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 때 걸라던 자살예방전화 ‘1393’, 돌아온 답은 “예약 남겨 달라”
  • 류선우 인턴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2.27 16:4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살예방전화 ‘1393’ 직접 통화 시도했더니…5번 통화시도 중 1번 연결
매일 34명 자살하는데…한 해 예산 13억원, 상담사 26명에 불과

“모든 상담사가 통화중입니다. 상담 예약을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에 전화하니 돌아온 답이다. 기자는 자살예방 상담전화 운영에 문제가 있다는 제보를 받고 최근 다섯 차례에 걸쳐 전화를 시도했다. 상담사와 연결된 것은 한 번 뿐이었다. 연결이 어렵다 보니 꼭 필요한 사람에게 통화 연결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 더 많은 시도를 하지 못했다.

정부에서 자살예방 전문상담전화를 의욕적으로 도입했지만, 운영 실태는 낙제점 수준이었다.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상담 인력이 충분치 못한 탓이었다. 13억원 수준의 예산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해 12월 보건복지부는 ‘전국 어디서나, 언제나 자살에 대한 고민을 상담할 수 있는 전문상담 전화’를 개통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자살률을 떨어뜨리기 위한 ‘자살예방 국가행동계획’의 일환으로 통합 자살예방 전문상담전화를 도입했다.

자살예방 상담전화는 비용 대비 효과가 큰 사업이다. 이전에도 지자체별로 운영하는 전화가 있었다. 하지만 인력이 부족하고 인지도가 낮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통합전화 1393이 나왔다. 보건복지부에서는 “효율성 높은 사업으로 자살률 감소에 큰 역할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개통한지 두 달이 넘은 시점에서 무작위로 전화를 걸었을 때 연결되는 빈도는 매우 낮았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1393 상담과 관련된 통계조차 파악하고 있지 않았다. 복지부 관계자는 “2018년 말에 개통해서 아직까지 통계 집계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았다”며 “하루에 걸려오는 전화가 몇 건이고, 연결이 닿지 않는 건수가 얼마인지 밝히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전국 어디서나, 언제나 자살에 대한 고민을 상담할 수 있는 전문상담 전화 1393'을 도입했지만, 운영 실태는 낙제점 수준이었다. 서울 마포대교 생명의 다리에 설치된 '한 번만 더' 동상 ⓒ 연합포토
정부는 '전국 어디서나, 언제나 자살에 대한 고민을 상담할 수 있는 전문상담 전화 1393'을 도입했지만, 운영 실태는 낙제점 수준이었다. 서울 마포대교 생명의 다리에 설치된 '한 번만 더' 동상 ⓒ 연합포토

문제는 예산과 인력에서 찾을 수 있었다. 복지부에 따르면, 현재 1393 관련 한 해 예산은 13억원에 불과했다. 상담인력도 26명이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인력을 보충하기 위해 현재 상담사 채용과정이 진행 중”이라고 답했다. 구체적으로 인력을 얼마나 보강할 계획인지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려를 표했다. 양두석 가천대 행정학과 교수(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자살예방센터장)는 “두 달 밖에 안 돼서 아직까지 정비중이란 말은 무책임하다”고 했다. 그는 “하루에 자살하는 사람이 34명인데, 자살 시도자는 700명이 넘는다. 지금 당장 생과 죽음을 오가는 사람들이 있는데 시급히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있다는 건 죽어가는 이들을 방관하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자살 예방상담 전화는 단 하나라도 전화를 놓치지 않고, 즉각적인 타이밍을 지키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정책”이라며 “전화를 거는 사람은 굉장히 어렵게 건다. 전화를 걸었다가 안 받으면 단 5분 만에 마음이 변해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는 역대 정부 중 최초로 자살예방을 국정 과제에 포함시켰다. 하지만 올해 자살예방관련예산은 218억원. 일본이 자살 예방관련 예산으로 한 해 8000억원을 투입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양 교수는 “상담전화뿐 아니라 전체적으로 자살예방 관련 예산을 대폭 증액해야 한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제시한 수치만큼 자살률을 낮추려면 200억원이 아니라 3000억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