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황교안’이 풀지 못한 ‘성주 뺑소니’ 의혹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19.02.21 16:29
  • 호수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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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성주 주민 “사건 후 평생 안 겪을 고통 겪어”
황교안 “명백한 주민 잘못”

2016년 7월15일, 사드 배치 문제로 한창 떠들썩하던 경북 성주군에서 황교안 당시 국무총리가 탄 차량이 주민 차량과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황 총리는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항의로 황급히 마을을 빠져나오던 중이었다. 충돌 후 황 총리 차량은 몇 분 내로 시위 현장을 빠져나갔다. 그러나 성주 주민 이민수씨의 차량은 뒷범퍼와 유리창이 크게 파손돼 꼼짝할 수 없는 상태였다. 이씨는 이 과정에서 황 총리 측의 공권력 남용과 뺑소니 의혹을 제기했다. 황 총리를 경호하던 경찰들이 이씨의 차량 곳곳을 파손하고 들이받은 후 유유히 떠났다는 것이다. 이 ‘뺑소니 공방’은 2년8개월여가 지난 지금까지 민형사상 법적 다툼으로 이어지고 있다.

2016년 7월18일 경북 성주군 성산포대 인근에서 도로교통공단이 황교안 전 총리 차량과 부딪친 이민수씨의차량을 살펴보고 있다(왼쪽 사진). 그해 7월15일 사드 배치 관련 주민설명회를 위해 경북 성주군청을 방문한 황 총리는 주민들이 투척한 물병과 계란을 맞았다. ⓒ 연합뉴스
2016년 7월18일 경북 성주군 성산포대 인근에서 도로교통공단이 황교안 전 총리 차량과 부딪친 이민수씨의차량을 살펴보고 있다(왼쪽 사진). 그해 7월15일 사드 배치 관련 주민설명회를 위해 경북 성주군청을 방문한 황 총리는 주민들이 투척한 물병과 계란을 맞았다. ⓒ 연합뉴스

“뺑소니 신고 두 달 후 갑자기 압수수색”

사고 당일 이민수씨는 성산포대 입구에 차를 세우고 마을을 빠져나가는 황 총리와 국방부 관계자들의 차량을 기다리고 있었다. 사드 배치 철회를 재차 부탁하기 위해서였다. 그에 따르면, 이씨의 차량으로 인해 길이 가로막히자 황 총리를 경호하던 경찰들이 차에서 내려 곤봉 등으로 이씨의 차창을 깨고 곳곳을 가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이씨의 차 뒤쪽을 들이받은 후 황 총리의 차량은 현장을 떠났다. 당시 파손된 이씨의 차에는 이씨의 아내와 어린 자녀 세 명도 탑승하고 있었다. 

이씨는 사고 직후 112에 뺑소니 신고를 했다. 그러나 이후 사고 관계자 소환을 통한 조사는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되레 경찰은 그해 9월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이씨를 입건했다. 이씨가 총리 경호에 관한 경찰의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했으며, 차량 충돌 역시 이씨가 고의로 후진을 해 벌어진 것이란 주장이었다. 이씨 역시 당시 국가와 경찰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씨 측 류제모 변호사는 “처음에 민사소송을 할지 검찰에 고소할지 고민했지만, 사고 때만 해도 박근혜 정부가 부상할 때였고 검찰을 온전히 믿기 어려워 민사를 택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2년여 동안 총 10차례의 변론을 거친 끝에, 2월13일 1심 재판부는 이씨의 손해배상청구 기각을 결정했다. 재판부는 피고 측(경찰)이 이민수씨 차량 유리창을 가격하는 등 유형력을 행사한 증거가 없으며, 실제 그런 일이 발생했다 하더라도 황 전 총리를 안전하게 이동시키기 위한 정당한 직무 행위였다고 판단했다. 이씨 측은 결과의 부당함을 주장하며 즉각 항소 의사를 밝힌 상태다. 류 변호사에 따르면, 애초에 이씨가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형사재판 결과를 본 후 민사를 진행하기로 돼 있었다. 그런데 지난해 8월 민사 재판장이 바뀐 후 분위기가 바뀌어 민사 선고가 예상보다 당겨졌다. 류 변호사는 “재판장이 형사 사건과 우리 측 손해배상청구 원인이 크게 관련 없다고 판단한 것 같은데, 그 근거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민사 1심 선고가 나면서, 현재 이씨의 공무집행방해 혐의 관련 형사재판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졌다. 향후 재판에서 가장 쟁점이 될 부분 중 하나는 사고 당시 황 총리가 탑승한 차량을 선도하던 순찰차의 블랙박스 영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공판 중 사고 차량 가운데 유일하게 설치돼 있던 순찰차 블랙박스 영상이 증거로 제출됐다. 그러나 영상이 사고 직전까지만 녹화돼 있어 고의 편집 의혹이 강하게 일었다. 

이는 지난해 10월, 경북지방경찰청 관계자들이 출석한 국회 행안위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의원들에 의해 문제로 지적되기도 했다. 당시 출석한 사고 차량의 경찰들은 블랙박스 영상의 복사본을 받아 근처 군사지역이 찍힌 부분을 삭제한 후 법원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영상 원본은 사고 후 따로 보관하지 않고 삭제했다고도 주장했다. 이에 대해 류 변호사는 시사저널에 “앞으로 재판에서 삭제된 원본을 포렌식(데이터 복원)하는 작업이 있을 것 같다. 다만 이를 검찰에 맡길지 국과수에 맡길지, 우리가 직접 사설 업체에 맡길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국가 상대 손배 청구 1심 기각…이씨, 항소

이민수씨는 “사고 후 2년 넘는 시간 동안, 평생 겪지 않아도 될 고통을 겪었다”고 토로하고 있다. 사고 당일보다 그 후 사고를 수습하고 정황을 조사하는 과정이 더욱 고통이었다는 것이다. 이씨는 사고 후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다. 민형사 재판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한 달에 한 번 재판 출석을 위해 회사를 빠져야 하는 게 부담이었다. 그는 2월12일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괜히 나 때문에 회사도 피해 볼까 싶어 그만뒀고 지금은 참외 농사를 짓고 있다”고 말했다. 사고 당시 차량에 타고 있던 그의 초등학생 자녀들은 사고 트라우마로 심리치료를 받기도 했다. 

특히 이씨는 사고 두 달여 후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압수수색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2016년 9월 경찰은 이씨의 자택과 차량을 압수수색해 이씨 부부의 휴대전화, 이씨의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가져갔다. 사고와 관련한 경찰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이씨 혼자 매일 현장을 다니며 증거를 모으던 중이었다. 이씨는 “당시 경찰은 내가 누구의 사주를 받았을 거란 의심을 하고, 사고와 관련해 어떤 증거들을 갖고 있는지 궁금해 압수수색을 강행한 것 같다”며 “정말 누가 시켜서 한 거라면 건장한 남성 4명을 차에 태우고 갔지, 아내와 어린 자녀들을 데려갔겠는가”라고 호소했다. 

그동안 이 사건은 ‘황교안 뺑소니’로 불려왔지만, 실제 현재 진행 중인 민형사 재판에 황 전 총리는 포함돼 있지 않다. 그 때문에 재판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황 전 총리에게 직접적인 영향이 미치진 않는다. 그러나 황 전 총리가 사고 차량에 탑승하고 있었으며 자신을 경호하다 발생한 일이기 때문에, 그동안 그가 사고에 대해 어떠한 입장도 내지 않은 데 대해 이씨 측은 아쉬움을 보여왔다. 게다가 황 전 총리가 한국당 당 대표 출마 등 최근 본격적인 정치인으로 나서면서 이 문제는 어떤 식으로든 명확한 매듭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해당 사고에 대해 황 전 총리는 2월19일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지금 그 일에 대해 많은 얘기를 하면 상대 성주 주민을 공격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말을 아끼겠다”면서도 “그 사고는 주민의 잘못이었다”고 분명하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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