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은 “버려야” 당심은 “안아야”…한국당, 태극기부대 딜레마
  • 오종탁 기자 (amos@sisajournal.com)
  • 승인 2019.02.21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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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당대회 앞두고 갈수록 과격해지는 극우 지지세력
리얼미터 여론조사서 국민 58% ‘한국당, 태극기부대와 단절해야’
2017년 3월28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서울 삼성동 박 전 대통령 자택 앞에서 지지자들이 태극기를 흔들며 구호를 외치는 모습. ⓒ시사저널 고성준
2017년 3월28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서울 삼성동 박 전 대통령 자택 앞에서 지지자들이 태극기를 흔들며 구호를 외치는 모습. ⓒ시사저널 고성준

자유한국당이 '태극기 부대'를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 2·27 전당대회를 계기로 당 쇄신, 2020년 총선 대비 등 할 일이 태산인 한국당이다. 이런 가운데 극우 세력,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 열성 지지층이 주축을 이루는 태극기 부대는 한국당에 형언하기 어려운 복합적인 의미로 다가온다.

우선 민심, 즉 일반 국민 중 과반은 한국당에 "태극기 부대와 단절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2월20일 전국 성인 502명을 대상으로 '태극기 부대에 취해야 할 한국당의 입장'을 설문(2월21일 발표,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리얼미터 홈페이지 참고)한 결과 '단절해야 한다'는 응답은 57.9%였다. '포용해야 한다'는 26.1%, 모름·무응답은 16.0%로 집계됐다.  

대구·경북(단절 36.9%·포용 43.8%)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과 연령에서 한국당이 태극기 부대와 단절해야 한다는 여론이 포용해야 한다는 여론보다 높았다. 정치성향별로는 중도층(단절 65.8%·포용 18.7%)과 무당층(단절 45.2%·포용 16.7%)에서 단절해야 한다는 응답이 더 많았다.

'그렇다면 민심대로 하면 되지'라는 말은 한국당에서 쉽게 꺼내기 힘들다. 한 표 한 표가 소중한 정치판에서 어쨌든 당의 '콘크리트 지지층'인 태극기 부대를 내칠 수 없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이미 당내 유력 정치인 등을 중심으로 '태극기 부대도 소중한 우리 국민이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여파를 수습하면서 이들도 안고 가야 당의 화합이 가능하다'는 입장에 힘이 실린 바 있다. 

실제로 이번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한국당 지지층(단절 13.5%·포용 64.8%)과 보수층(단절 32.3%·포용 52.7%)에서는 태극기 부대를 포용해야 한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었다. 

문제는 태극기 부대가 한국당 전대를 맞아 갈수록 과격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태극기 부대로 추정되는 한국당원 1000여명은 2월14일 전대 충청·호남권 합동연설회에 이어 18일 대구·경북(TK) 지역 연설회에서도 극단적으로 세를 과시했다. 주로 김진태 당 대표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들은 다른 후보의 연설 도중 욕설을 퍼부었다.

한국당 지도부, 여타 당 대표 후보 등의 표정은 제각각이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태극기 부대의 최근 행태에 대해 "일부 이상한 모습이 나타났다 해도 우리 당에는 충분한 자정 능력이 있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한국당 선거관리위원회는 '자제 요구' 외엔 별다른 조치를 취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당 대표 당선 가능성이 높은 황교안 전 국무총리의 경우 '배박(背박근혜·박근혜 배신)' 논란 차단에 사활을 건 만큼 최대한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가급적 잔치 같은 전대가 되길 바란다'는 다소 두루뭉술한 표현으로 갈음했다. 반면 유일한 비박(非박근혜)계 당 대표 후보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 측은 태극기 부대와 거리를 두며 비판적 입장을 조심스레 내비쳤다.

한편, 한국당 전대는 일반 시민 대상 여론조사(30%)와 책임당원으로 구성된 선거인단 투표(70%)로 이뤄진다. '당심' 향방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구조다. 책임당원 34만여명 중 절반이 대구·경북을 비롯한 영남권 거주민이다. 박정희·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호의적인 이들의 표심은 당 대표가 되기 위한 주요 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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