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삼성바이오 기업 가치 확 키워봐”
  • 특별취재팀: 구민주·김종일·김지영·오종탁·유지만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19.06.04 08:00
  • 호수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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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특검 수사기록에 “국민연금이 의도적으로 높게 책정” 진술 나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공단(국민연금)이 제일모직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제일모직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의 가치를 의도적으로 높게 책정했다는 진술이 최순실 특검 자료에서 확인됐다.

수사기록엔 국민연금이 삼성바이오의 기업 가치를 부풀려 제일모직의 가치를 높이려 했다는 진술이 상세하게 기록돼 있다. 특히 국민연금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비율 변동에 따라 국민연금이 1800억원대의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참석자들이 2015년 12월21일 인천 송도에서 열린 삼성바이오로직스 제3공장 기공식에서 발파 버튼을 누르고 있다. ⓒ 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참석자들이 2015년 12월21일 인천 송도에서 열린 삼성바이오로직스 제3공장 기공식에서 발파 버튼을 누르고 있다. ⓒ 연합뉴스

“삼성 합병비율 정당화하려는 것”

2016년 12월26일 검찰에 출석한 채준규 국민연금 리서치팀장에 대한 신문조서엔 채씨와 함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비율을 추산한 인사들의 진술도 함께 등장한다. 국민연금에서 실무를 맡았던 유아무개씨는 다음과 같이 진술했다.

“저와 신OO 선임, 채준규 팀장이 회의를 하면서 채준규 팀장이 저에게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기업 가치를 너무 낮게 산출한 것이 아니냐라고 이야기를 하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기업 가치를 확 키워봐’라고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유씨는 삼성바이오의 기업 가치를 가장 낙관적으로 평가하게 됐고, 이는 제일모직 기업 가치가 높여지는 결과로 나왔다고 진술했다. 유씨의 다음 진술이다.

“그런 지시를 한 채준규 팀장의 의도는 분명해 보였습니다. 제일모직 기업 가치를 높여, 결국 삼성이 발표한 합병비율을 정당화시키려는 것이었습니다.”

국민연금은 또 합병비율을 1대 0.64(삼성물산 1주를 제일모직 0.64주로 교환) 에서 수정 끝에 1대 0.35로 조정했다. 제일모직의 가치를 높게 잡은 것이다. 특검의 수사기록에는 이 같은 합병비율 조정으로 국민연금이 1800억원대의 손해를 볼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고 나온다. 다음은 2016년 12월26일 이수철 국민연금 투자전략팀장의 진술조서 중 일부다.

채준규 팀장은 “삼성물산의 손실은 제일모직의 수익으로 상당 부분 상쇄됨”이라고 하였는데 실제 합병비율이 1:0.45에서 1:0.35로 내려갈 경우 삼성물산에서 입은 손실을 제일모직에서의 수익으로 상당부분 상쇄가 되는 것인가요.

“합병비율이 1:0.45에서 1:0.35로 내려갈 경우 삼성물산에서 입은 손실을 제일모직에서의 수익으로 상쇄하고도 국민연금공단이 입는 손해가 1852억원입니다.”

그렇다면, 결코 상당 부분 상쇄된다고 보기 어려운 수준의 손해 규모가 아닌가요.

“네, 맞습니다.”

최종 합병비율은 1대 0.35로 결정됐다. 국민연금이 크게 손해를 보게 된 셈이다. 채씨는 합병 이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주식운용실장으로 승진했다. 합병비율에 대한 보고서에 압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을 수 있었지만 기소되지 않았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7월 내부 감사를 통해 채씨를 해임했다. 국민연금의 내부조사 결과는 검찰에 전달돼 이재용 부회장 재판부에 제출된 상태다. 향후 이 부회장의 대법원 판결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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