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어른들의 자화상 ‘아동음란물’
  • 정락인 객원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3.11 15:00
  • 호수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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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교묘해진 제작·유통 방식…‘음란물과의 전쟁’ 선포한 정부 비웃어

아동음란물 제작과 유통이 주는 사회적 폐해는 심각하다. 아동음란물에 중독되면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아동 성범죄자 중 아동음란물에 심취하거나 중독된 상태에서 범행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 2010년 6월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 침입해 8세 여학생을 납치해 성폭행한 김수철(45), 2012년 7월 경남 통영에서 이웃집 초등학생인 한아무개양(10)을 등굣길에 납치해 성폭행하려다 살해한 김점덕(45), 같은 해 9월 전남 나주에서 잠자고 있던 7세 여아를 납치한 후 성폭행한 고종석(23) 등은 아동음란물을 탐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의 거주지에서는 아동음란물이 대량 발견됐다. 

청소년 중에는 아동음란물을 보고 모방범죄에 나선 경우도 있었다. 음란물을 본 청소년 중 5%가 ‘성추행·성폭행 충동을 느꼈다’는 조사 결과도 있었다. 아동음란물이 청소년들의 정신 건강을 해치고 ‘아동 성범죄’로 연결될 수 있다는 의미다. 

ⓒ 일러스트 정재환
ⓒ 일러스트 정재환

해외원정 가서 직접 촬영하기도 

현행 ‘아동복지법’에는 18세 미만을 ‘아동’으로 규정하고 있다. 아동음란물을 제작·유포할 경우 일반 음란물보다 가중 처벌된다. 아동음란물 제작·배포자는 벌금형 없이 5년 이상 유기징역 또는 무기징역에 처한다. 단순히 갖고만 있어도 1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고 있다. 하지만 아동음란물의 ‘음성적인 제작과 유통’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은밀한 유통 경로를 통해 극성을 부린다. 아동음란물의 제작과 유통이 그만큼 교묘해졌기 때문이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는 속담이 이곳에서도 통용된다. 아동음란물을 단속하는 기관의 장비가 첨단화되고 수사기법도 고도화됐지만 제작과 유통 수법도 만만치 않다. 국내에 유통되고 있는 아동음란물의 제작과 유통 경로는 크게 여섯 가지다. 

첫째는 해외에서 몰래 들여와 국내에 재유포하는 방식이다. 이런 경우 주요 공급처는 미국·러시아·일본·동남아 등이다. 해당 국가의 인터넷 성인 사이트에서 아동음란물을 다운로드한 후 웹하드·파일공유사이트(P2P)·SNS 등을 통해 재유포한다. 

둘째는 외국에 서버를 둔 SNS에 가입한 후 해외 청소년들을 접촉해 음란 동영상을 찍게 한 후 전송받거나 아예 해외로 원정 가서 제작하기도 한다. 지난해 12월 경기북부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불법 음란물을 제작·유통한 A씨(25) 등 101명을 검거했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추적과 단속이 어려운 텀블러나 트위터 등 해외에 기반을 둔 SNS를 이용했다. A씨는 해외 청소년들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하거나 자신의 SNS 계정을 보고 호기심에 말을 거는 해외 청소년들을 악용했다. 이들과 대화하며 친분을 쌓은 뒤 음란 동영상을 찍게 해 전송받았던 것이다. A씨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직접 해외로 건너가 현지 청소년들을 상대로 음란물을 촬영해 보관하거나 국내에 유통시켰다. 

셋째는 이용자의 비밀이 보장되고 추적이 불가능한 해외 인터넷 사이트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한때 국내 대표 음란물 사이트는 ‘소라넷’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6월 소라넷 운영자가 불법촬영물·음란물 유포 방조 혐의로 구속되고 사이트가 폐쇄되자 회원 상당수가 ‘다크웹’으로 이동했다. 다크웹이란 익명성이 보장되고 IP주소 추적이 불가능하도록 고안된 미국의 인터넷 사이트다. 다크웹은 특정 웹브라우저를 사용해야만 접속이 가능하고,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사이트 운영자와 이용자를 추적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아동음란물의 유통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아동음란물 10개 중 4개, 얼굴 노출

지난해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에 의해 구속된 손아무개씨(22)는 다크웹에서 아동음란물 사이트를 운영하며 수억원을 챙기다가 적발됐다. 손씨는 2015년 7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충남에 있는 자신의 집에 서버를 두고 다크웹에 음란 사이트를 개설했다. 그는 이곳에서 아동이 등장하는 음란물 동영상 22만여 건을 유통시켰고, 전 세계 이용자 120만 명을 끌어모았다. 결제수단은 수사기관 추적이 어려운 비트코인으로 받았다. 그가 이용자들로부터 받은 비트코인만 약 4억원에 달했다. 손씨는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SI)과 국내 경찰의 국제공조로 덜미가 잡혔다. 최근 전북지방경찰청이 적발한 B씨(35)의 경우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필리핀에 타인 명의 사이트를 개설하고 3년 동안 아동음란물과 몰래카메라(몰카) 등 불법 촬영물 7만여 건을 게시·유포한 것으로 드러났다.  

넷째는 SNS 등을 이용해 국내 청소년들에게 접근한 후 직접 나체 사진을 찍거나 찍어 보내게 하는 경우다. 이렇게 확보된 영상은 본인 동의 없이 유통시킨다. 다섯째는 피해 상대방이 전혀 알지 못한 상태에서 몰래 촬영한 음란물을 퍼트리는 방식이다. 주로 여자 화장실 등에 몰카를 설치하거나 직접 촬영해 영상을 확보한다. 여섯째는 길거리 등에서 청소년에게 접근한 후 “촬영하면 돈을 주겠다”고 유인하는 경우다. 인터넷에 의류 피팅 모델을 구한다는 광고를 낸 뒤 이를 보고 찾아온 가출 청소년들에게 음란물 촬영을 강요한 일당이 적발되기도 했다. 이들은 가출 청소년들에게 속옷 광고를 촬영하는 것처럼 속여 이와 무관한 성행위를 하도록 하고 이를 영상물로 제작했다. 

경찰청이 아동음란물을 단속한 후 전수조사한 것을 보면 시중에 유통 중인 아동음란물의 절반 이상이 국내에서 제작되고 있었다. 특히 국내에서 제작된 것 10개 중 4개는 청소년의 얼굴이 그대로 노출되고 있었다.  

국내와 외국의 아동음란물에는 여러 가지 차이점이 있었다. 일단 국내 것은 외국 아동음란물과 제작 방식 등이 달랐다. 외국의 것은 의도성을 띠고 있다. 영리 목적으로 유포하기 위해 상황을 연출한 후 촬영한다. 호텔·가정집·야외 등의 장소를 설정해 놓고는 전문 촬영 장비를 갖추고 있다. 촬영 장소의 주변도 깨끗하게 정리돼 있고, 동영상의 화질도 좋다. 이때 동영상은 제3자에 의해 촬영된다. 실제 국내에 유통 중인 외국 아동음란물의 약 95%는 제3자가 촬영한 것이다. 셀프카메라(셀카)는 4% 정도, 몰카는 1%가 채 안 된다. 

반면 국내 것은 다르다. 자체제작(자작)·셀카를 통한 촬영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제3자가 촬영한 것과 몰카는 그 숫자가 현저히 적다. 화질도 상당히 떨어진다. 대신 주변 상황이 여과 없이 그대로 전달되고, 자연스럽고 적나라하다. 주변을 의식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서 심각한 문제가 야기되고 있다.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하지 않거나 음성을 변조하지 않아 제2, 제3의 피해가 불가피하다. 촬영 장소 주변에 있는 교복과 이름표, 또 전화번호 등을 통해서도 신상이 노출된다. 유포자가 청소년의 신상을 공개하는 경우도 있다. 

(왼쪽)2018년 5월1일 서울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이 아동음란물 다크웹 사이트 운영자·이용자 검거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오른쪽)전북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인터넷 홈페이지에 아동음란물과 몰래카메라 등 음란물 7만여 건을 게시해 광고비를 챙긴 30대를 구속했다. ⓒ 연합뉴스
(왼쪽)2018년 5월1일 서울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이 아동음란물 다크웹 사이트 운영자·이용자 검거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오른쪽)전북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인터넷 홈페이지에 아동음란물과 몰래카메라 등 음란물 7만여 건을 게시해 광고비를 챙긴 30대를 구속했다. ⓒ 연합뉴스

음란물 유통 주범 ‘웹하드 카르텔’

아동음란물이 무분별하게 유포되는 배경에는 ‘웹하드 카르텔’이 있다. ‘웹하드 카르텔’은 보통 ‘동영상 올리기(업로더)-웹하드(유통)-필터링 업체(불법 파일 차단)-디지털장의사(불법 파일 삭제)’ 등 4단계 구조로 이뤄져 있다. 헤비업로더가 업체와 계약을 맺고 다수의 자료를 웹하드에 올리면, 웹하드 업체는 헤비업로더가 불법 동영상을 올리는 행위 등을 묵인하고 해당 파일을 유통시킨다. 그리고 불법 검색 목록을 차단하는 필터링 업체도 이들과 유착 관계를 맺고 이를 방조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의 범죄 행위다. 그는 웹하드 업체와 필터링 업체, 디지털장의 업체 등을 문어발처럼 거느리면서 불법 음란촬영물을 웹하드에 올려서 돈을 벌고, 이를 삭제해 준다며 또다시 돈을 벌었다. 

정부는 지난 1월 ‘불법 음란물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웹하드 카르텔 방지대책’을 발표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불법 촬영물에 대해선 법이 정한 최강의 수단으로 처벌해 달라”고 각 부처 장차관들에게 당부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웹하드에 불법 촬영물을 영리 목적으로 유통한 자는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단속에 나섰다. 하지만 얼마만큼 실효성을 거둘지는 미지수다. 단기간에 음란물 유통을 줄이는 효과는 거둘 수 있겠지만 완전히 근절하기에는 그 뿌리가 너무 깊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처벌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아동음란물 업로더 중 청소년 많다

아동음란물을 촬영하고 유통하는 이유는 ‘돈’ 때문이다. 청소년들이 자체 제작하거나 제3자가 촬영한 음란물은 학교 안팎에서 유포되는데 대부분 헤비업로더의 손에 들어간다. 이때 거래되는 금액은 수만원에서 수십만원 사이다. 

매겨지는 금액은 동영상의 내용과 화질 등에 따라 다르다. 아동음란물 유통의 본거지인 ‘웹하드’나 ‘P2P 사이트’는 회원제로 운영된다. 운영자는 업로더들이 올린 파일을 상대방이 다운로드할 때 필요한 사이버머니를 제공하고 이윤을 얻는다. 업로더들은 자신이 올린 파일의 다운로드 횟수가 많을수록 많은 돈을 챙긴다. 그렇다 보니 ‘김본좌’ 같은 직업적인 ‘헤비업로더’들이 탄생했다. 

헤비업로더들은 다른 사람의 개인정보를 도용한다. 한 달에 1만 기가바이트 정도의 파일을 올린다. 여기에는 컴퓨터 3~4대가 동원된다. 놀라운 것은 아동음란물 업로더 중에 청소년이 많다는 사실이다. 하루 평균 10만원 정도를 버는 것으로 알려졌다. 

VIP 헤비업로더는 한 달 수익이 수천만원에 달한다고 알려졌다. 헤비업로더의 성패는 ‘희귀 음란물’을 얼마나 빨리 그리고 많이 게시하느냐에 달렸다. 그렇다 보니 외국의 음란물을 들여오는 데 그치지 않고, 국내에서 제작된 음란물을 구입하거나, 돈을 주고 ‘음란물 셀카 촬영’을 의뢰하기도 한다. 단속을 피하기 위해 야간 시간대에 음란물을 올리고, 주간에는 내리는 게릴라식 활동을 한다. ‘대포폰’과 ‘대포통장’을 사용하며 흔적을 남기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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