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성역
  • 정두언 前 국회의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1.30 15:56
  • 호수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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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권 성역은 ‘소득주도성장’과 ‘탈원전’
성역, 무너지기 전에 스스로 없애야 정권 불행 막을 수 있어

성역은 신성한 지역, 또는 함부로 침범할 수 없는 나름의 구역이나 문제 삼지 않기로 되어 있는 사항, 인물, 단체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원래는 종교적인 개념이었으나, 점차로 속세에서 아무도 시비를 걸지 않는 절대적인 영역, 개념으로 변천해 왔다. 과학이 발달하고, 정치가 민주화되면서 성역은 점차로 축소되어 왔으며 성역의 크기, 범위 여부가 그 사회의 성숙도를 가늠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박정희 시대에는 헌법이 성역이었다. 유신헌법이 그것이다. 유신헌법에 대해서 부정적인 언사만 해도 잡혀가서 몽둥이찜질을 당하고 감옥에까지 갔다. 그러다가 10·26 사태가 발생했다. 전두환 시대에는 대통령 직선제가 성역이었다. 대통령을 내 손으로 뽑지 못하고 체육관에서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이라는 사람들이 모여서 뽑았다. 그 시대에는 그것도(대의원) 벼슬이라고 서로들 하려고 했다. 그러다가 6·10 항쟁이 벌어졌다. 노태우 시대에는 중간평가가 성역이었다. 그것을 피해 만든 3당 합당이 우리나라의 고질인 지역감정을 극대화시켜 두고두고 사회의 선진화를 막았다. 그러다가 노태우는 ‘물태우’가 되었다. 

김영삼 시대에는 둘째 아들이 성역이었다. 감히 이름을 못 불러 김소장이라 불리던 그는 국정을 농단하다 끝내 감옥에 갔다. 그러다가 김 대통령은 역대 최악의 지지율로 임기를 마감했다. 김대중 시대에는 비교적 성역이 없었으나, 정권 말에 아들 셋이 모두 감옥행을 하면서 이들 역시 작은 성역이었음을 드러냈다. 노무현 시대에는 굳이 따지면 형님이 성역 노릇을 했다. 노 대통령 말대로 시골에 사는 별 볼일이 없는 형에게 연임 청탁을 하며 머리를 조아리던 한 건설사 사장은 강물에 뛰어들어 목숨을 끊었다. 그러다가 노 대통령도 그렇게 가셨다. 

이명박 시대에는 형님이 확실한 성역이었다. ‘만사형통’이라고 불리던 그는 국정농단 세력의 수괴 노릇을 하다가 끝내 감옥행을 면치 못했다. 그러다가 이 대통령도 감옥에 갔다. 박근혜 시대에는 모두가 알다시피 최순실이 절대적인 성역이었다. 장막 뒤에서 권력을 주무르던 그도 끝내 대통령을 탄핵시키고, 지금 박 대통령과 함께 감옥에 있다. 

이상에서 보듯이, 각 정권마다 성역은 항상 존재했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은 그 성역을 반드시 허물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는 한 걸음 한 걸음씩 전진했다. 초창기의 성역은 항상 서슬이 퍼렜다. 특히 여권 내에서 감히 아무도 성역을 건드리지 못했다. 그러면서 결국은 대통령을 ‘벌거숭이 임금님’으로 만들고는 불행한 종말로 몰고 갔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작은 속삭임은 끝내 엄청난 메아리로 바뀌어 요지부동 같았던 성역을 허물고 만다. 우리 국민의 위대함은 한마디로 ‘아닌 것은 아닌 것’으로 만드는 힘이 있다는 것이다.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열린 탈원전 반대 및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촉구 기자회견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시민단체인 원자력정책연대로 구성된 국민운동본부 회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회견을 마친 참석자들은 33만6천768명이 작성한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촉구 서명과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서한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전달했다. ⓒ 연합뉴스
1월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열린 탈원전 반대 및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촉구 기자회견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시민단체인 원자력정책연대로 구성된 국민운동본부 회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회견을 마친 참석자들은 33만6천768명이 작성한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촉구 서명과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서한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전달했다. ⓒ 연합뉴스

그렇다면 문재인 정권의 성역은 무엇인가. 필자의 눈에는 ‘소득주도성장’과 ‘탈원전’이 그것이다. 소득 불평등을 해소하겠다고 꺼내든 소득주도성장이 역설적으로 소득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국민의 안전과 환경을 보호하겠다고 꺼내든 탈원전이 전력난의 우려와 함께 미세먼지 지옥으로 국민의 건강과 환경을 위협하고 있다. 이건 아니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여권에서는 그 어떠한 반론도 허락하지 않고 있다. 

앞의 예들에서 보듯이 우리 국민은 아닌 것은 결코 내버려두지 않았다. 성역은 무너지게 되어 있다. 무너지기 전에 스스로 성역을 없애야 정권의 불행을 막을 수 있다. 성공한 대통령을 단 한 명이라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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