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열풍] ‘히어로’도 피해 가지 못한 ‘스크린 독과점’ 논란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19.05.13 08:00
  • 호수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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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 선택 존중한 배정” vs “영화 선택의 자유 훼손”

5월11일 토요일 용산 CGV에서 상영되는 영화 시간표를 살펴봤다. 12개의 상영관에서 《어벤져스: 엔드게임》 상영이 예정돼 있었다. 총 65회차. 나머지 20회차는 《걸캅스》 《명탐정 피카츄》 《판의 미로-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 등 6개의 영화를 1~2개 상영관에서 볼 수 있게 돼 있다. 《걸캅스》를 제외하고는 인기 시간대에 편성된 영화도 없다. 지난 3월 개봉한 어벤져스 시리즈 중 한 편인 《캡틴 마블》도 한 관에서 상영하고 있다. 3주 차에 접어든 지금도 58% 이상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는 《엔드게임》. 그나마 지금은 상황이 좀 나아졌다. 《엔드게임》은 개봉 첫날인 4월24일 전국 2760개 스크린에서 1만2545회 상영됐다. 개봉 첫날 상영 점유율은 80.8%. 개봉 4일째이자 첫 주말이었던 4월27일에는 무려 2835개 스크린이 배정됐다. 

《엔드게임》의 폭발적인 인기 배경이 블록버스터 영화를 선호하는 경향과 스크린 독점 시스템에 있다는 해석도 있다. 하재근 문화 평론가는 “한국 사람들은 유독 미국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데, 어벤져스 시리즈가 대표 상품이 됐다”며 “한국은 쏠림현상이 강한 나라다. 그 쏠림현상을 받아줄 수 있는 스크린 독점 시스템이 있었기 때문에 어벤져스 열기가 열풍으로 번질 수 있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개봉 전 역대 최고치인 230만 장으로 예매 기록을 갈아치웠고, 개봉일 역대 최고 오프닝 관객 수인 133만 명을 모은 ‘역대급’ 영화지만 스크린 독점 논란은 피해 가지 못했다. 작은 멀티플렉스의 경우, 《엔드게임》을 제외하고 볼 수 있는 영화가 없는 곳도 많았다. 전편인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때도 개봉 첫날 상영점유율이 80%에 육박해 스크린 독점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 연합뉴스
ⓒ 연합뉴스

극장에서 다른 영화를 찾기 힘들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스크린 상한제 도입 논의도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스크린 상한제를 반대하는 측에서는 시장논리’를 내세운다. 《극한직업》 이후 흥행작이 없던 극장들이 모처럼 맞은 어벤져스 시리즈 특수를 노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실제로 《엔드게임》이 개봉하기 전 《생일》 《요로나의 저주》 《미성년》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이 골고루 스크린에 걸렸지만 관객 확장으로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엔드게임》은 개봉 전 사전 예매만 200만 명을 넘어선 만큼, 관객이 원하는 수요에 맞춰 스크린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최근 “스크린 상한제 도입(특정 영화에 배정되는 스크린 수를 법으로 제한하는 조치)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며 “몇 % 수준인지는 이야기하기 어렵지만 법 개정 작업에 들어가 있어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영비법)’ 개정안은 6편 이상의 영화를 동시 상영할 수 있는 복합상영관에서 오후 1〜11시의 프라임 시간대에 한 영화를 50%를 초과해 상영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다. 한국영화 반독과점 공대위 준비모임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2019년 한국 영화산업에 대한 국민인식’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1%가 독과점으로 인한 영화 선택권의 침해를 경험했다고 답했고, 스크린 독과점 방지법을 시행하는 것에 76%가 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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