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익도, 실현성도 낮은 ‘남양유업 배당 확대안’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9.02.08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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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 한진칼 이어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타깃으로 지목
주주가치 제고는커녕 기업 위기 초래할지도

‘짠물배당’으로 지적을 받아온 남양유업에 결국 국민연금이 칼을 빼들었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는 2월7일 남양유업에 주주로서 정관 변경을 제안하기로 결정했다. 정관을 바꿔 배당정책 수립·공시에 관한 위원회를 설치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배당정책에 대한 간섭이 긍정적 결과를 낳을지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된다. 

2018년 5월16일 오후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1964빌딩 건물 전경 ⓒ 연합뉴스
2018년 5월16일 오후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1964빌딩 건물 전경 ⓒ 연합뉴스

남양유업의 저조한 배당성향은 업계에선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배당성향이란 당기순이익 중 주주에게 얼마를 배당금으로 돌려줬는 지를 나타낸 비율이다. 2015년엔 그 수치가 3.2%, 2016년엔 2.3%였다. 2017년엔 17.0%로 7.3배 올랐다. 하지만 이는 당기순이익이 그만큼 줄어들었기 때문이지 배당금을 늘린 건 아니다. 2017년 코스피 상장기업 평균 배당성향은 18.5%다. 

배당금을 적게 주는 행위는 주주가치 제고를 지향하는 국민연금의 뜻에 반한다. 나아가 장기투자를 기조로 하는 국민연금으로선 배당금이 낮은 기업이 수익률 측면에서도 좋을 게 없다. 이러한 이유로 남양유업은 지난해 5월 국민연금에 의해 ‘저배당 기업 블랙리스트’ 중 한 곳으로 꼽히기도 했다. 

단 기업 입장에선 배당에 대한 접근법이 다르다. 배당금을 적게 나눠줄수록 기업은 사내유보금을 많이 쌓을 수 있다. 이는 곧 기업의 장기투자를 위한 밑거름으로 활용된다. 또 남양유업의 설립자인 홍두영 명예회장이 세운 원칙 중 하나가 ‘무차입 경영’이다. 돈을 빌리지 않고 회사를 굴리려면 사내유보금을 충분히 갖추고 있어야 한다. 무차입 경영 원칙은 홍 명예회장에 이어 아들 홍원식 회장도 지켜오고 있다. 금감원 전자공시 등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1999년 차입금을 모두 갚은 뒤 지난해까지 20년째 차입금 ‘0원’을 유지하고 있다. 

무차입 경영은 1997년 말 외환위기 때 빛을 발했다. 기업들이 불어나는 차입금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쓰러지는 동안 남양유업은 연 20% 이상 꾸준히 성장했던 것. 그러나 무차입 경영도 갑질 논란 앞에선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2013년 남양유업은 대리점주를 상대로 한 ‘물량 밀어내기’ 행위가 드러나 불매운동 대상이 됐다. 그해 기록한 당기순손실은 440억원이 넘는다. 이듬해부턴 흑자로 돌아서 2016년엔 370억원대 순이익을 냈다. 하지만 2017년엔 순이익이 50억원으로 급락했다. 더군다나 지난해 12월엔 금융인 출신 이정인 대표가 1년도 안 돼 사퇴했고, 올 1월엔 ‘곰팡이 주스’로 곤혹을 치렀다. 

이러한 상황에서 배당성향을 올리면 더 큰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 게다가 늘어난 배당금으로 더 큰 몫을 챙기는 쪽은 국민연금 등 외부 투자자가 아니라 오너 일가다. 홍 회장 일가는 남양유업 지분 53.8%를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고배당 정책이 오히려 대주주 배불리기에 이용될 수 있다는 딜레마가 있다. 무엇보다 국민연금의 이번 정관 변경 제안이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관 변경은 주주총회 특별결의 사안으로, 출석 의결권 중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통과된다. 하지만 3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지분율은 5.7%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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