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렛대’ vs ‘부도수표’…남북경협, 北·美 협상 움직일까
  • 오종탁 기자 (amos@sisajournal.com)
  • 승인 2019.02.20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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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우리가 떠맡을 각오” 북·미 독려
“지금은 북한 비핵화 압박에만 집중할 때” 지적도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청와대

북·미 정상회담을 일주일 앞두고 남북 경제협력이 비핵화 협상 국면의 중요 키워드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계기는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2월19일 전화통화다. 문 대통령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이 요구한다면 남북 철도·도로 연결, 경협 사업 등 역할을 (한국이) 떠맡을 각오가 돼 있다. 그것이 미국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길"이라고 전했다. 

이는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대한 미국측 상응 조치로 대북 제재 완화가 이뤄질 경우를 전제한 발언이다. 남북 경협 사업에 착수하려면 제재 완화가 이뤄지거나 제재 적용에 있어 예외를 인정받아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2월27~28일 있을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비핵화 시 맞게 될 '밝은 미래'를 설명하면서 다양한 남북 경협 사업을 거론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통령 발언 이후 남북 경협 이슈가 북·미 정상회담에 미칠 영향이 부쩍 주목받고 있다. 우선 북한 입장에선 남북 경협 논의가 비핵화 협상에 적극적·긍정적으로 임할 동력이 될 수 있다. 그간 북한 측은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사업 재개 등을 간절히 원해 왔다. 

협상 카드가 그리 풍족하지 않은 미국에도 남북 경협은 지렛대로 활용해볼 만하다는 평가다. 이에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남북 경협을 주요한 상응 조치 카드로 내놓을 여지가 있다고 분석한다. 

결국 문 대통령은 이번 남북 경협 관련 발언을 통해 북·미 모두에 '대화 기회를 잘 살릴 것'을 당부한 셈이다. 발언은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서면브리핑을 통해 대내외로 공식 발표됐다. 

문 대통령의 북·미 중재 방식이 좋은 평가만 받는 것은 아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문 대통령의 '남북 경협을 떠맡겠다'는 약속을 '부도수표'로 규정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하 의원은 "철도, 도로 또 여러 가지 대북 투자를 하려면 십수 년에 걸쳐 수백조원을 투입해야 한다. 투자는 비핵화를 견인하기 위한 비핵화 이전 조치가 아니라 완전 비핵화가 된 뒤에 검토할 수 있는 비핵화 후 조치다. 비핵화가 된 뒤에도 경제타당성을 검증하고 난 다음 시행해야 한다"면서 "(문 대통령보다) 경제를 훨 씬 더 잘 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조차 여전히 투자 리스크가 크다고 생각해 대북 투자를 안 하겠다는데, 무슨 배짱으로 경제도 모르는 대통령이 투자하겠다고 큰소리를 치느냐. 국민 세금은 대통령 호주머니 돈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최대한 북한을 압박해 비핵화 조치를 끌어내야 한다. 비핵화가 제대로 안 됐는데 투자했다가 비핵화가 중단되면 투자했던 것 전부 다 디폴트된다. 다 북한에 뺏긴다. 남북 관계는 엄청나게 악화될 것"이라며 "항구적인 남북 관계 개선,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서라도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발행한 부도수표는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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