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한국당 ‘정치 파업’ 1월 선거제 개혁 약속 못 지켜”
  • 이민우 기자 (mwlee@sisajournal.com)
  • 승인 2019.02.12 08:00
  • 호수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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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심상정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장 “가시적 성과 못 내면 특단의 대책 강구할 것”

‘철의 여인’이라 불리는 정치인이 있다. 멋진 남자를 만나기 위해 시위를 쫓아다니다 노동 현장으로 뛰어든 서울대생, 다소 거친 노동 현장에서 특유의 카리스마로 남성 노동자들을 이끈 활동가였다. 오랜 기간 동고동락해 온 노동자들의 꿈과 희망을 두 어깨에 짊어지고 국회에 들어왔고, 능력을 인정받아 진보정치인으로선 처음으로 3선(選)의 고지에 오른 이다. 바로 심상정 정의당 의원 얘기다.

꾸준히 전진할 것만 같았던 심 의원에게 지난해 평생 잊지 못할 시련이 다가왔다. 고(故) 노회찬 전 의원과의 이별이었다. 심 의원에게 노회찬은 30년의 세월 동안 노동운동과 진보정치의 험준한 능선을 함께 걸어온 동지였다. 어딜 가면 부부(夫婦) 아니냐는 말을 들을 정도였다. ‘철의 여인’도 그 슬픔을 주체하기 어려웠다. 한동안 외부 활동을 줄이고 슬픔에 잠겨 있었다. 그랬던 심 의원이 다시 일어섰다. 노 전 의원의 뜻을 지켜가겠다는 목표가 새롭게 더해졌다. 최근 선거구제 개편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다. 1월31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심 의원을 만났다. 심 의원의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숙연하고 엄숙했다.

ⓒ 시사저널 박은숙
ⓒ 시사저널 박은숙

최근 선거제도 개편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 같다.

“늘 사회적 약자의 인권을 위해 헌신한 노회찬 의원의 뜻이고, 진보정당의 숙원이기도 하다. 그간 진보정치는 강고한 선거제도의 벽에 가로막혀 왔다. 상당수 국민들이 공감을 해 주면서도 최악을 피하기 위해 진보정당에 투표하지 못해 왔다. 욕심을 내는 게 아니다. 국민들이 자신의 뜻에 따라 자유롭게 투표하고, 그 결과에 따라 의석수를 배분하게 되도록 만들자는 거다. 비례성이 강화되면 양당제와 지역주의의 틀을 깨뜨릴 수 있다.”

2018년 12월 원내정당끼리 선거제 개편의 큰 틀에 합의를 이뤘다. 1월 내 처리하기로 했는데.

“이정미 정의당 대표와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단식농성까지 벌이며 받아낸 약속이었다. 역시나 예상대로 쉽지 않다. 선거제도 개혁은 김대중 대통령의 제안 이후 20년 동안 논의를 거듭해 왔지만 결실을 이루지 못했다. 기회 때마다 거대 양당이 밥그릇을 내놓지 않으려는 권력의 속성에 가로막혀 왔다. 이번엔 다를 거라 생각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웠고, 그 뜻을 유지하고 있다. 민주당은 의원총회를 통해 협상안을 제시했는데, 자유한국당은 아예 당론이 없다. 1월에 정개특위는 일주일에 이틀씩 회의를 소집해 계속 논의했지만, 당 지도부가 의지를 실어주지 않고 있다. 사실상 한국당이 ‘정치 파업’을 벌이고 있다.”

한국당에선 도농복합형 선거제 얘기가 나오지 않나.

“그렇다. 도농복합형을 얘기하고 있긴 하다. 문제는 한국당 내에서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된 안인지 모르겠다. 앞으로 협상 논의에서 이 부분이 중요할 것 같다. 1월 합의 약속은 지키지 못하더라도 국민 앞에 약속한 선거제 개편 부분에 대해선 한국당이 분명한 입장을 내놔야 한다.”

민주당에선 최근 현행 의석수를 유지하는 대신 지역구를 200석으로 줄이고 비례대표를 100석까지 늘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민주당이 한국형 연동형 비례대표제라고 해서, 여러 당 사정을 고려해 조정하자는 것은 좀 부당하게 느껴질 수 있다. 기존 입장에서 조금 후퇴했기 때문에 섭섭하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선거제 개편 합의를 지키려고 노력한 것에 대해선 의미가 있다고 본다. 앞으로 협상 과정에서 조정을 해 나가면 좋겠다.”

시간이 많지 않다. 국회법에 따르면, 올해 3월15일까지 선거구 획정안을 제출해야 한다고 돼 있지 않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구획정위원회에서도 촉구 공문이 와 있다. 당초 3월15일까지 선거구를 획정하려면 최소한 작년 12월까지 선거제도를 확정해 줘야 한다고 해서 야 3당이 농성을 했던 것이다. 1월 처리 합의가 무산됐기 때문에 2월 임시국회에서라도 처리를 해야 한다.”

현재 분위기로는 2월 처리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의지만 있다면 하룻밤에도 만리장성을 쌓을 수 있다. 야 3당이 함께 패스트트랙 등 특단의 대책을 강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치인들에게만 맡겨놓고 무작정 기다려선 해결될 수 없다. 국민들이 직접 나서야 가능한 일이다. 선거제도의 가장 큰 이해당사자는 국민이다. 국민들이 얼마만큼 관심을 갖고, 주목하느냐에 따라 정치권을 움직일 수 있다. 국민들이 나서서 직접 개입하고 독려하느냐에 따라 가능성은 달라질 수 있다.”


“창원 성산 보궐선거, 1석 이상의 의미”

심 의원과 함께 진보정치의 간판이라 할 수 있는 노회찬 전 의원의 공백이 큰 것 같다.

“노회찬은 진보정치뿐 아니라 나라의 큰 자산이었다. 그를 잃는다는 것은 당이나 국가로선 매우 뼈아픈 일이었다. 하지만 노 의원이 꿈꿨던 세상, 그의 발자취는 여전히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정의당 당원은 현재 4만여 명에 달한다. 이 중 1만여 명은 노 의원 별세 이후 가입한 사람들이다. 노 의원의 뜻을 지키고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제2, 제3의 노회찬이 더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다가오는 4월3일 노 전 의원의 지역구인 경남 창원시 성산에서 보궐선거가 예정돼 있다. 준비는 잘되고 있나.

“정의당으로선 반드시 지켜야 하는 선거다. 단순히 정의당이 한 석을 늘리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노 의원께서 계실 때 민주평화당과 교섭단체를 구성해 특수활동비를 폐지했다. 노 의원님이 돌아가시고 나서 교섭단체가 해체돼 활동이 축소됐다. 창원 성산 시민들이 여영국 정의당 후보를 국회로 보내주시면 다시 국회 개혁에 박차를 가하겠다. 노 의원을 잇는 여영국의 한 석은 공동교섭단체 복원의 초석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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