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 ‘미세먼지 국경’이 없다…영국, 주변국과 협력
  • 방승민 영국 통신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4.01 15:00
  • 호수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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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모그 대참사’ 기억하는 영국, 24시간 비상저감조치 상황…주변국과 협력체제, 70년대 이미 마련

1952년 12월의 런던을 영국은 결코 잊지 못한다. 당시 발생한 스모그로 5일 동안 무려 1만200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런던의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난방연료로 석탄을 땔 때 발생한 이산화황(또는 아황산가스)이 영국의 습도 높은 겨울 공기에 섞여 런던을 뒤덮었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당시 10만 명에 이르는 런던 시민들이 런던 스모그로 인한 각종 호흡기질환에 시달렸다. 

이 사건을 통해 대기오염의 심각성을 깨달은 영국은 근본적인 대응을 위해 1956년 ‘청정 대기법(Clean Air Acts)’을 제정했다. 이를 통해 가정에서의 석탄 사용이 금지됐고, 석유·무연탄·가스·전기 등 대체 에너지원을 사용할 시 정부의 지원을 받았다. 도심지역에 무연 지구(Smokeless Zone)를 지정하고 정부가 지정한 무연 연료만 사용하도록 규제해 오염물질 규제를 강화했다. 공장 및 발전소도 도시 외곽으로 이전시켰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런던을 비롯한 영국 주요 도시들의 대기오염도는 영국뿐만 아니라 기타 유럽 국가 도시들에 비해서도 최악으로 손꼽힌다. 대기오염으로 인해 매년 약 5만 명의 영국인들이 사망하고 있다는 통계가 나오기도 했다. 영국 또한 최근 들어선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미세먼지·초미세먼지에 대한 걱정이 높아지고 있다. 

런던은 교통량이 많은 런던 시내 중심부를 평일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 사이에 통과하는 차량에 11.5파운드(약 1만8000원)의 혼잡통행료를 부과하고 있다. ⓒ  EPA 연합
런던은 교통량이 많은 런던 시내 중심부를 평일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 사이에 통과하는 차량에 11.5파운드(약 1만8000원)의 혼잡통행료를 부과하고 있다. ⓒ EPA 연합

영국, 차량에 ‘혼잡료’ 부과 등 강력한 규제

영국의 대기오염은 오랜 기간 주변 유럽 국가들에도 우려의 대상이 됐다. 2017년 영국은 이산화질소와 미세먼지가 유럽연합(EU) 대기오염 기준치를 초과해 유럽의회로부터 최종 경고를 받기도 했다. 경고를 받은 후 두 달의 유예기간 동안에도 기준을 준수하지 못해 현재 유럽재판소에 기소돼 있는 상태다. 

특히 영국 시민들은 브렉시트가 논의되던 무렵부터 영국이 EU에서 탈퇴할 경우, 비교적 자유로워지는 환경 규제로 인해 대기오염이 악화되지 않을까 우려를 나타냈다. 그러나 다수 전문가들은 2010년 도입된 영국의 대기 환경 기준 규제에 기존의 EU 기준이 그대로 반영돼 있어 브렉시트 후에도 현재와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뿐만 아니라 영국 정부는 까다로운 EU 환경 규제에 뒤지지 않는 독자적인 대기오염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여러 방면으로 힘써왔다. 2011년부터 배기가스 규제지역 지정 및 청정대기 지역 프로그램 준비 등에 약 3조원에 달하는 예산을 투입해 왔고, 2017년부터는 전기자동차 및 저공해 차량 지원에 2억9000만 파운드(약 4300억원)의 예산을 추가 투입했다.

혼잡통행료 부과 구역과 시간대를 알리는 표지판 ⓒ PPA 연합
혼잡통행료 부과 구역과 시간대를 알리는 표지판 ⓒ PPA 연합

미세먼지 외부 오염원 굳이 색출 안 해 

영국은 규제와 지원을 적절히 혼합 활용해 현 대기오염의 주원인으로 지목된 이산화질소·미세먼지 등으로 구성된 배기가스 발생량을 근본적으로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런던은 교통량이 많은 런던 시내 중심부를 평일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 사이에 통과하는 차량에 11.5파운드(약 1만8000원)의 혼잡통행료(Congestion Charge)를 부과하고 있다. 제도 시행 결과 교통량이 30%가량 감소하는 효과를 얻었다. 이 혼잡료 부과 구역은 곧 차량 배기가스 ‘초규제지역(Ultra Low-Emission Zone)’으로도 지정돼, 더욱 강화된 배기가스 배출 기준으로 통행 차량에 과금할 예정이다. 

영국은 이처럼 우리나라에서 비상저감조치(일 평균 미세먼지 농도 50㎍/㎥일 경우 발령) 때나 시행될 일들을 24시간 지속하고 있다. 그 덕에 지난해 기준 영국의 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22㎍/㎥으로, 같은 기간 40㎍/㎥을 기록한 서울의 절반 수준을 보였다. 과거 스모그 사건 이후 유럽 최대 대기오염국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한 갖은 노력이 최근 효과를 보이면서, 영국 시민들은 이제 24시간 미세먼지 저감조치를 당연한 일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유럽은 산업이 발달한 여러 국가가 밀접해 있는 만큼, 우리나라보다 국내외 오염원을 제대로 분별하기 어렵다. 국내보다 바깥에서 유입되는 미세먼지가 더욱 많아 국가 간 공동 대응은 필수적이다. EU 회원국들은 자국 미세먼지의 외부 오염원이 주로 어디인지 굳이 나서서 ‘색출’하려 하지 않는다. 대기오염의 경우 오염원을 특정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오래전부터 자리 잡혀 있으며, 오염이 기준 이상으로 심각한 국가에 대해 EU 차원에서 엄격한 사전 제재와 경고를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영국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은 자국에서 미세먼지가 발생했을 때, 주변 국가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는지를 자연스럽게 협력해 분석한다.

영국을 포함한 EU 국가는 일찍이 2001년부터 ‘특정대기오염물질 배출한도 지침(NECD)’을 마련해 회원국들에 이를 준수토록 했다. 이 지침을 위반한 경우 유럽사법재판소에 제소돼 무거운 벌금을 물게 된다. 실제 2016년 폴란드는 미세먼지 농도 기준을 초과해 유럽사법재판소에 서기도 했다. 또 지난해엔 독일 주요 도시의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기준치를 초과하면서 EU집행위원회에 자체적인 대기질 개선방안을 제출한 바 있다. 

이 같은 유럽의 대기오염 협력체제는 최근에 나타난 흐름이 아니다. 국경을 넘나드는 대기오염 물질에 대처하기 위해 1970년대 처음 다자간 환경협약인 ‘월경성 장거리 이동 대기오염 물질에 관한 협약(CLRTAP)’을 체결했고, 현재까지 유럽 각국은 물론 미국 등 51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그 무렵 극심한 산성비로 인해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의 오염이 심해지자, 해당 국가들이 국제기구에 조사를 요청해 주 오염원이 영국과 서독임을 밝혀내면서 이 같은 협력체제는 본격적으로 출발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극심한 미세먼지의 주 오염원 중 하나로 꼽히는 중국과 좀체 갈등을 줄이지 못하고 있다. 유럽의 전례를 빗대어볼 때, 미세먼지를 비롯한 대기오염은 결코 한 국가의 단독적 조치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도 대기오염에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한 한·중 혹은 한·중·일 협력체제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그 체제 안에서 관련 정보가 투명하게 공유돼, 좀 더 효과적인 해결책들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이러한 논의에 대해 중국이 여전히 예민한 입장을 보이고 있으며, 한국 역시 자칫 외교 문제로 확산될까 눈치 보기에 급급한 탓에 동북아 대기오염 협력체제는 아직 요원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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