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클래스’ 손흥민, 몸값 오를 일만 남았다
  • 서호정 축구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6.08 10:00
  • 호수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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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알 마드리드·바이에른 뮌헨 등 대형 이적설 줄 이어
4주 기초군사훈련과 포체티노 감독 거취가 중요 변수

유럽에서의 첫 트로피를 들어올리려 했던 손흥민의 꿈은 아쉽게 무산됐다. 세계가 주목하는 월드클래스 공격수로 확실히 도약한 그는 축구 커리어의 가장 높은 곳에 올라섰지만 이제 출발일 뿐이라는 평가다. 만 27세, 손흥민의 전성기는 이제 막 시작됐고 그를 향한 슈퍼클럽들의 구애도 본격화되고 있다.

손흥민은 2일 스페인 마드리드의 완다메트로폴리타노에서 열린 토트넘과 리버풀의 2018~19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풀타임 출전했다. 후반 막판 손흥민이 전매특허인 중거리 슈팅을 포함해 세 차례나 리버풀 골문을 위협했지만, 토트넘은 전반 초반의 실점을 극복하지 못한 채 0대2로 패했다. 선배 박지성에 이어 한국 선수로는 두 번째로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나선 손흥민이었지만, 혼자만의 힘으로 빅이어를 드는 것은 역부족이었다.

6월2일 UEFA 챔피언스리그 토트넘과 리버풀의 결승전에서 풀타임 활약한 손흥민 ⓒ EPA 연합
6월2일 UEFA 챔피언스리그 토트넘과 리버풀의 결승전에서 풀타임 활약한 손흥민 ⓒ EPA 연합

손흥민 이적시장 가치는 1억 유로(약 1330억원)

그렇게 손흥민의 2018~19 시즌은 막을 내렸다. 정상에 서지 못해 또 눈물을 흘렸지만 이제 손흥민은 축구 레전드들이 인정하는 월드클래스 반열에 진입했다.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앞두고 UEFA가 손흥민과 리버풀을 대표하는 세계 최고 몸값 수비수 버질 판다이크의 대결 구도인 공식 포스터를 공개한 것은 상징적 사건이었다. 활약과 비례해 몸값도 오르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 산하 국제스포츠연구센터(CIES)가 발표한 자료에서 손흥민의 이적시장 가치는 1억 유로(약 1330억원)를 돌파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문제가 해결되며 주가는 한층 상승 중이다.

손흥민의 활약에 불이 붙자 이적설도 이어졌다. 이적시장에서 수천억원을 쓰는 이른바 슈퍼클럽들과 연결됐다. 손흥민이 프로에 데뷔하고 6년간 활약한 독일의 거인 바이에른 뮌헨이 가장 먼저 언급됐다. 베테랑 공격수인 아르연 로번과 프랑크 리베리가 한꺼번에 떠나며 리빌딩이 필수적인 바이에른은 긴 시간 손흥민을 주목해 왔다. 현역 선수 중 스타일상 로번과 리베리의 공백을 메울 가장 현실적인 카드고, 축구뿐 아니라 언어·문화가 익숙해 적응이 따로 필요 없기 때문이다. 바이에른은 1억 유로를 기꺼이 지불할 능력이 된다.

첼시도 수차례 언급됐다. 토트넘과 런던의 연고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첼시는 에당 아자르의 레알 마드리드 이적설이 불거지며 측면과 중앙을 모두 소화하는 공격수를 찾았다. 하지만 첼시는 최근 미성년자 선수 영입 문제로 FIFA로부터 2020년 여름까지 선수 영입을 할 수 없는 징계를 받았다. 현재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에 항소한 상태지만 기존 징계를 뒤집지 못하면 1년 동안 선수 영입은 금지된다. 손흥민 영입전에 끼어들 수 없는 상태다.

가장 최근에 이적설이 떠오른 팀은 레알 마드리드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유벤투스로 보낸 뒤 챔피언스리그 16강에서 탈락하고 단 1개의 트로피로 챙기지 못한 레알 마드리드는 지네딘 지단 감독의 복귀와 함께 ‘분노의 영입’을 준비 중이다. 이미 아자르 영입을 눈앞에 둔 레알 마드리드는 추가로 공격 자원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그 과정에서 손흥민의 이름이 나왔다. 출처는 리버풀의 공격수 사디오 마네였다. 올 시즌 리오넬 메시, 손흥민과 함께 챔피언스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쳐다는 평가를 받은 마네는 인터뷰에서 자신의 레알 마드리드 이적설에 대해 “그들은 아자르와 손흥민을 원한다고 얘기했다”고 반박했다. 아자르의 이적이 마무리 단계인 상황에서, 마네의 그런 발언까지 나오며 신빙성을 더하게 됐다. 손흥민은 5일 축구 국가대표팀 합류 후 인터뷰에서 레알 마드리드 이적설에 대한 질문을 받자 웃음만 짓고 답변을 거부했다.

변수는 기초군사훈련이다. 지난해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혜택을 받은 손흥민은 2020년까지 4주간의 군사훈련을 이수한 뒤 예술·체육요원으로 편입돼 특기분야에서 34개월간 활동해야 한다. 여름 휴식기를 활용해야 하는 손흥민으로서는 올여름, 그리고 내년 여름밖에 기회가 없다. 지난 4월 손흥민은 에이전트를 통해 대한축구협회에 올여름 훈련소에 입소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토트넘이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진출하며 타이밍이 미뤄진 상태다. 대한축구협회는 “훈련소에 입소하려면 일단 체육요원으로 편입 신청을 해야 하는데 아직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결승전 일정으로 스케줄이 애매해진 손흥민이 내년 여름으로 미룰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일반적으로 군사훈련은 선수들의 컨디션 유지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6주 훈련을 소화하는 국군체육부대(상무) 선수들의 경우 제 컨디션을 찾는 데 2~3개월가량 걸린다. 이적을 추진하면 새 팀에 빠르게 적응해야 하는데 큰 변수가 된다. 이 때문에 군사훈련과 이적 추진은 동시에 진행되기 어렵다.


“더 강한 팀 되도록…” 다음 시즌도 토트넘에서?

또 다른 주요 변수는 포체티노 감독의 거취다. 챔피언스리그 우승엔 실패했지만 토트넘의 전력을 극대화하며 유럽 최상위권 팀으로 끌어올린 지도력이 높이 평가받는 중이다. 지난 1년간 선수 영입이 없어 지쳤던 포체티노 감독이 현재 사령탑이 공석인 빅클럽의 오퍼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포체티노 감독의 능력에 크게 의존했던 토트넘으로선 가장 큰 전력 손실이다. 손흥민도 포체티노 감독에 대한 신뢰와 존경심이 절대적이다. 지난 4년 동안 팀에 안정적으로 적응하고, 자신의 기량을 최대치로 발휘하게 도와준 인물이기 때문이다. 포체티노 감독은 크리스티안 에릭센, 토비 알더베이럴트 등 올여름 이적이 예상되는 주축 선수의 공백을 메울 영입에 대한 투자를 보장할 때 남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 정황을 볼 때 올여름 확실한 오퍼가 없다면 손흥민은 신중한 입장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월드클래스로 인정받은 첫 시즌이기 때문에 포체티노 감독과 함께할 수 있다는 전제가 붙는다면 자신에 대한 신뢰가 돈독한 토트넘에 남아 자신을 더 증명하며 가치를 높이는 것이 현명한 전략일 수 있다. 기초군사훈련 이수 후 필연적으로 따르는 회복 시간도 토트넘에서 더 부담 없이 받을 수 있다.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끝난 뒤 손흥민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함께 이기고, 함께 지기 때문에 팀이다. 이 팀과 함께해 자랑스럽다. 다음 시즌 우리는 더 강해질 것이다”며 해시태그에 COYS를 붙였다. COYS는 ‘Come On You Spurs(힘내라 토트넘)’의 약자로 토트넘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슬로건이다. 다음 시즌에도 잔류할 여지가 있다는 해석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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