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 단독입수] 박근혜 ‘애매화법’ 정호성 ‘전전긍긍’
  • 특별취재팀: 구민주·김종일·김지영·오종탁·유지만 기자 (young@sisajournal.com)
  • 승인 2019.05.23 11:38
  • 호수 154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근혜-최순실-정호성 녹음파일 2탄
박근혜 “DMZ에 8차선 그냥 확 뚫어놓으면…하하….” 정호성 “문제는 좀 있을 것 같은데요.”

※연관기사
[시사저널 단독입수] 박근혜-최순실-정호성 녹음파일 2탄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에게 최순실씨가 ‘엄한 보스’였다면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일일이 챙겨줘야 할 상전이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과 최씨 두 사람 다 주어·술어가 불일치하고 애매모호한 화법을 구사했다. 정 전 비서관은 이런 이들의 지시를 듣고 따랐다. 정 전 비서관은 박 전 대통령보다 최씨와 전화통화할 때 더 긴장하는 듯했다.   

2013년 11월16일로 추정되는 전화 녹음파일에서 박 전 대통령은 정 전 비서관에게 연설문에 들어갈 신재생에너지 이야기를 하다가 느닷없이 청동기시대를 언급했다. 정 전 비서관은 박 전 대통령의 부정확한 표현에 건성으로 대답했다. 박 전 대통령의 애매모호한 화법에 정 전 비서관이 전전긍긍하는 모습도 보였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6년 3월21일 오전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박근혜 정부 청와대 제공, 시사저널
박근혜 대통령이 2016년 3월21일 오전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박근혜 정부 청와대 제공, 시사저널

박근혜 전 대통령(이하 박): 그다음에 여기 이제 에너지…. 신재생에너지에 창조경제를 하자 하는 부분에 이 말을 좀 넣으면 좋겠어요. 좀 노트를 하세요.

정호성 전 비서관(이하 정): 예, 대통령님.

: 그러니까 이제 석기시대가 끝나고 청동기시대로 넘어왔잖아요.

: 예 예.

: 그런데 석기시대가 끝나게 된 게 돌이 없어졌기 때문에 끝난 게 아니잖아요.

: 예.

: 그게 이제 청동기라는…. 그 어떤 그 나름대로의 그 당시의 기술로 그렇게 하니까 돌보다 훨씬 좋으니까 이제 그 청동기시대로 넘어가버린 거잖아요. 돌이 없어서가 아니라…. 

: 예.

: 마찬가지로 이 석유에너지, 자원 문제라든가 또 기후변화 대응 문제라든가 이것도…. 지금 그…. 어떤 화석연료라든가 그거가 없어서가 아니라…. 

: 예.

: 어떤 그…. 지금은 그때보다도 더 기술도 좋고 그러니까…. 그 과학기술이나 어떤, 이런 걸 통해서…. 이제 그…. 다른 에너지로 이렇게…. 응? 또 한 번….

시사저널이 입수한 ‘정호성 휴대전화 녹음파일’ 가운데엔 박 전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상황도 담겨 있다. 박 전 대통령은 ‘비무장지대(DMZ) 세계평화공원’ 조성 사업에 대한 청사진을 정 전 비서관에게 불러준다. 박 전 대통령은 DMZ 세계평화공원 사업을 2012년 대선 과정에서 공약하고 대통령 취임 후인 2014년 3월 독일 드레스덴 선언으로 구체화했다.
정 전 비서관은 현실적인 고려가 결여된 박 전 대통령의 DMZ 세계평화공원 조성안에 우려를 표명했다. 박 전 대통령은 정 전 비서관의 피드백에 수긍하면서도 “검토는 해 보라”며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  

: 피스 존(Peace Zone)…. 그러니까 단일화의…. 이건 그냥 설명으로. 단일화의 파고를 넘어…. 대선 정국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일반인이 상상하기 힘든…. 비무장지대 공동 개발하는 선도해서…. 적극적인 대북정책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 미래지향적인 국가 비전을 제시함으로써 젊은 층의 투표를 유인하고…. 개발 효과에 따르는 경제적 수익은 물론…. 긴장 완화에도 탁월한 효과가 예상된다, 그거예요. 

첫째는 DMZ는 총 길이 248km에다가 연면적이 907평방킬로미터…. 2억7000만 평이죠. 광대한 면적인데 이곳에 8차선 고속도로와 KTX 같은 고속철도를 건설해서 인천공항과 금강산을 한 시간 내에 잇는 세계적인 관광지대를 조성한다. 둘째로 남과 북이 공동으로 개발해서 개발이익을 균등 분배한다. 자세한 개발 내용은 생태공원을 만든다든지 공연장을 만든다든지. (대답이 없자) 여보세요?

: 예 예. 

: 체육시설, 사파리, 국제기구시설 호텔 등 이런 거. 세 번째는 공식적으로 휴전 상태임을 감안해 전쟁 당사국인 미국, 중국을 포함해서 4개국 공동체제를 구성해서 평화 정착과 위기관리에 참여한다. 그다음에 네 번째로는 참전 16개국도 저마다 참여시켜서 세계적인 평화지대, 가칭 세계평화지구…. 글로벌 피스 존이죠. 그걸 개발하면 남북 간 긴장 완화는 물론 세계적인 관광 명소가 될 것이다. 그래서 음…. 이게 내용이에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 씁…. 근데 이게 이제…. 그, 일단 DMZ를…. 지뢰 공동 제거하고 이런 부분에 대해서…. 안보 쪽으로 얼마나 위험할지 이 부분 한번 좀 체크를 해 봐야 될 것 같고요.

: 예 예.

: 그리고 지금 이건 지금…. 기존에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서 내놓은 안 이런 것보다도 훨씬…. 휴전선 자체가 거의 뭐 상당히 많이 무력화되는…. 

: 그렇죠.

: 그런 개발이기 때문에요…. 이게 외교안보뿐만 아니라 국방 이런 쪽에도 한번 다 문의를 해 보고 그다음에 이게 괜찮다 싶으면 좀 더 진척을 이렇게 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 예 예. 그러니까 이건 덜커덕 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좀…. 이거 갖고 좀 생각을 해야 되겠죠. 뭐 언뜻 들으시기는 어떠세요?

: 씁…. 좋은데…. 그동안 우리 남북관계에서 늘 전제조건으로 했던 게 핵 폐기인데요.

: 그렇죠, 예 예.

: 후보께서….

: 8차선을 그냥 확 뚫어놓으면…. 하하…. 사람들 불안하게, 그죠?

: 그리고 이제…. 이거는 남북경협 가운데서도 굉장히 최상위층의 아주 대대적인 경협이기 때문에 그동안 후보께서 말씀해 오신 연장선상에서 본다면 솔직히 북핵 문제를 그대로 두고 하기는 조금 문제는 좀 있을 것 같은데요…. 

: 한번 검토를…. 해 보세요.

: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 꼭 안 받아들여도…. ○○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거고 그러니까…. 

그러나 비무장지대 내에 남북한이 함께 평화공원을 설립한다는 DMZ 세계평화공원조성 사업은 북한의 호응이 없어 추진되지 못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