단속을 안 한 줄 알겠더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어 “애초에 알아도 못 하는 현실이란 게 있을 것 아닌가. 그런데 그런 얘기는 없더라. 나도 (불법 오락실을) 운영하는 업주지만 이런다고 손님이 끊길 일이었으면 10년 전에 사라졌어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 경찰이 불법 게임 척결을 공언한 이후에도 성인오락실 간판을 내건 많은 업주들이 불법 환전을 멈추지 않았다. 시사저널은 이 같은 사실을 다수의 제보자가 전달한 동영상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입수한 동영상에는 지난해 11월 경기 포천 지역 내 성인오락실 3곳에서 환전이 이뤄지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해당 오락실의 업주들이 같은 지역에서 수년째 불법 환전을 자행하고 있다는 게 제보자 증언이었다. 이 외 경기 남양주, 용인 및 서울 종로구 등의 지역에서 불법 성인오락실이 활개치고 있다는 제보가 지난 연말까지 이어졌다. 경찰의 단속 의지, 단속 방법에 물음표가 찍힌 셈이다.


‘전문가 모셔라’ 민갑룡 지시에 자문단 소집

경찰의 공언이 무색해지면서, 결국 수장(首長)이 책임론에 휩싸였다. 민갑룡 청장이 책임지고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시사저널은 지난해 12월5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정책 자문 등을 맡고 있는 강신성 중독예방시민연대 사무총장의 인터뷰 기사(“불법 성인오락실 기승…민갑룡 경찰청장 책임져야”)를 통해 해당 문제를 짚은 바 있다. 기사에서 강 총장은 “아무리 간담회를 하고 민갑룡 청장이 의지를 보이면 뭐 하나. 일선 경찰서에서는 여러 핑계를 대면서 환전 문제를 방관하고 있다”며 “윗선만 의지를 갖는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결국 청장이 (환전 문제가) 계속 생기는 것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찰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보도 직후 민 청장은 경찰청 내 생활안전국장 등을 불러 ‘외부 전문가들에게 해당 문제에 대해 자문을 구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 이상 경찰과 관계기관 간의 협력만으로는 불법 게임 문제를 뿌리 뽑기 어렵다는 현실을 인정한 셈이다. 경찰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인사는 “민 청장은 경찰의 계속된 단속에도 (불법 도박) 문제가 끊이지 않는 상황을 답답해했다”며 “강신성 총장을 비롯한 게임 전문가들을 직접 경찰청으로 불러 경찰이 놓치고 있던 부분들을 그때그때 보고받으며, 효율적으로 단속 활동을 벌이자는 의견이 있었다”고 귀띔했다.

민 청장이 ‘빠른 실행’을 주문하면서, 경찰청은 지난해 12월28일 ‘불법 게임 근절 외부 전문가 자문단’ 구성을 마쳤다. 자문단에는 법률, 산업, 시민단체를 아우르는 게임 전문가 7명이 포진했다. 각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을 한데 모아 ‘촘촘한 단속망’을 꾸리겠다는 구상이다. 법률 분야에선 이동희 경찰대학 법학과 교수, 황성재 게임물관리위원회 법무팀 공익법무관이 참가한다. 게임 관련 단체 중에서는 강신성 총장을 비롯해 정래철 게임물관리위원회 수도권 팀장, 박상준 불법사행산업감시신고센터장, 왕상호 게임이용자보호센터 모니터링팀장, 박성규 한국어뮤즈먼트산업협회장이 포함됐다. 경찰 내부에선 손휘택 경찰청 생활질서계 경정, 임욱성 사이버수사기획팀 경정이 합류했다. 

자문단은 분기마다 한 차례씩 모여 회의를 열 계획이다. 다만 불법 게임의 형태와 방식 등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는 만큼, 관련해 새로운 정보가 수집되면 상시 공유한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의 조언을 바탕으로 경찰은 대대적인 단속을 벌일 계획이다. 1월부터 6개월간을 집중 단속 기간으로 설정, 사행성 성인오락실 및 사이버 도박 등 불법 게임을 단속하는 데 전력투구할 방침이다.

김진표 경찰청 생활안전국장은 “온·오프라인 구분 없이 불법을 저지르는 방식이 다양해졌다”면서 “법률에는 저촉되지 않도록 영업하는 등 수법 역시 교묘하다. 자문단과 손잡고 어려움을 극복하겠다”고 밝혔다. 박성규 한국어뮤즈먼트산업협회장은 “사후 단속도 중요하지만 불법 게임이 애초 세상에 나오지 못하도록 심의 과정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한다”며 “불법을 찾아내는 첨단 기술 개발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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