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닝썬 게이트의 몸통은 승리가 아니다”
  • 하재근 문화 평론가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4.06 14:00
  • 호수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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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성범죄·탈세·공권력 유착 의혹 등 철저히 밝혀야

버닝썬 사건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승리에게 집중됐다. 승리가 버닝썬을 만들어 운영한 온갖 부정행위의 몸통이라는 것이 그동안의 인식이었다. 이후 정준영 휴대폰의 대화방 메시지가 공개되자 관련 연예인들을 향한 분노가 극에 달했다. 그 대화방엔 불법 촬영, 성접대, 경찰 유착 등 불법의 단서가 넘쳐났고 진상규명 목소리가 커졌다.

경찰이 명운을 걸고 대대적으로 수사에 나섰고 승리를 여러 차례 소환해 조사했다. 승리와 유인석 대표가 함께 만들었다는 유리홀딩스 등의 사업체 그리고 이들과 다른 연예인들이 만들었다는 주점 몽키뮤지엄 등이 조사 대상이 됐다.

성과가 있었다. 성접대 의혹 조사에서 일부 진척이 있었고, 유리홀딩스와 버닝썬의 자금 수천만원 정도를 횡령한 혐의, 몽키뮤지엄 탈세 혐의, 윤모 총경에게 콘서트 표 3장을 제공한 혐의, 불법 촬영 사진 1건 유포 혐의 등 승리에 대한 혐의점들을 찾아냈다. 정준영이 13건의 불법 촬영물을 만들어 유포한 혐의, 최종훈이 불법 촬영물을 1건 만들고 6건을 유포한 혐의와 음주단속 경찰에게 뇌물공여 의사를 표시하고 콘서트 표 3장을 윤 총경 부인에게 제공한 혐의도 잡았다. 이들이 참여한 대화방이 23개이고, 참여자가 모두 16명으로 연예인이 더 있다는 것도 알아냈다. 로이킴, 강인 등이 새롭게 지목됐다.

모두 승리와 유리홀딩스, 그리고 연예인에 대한 혐의들이다. 이 사태의 출발점은 클럽 버닝썬이었는데 버닝썬 자체에 대해선 별다른 말이 나오지 않는다. 연예인에게 관심이 집중됐다. 매체들은 승리 등 연예인의 의혹만 집중적으로 보도하고, 대중도 승리가 언제 구속되고 처벌될 것인지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경찰은 승리 처벌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처럼 보인다. 승리가 주인공이 된 사이에 정작 사태의 출발점이었던 버닝썬이 대중들의 뇌리에서 잊히고 있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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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누적된 사회문제 담겨

버닝썬 사건과 연예인 사건이 하나로 묶인 것부터가 문제였다. 하나의 사건으로 분류되다 보니, 버닝썬 사건을 다룬다면서 승리나 정준영 등을 ‘탈탈’ 터는 것으로 가름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버닝썬 사건 의혹이 승리 등에 대한 의혹으로 대체된 것이다.

버닝썬 문제에 집중하는 일부 누리꾼은 승리나 정준영의 문제를 제기한 기사에 비난을 퍼붓는다. 왜 버닝썬 사건에서 본질이 아닌 사소한 연예인 이야기를 하냐는 것이다. 이것도 별개의 사건들을 하나로 본 오해에서 비롯된 일이다. 승리, 정준영, 버닝썬 사건이 모두 중요하고 확실하게 규명돼야 하는 이슈들이다. 이 중 어느 하나를 이야기하기 위해 다른 이슈를 덮을 이유가 없다.

하지만 연예인 이야기에 버닝썬 이슈가 덮였다. 사태 초기엔 대화방 메시지들이 워낙 충격적이었고 유명 연예인의 주목도가 크기 때문에 그쪽에 관심이 몰리는 것이 당연했지만, 그 후엔 버닝썬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했는데 계속 연예인에게만 매달렸다.

버닝썬의 진실을 밝히려면 일단 실소유주와 운영 주체를 찾아야 했고 그러려면 먼저 지분 보유자들부터 조사해야 했다. 하지만 경찰과 매체 모두 다른 보유자들은 놔두고 버닝썬 지분 20%를 보유했다는 유리홀딩스의 동업자, 승리만을 몸통으로 몰아갔다. 기대를 모았던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별다른 근거도 없이 승리와 그의 친구들을 버닝썬 운영주체로 단정했고, 심지어 삼합회 연관설까지 제시했는데 여기에도 근거는 없었다. 승리를 답으로 정해 놓고 자극적인 시나리오만 제시한 것이다. 매체들은 심지어 승리가 조사받을 때 ‘풀메이크업’을 했다는 근거 없는 보도까지 내놓으며 승리 사냥에 나섰다.

버닝썬 사건이 중대한 이유는 오랫동안 누적된 심각한 사회문제가 여기에 있기 때문이다. 과거부터 나이트클럽과 관련해 마약, 성범죄, 탈세, 공권력 유착 의혹이 있었다. 버닝썬 등 강남 대형 클럽들은 바로 이 나이트클럽의 맥을 잇는 것으로, 그 의혹들도 그대로 계승했다. 

과거 강남 대형 클럽을 잠입 취재했던 주원규 작가는 클럽에서 벌어지는 부유층들의 일탈이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라고 했다. 마약, 성범죄, 불법 촬영, 공권력 유착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그때는 아직 버닝썬이 생기기 전이었다. 이것만 봐도 버닝썬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게 분명해진다. 아레나에 비하면 버닝썬의 문제는 ‘조족지혈’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바로 이래서 게이트인 것이다. 수많은 한국의 상류층 자제들이 강남 대형 클럽에서 일탈 행위들을 했고, 클럽 관계자들과 공권력이 그 뒤를 봐줬으며, 많은 여성들이 피해를 당했다는 의혹. 버닝썬 사건에선 이 부분을 밝혀야 한다. 하지만 경찰과 매체는 승리와 연예인들만 ‘탈탈’ 털고 있다. 그 사이에 다른 클럽들과 그곳에서 일탈을 즐긴 VIP들은 흔적을 지울 시간을 벌었을 것이다. 


버닝썬과 대형 클럽 문제 자체에 집중해야

연예인들 털 듯이 경찰과 매체들이 강남 클럽의 문제들을 집중적으로 캤으면 지금쯤 수많은 문제점들이 드러났을 것이다. 최근 마약 수사를 통해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로 알려진 황하나씨가 버닝썬 VIP 고객이며, 마약 혐의로 구속된 버닝썬 MD와도 친분이 있다는 진술이 나왔다. 의외의 경로에서 버닝썬 VIP 한 명이 드러난 것이다. 황하나씨는 과거 마약판매 행위가 적발되고도 무혐의를 받고, 그 후 또 다른 마약 수사에서 검찰이 수색영장을 가로막는 등 경찰과 검찰의 놀라운 비호를 받으며 마약을 상용한 혐의를 받는다. 지인들과 함께 투약했다고도 한다. VIP 한 명 나온 것에서 경찰, 검찰, 주변인들의 문제까지 줄줄이 드러났다. 또 다른 VIP들이 포착되면 더욱 충격적인 혐의들이 드러날 것이다. 한국 사회의 민낯을 드러낼 기회다.

그런 진실을 모두 밝히고 대형 클럽과 나이트클럽의 오래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버닝썬 게이트의 해법이다. 승리를 표적으로 정해 놓고, 연예인들에만 집중하는 식으로는 이 진실을 밝힐 수 없다. 버닝썬과 클럽들 그 자체에 집중해 조사한 결과 그 종착점에서 승리 이름이 나온다면 그때 승리를 버닝썬 몸통으로 확정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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