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간 ‘침대 전쟁’ 승자는 누구일까
  • 이석 기자 (ls@sisajournal.com)
  • 승인 2020.06.16 11:10
  • 호수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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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스침대·시몬스 점유율 최대 50% 추정…매출 늘지만 판관비도 큰 폭 증가 우려

국내 침대 시장은 에이스침대와 시몬스가 사실상 양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침대업계가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정확한 점유율 수치를 확인할 수는 없지만, 지난해 국내 침대 시장 규모는 1조3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이 중 에이스침대와 시몬스가 적게는 40%, 많게는 50%의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두 회사는 형제기업이다. 안유수 에이스침대 회장의 장남인 안성호 대표와 차남인 안정호 대표가 2001년 이후로 에이스침대와 시몬스를 각각 물려받아 경영을 하고 있다. 현재 안성호 대표는 에이스침대의 지분 74.6%(안유수 5.0%)를, 안정호 대표는 시몬스의 지분 99.9%를 보유하고 있다. 사실상 오너 2세들의 개인기업인 셈이다.

(2019년 말 기준, 자료: 금감원 전자공시 및 에프앤가이드) ⓒ뉴스뱅크
(2019년 말 기준, 자료: 금감원 전자공시 및 에프앤가이드) ⓒ뉴스뱅크
(2019년 말 기준, 자료: 금감원 전자공시 및 에프앤가이드) ⓒ뉴스뱅크
(2019년 말 기준, 자료: 금감원 전자공시 및 에프앤가이드) ⓒ뉴스뱅크

2000억대 벽 허문 시몬스, 수익성은 ‘글쎄’

최근 경영 성적표 역시 나쁘지 않았다. 지난해 에이스침대의 매출은 2774억원으로 전년(2450억원) 대비 13.2% 증가했다. 2015년을 제외하고 2010년부터 2018년까지 매년 한 자릿수 성장에 그쳤으나 지난해에는 장벽을 허물고 두 자릿수 성장을 일궜다. 같은 기간 시몬스의 매출은 2037억원으로 전년(1972억원) 대비 3.4% 증가하는 데 그쳤다.

겉으로 봐서 형제간 ‘침대 전쟁’의 승리자는 장남인 것이다. 안성호 대표는 대학 시절 매트리스 공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을 정도로 침대 사업에 관심이 많았다. 1992년 에이스침대에 입사한 이후에도 안 대표는 오랜 시간을 공장에서 보냈다. 2001년 아버지로부터 에이스침대 경영권을 넘겨받았지만 안 대표의 ‘현장 중심 경영’은 이어졌다. 수시로 공장을 방문해 근로자를 만나고, 작업 과정 역시 꼼꼼히 모니터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성호 대표가 제품의 품질 관리만큼이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대리점주다. 안 대표는 2016년 주요 상권 대리점 임대 시스템을 도입했다. 지역상권을 대표하는 거점 지역을 선별해 본사가 직접 토지와 건물을 매입한 후 건물을 신축해 대리점주에게 저렴하게 임대하는 제도다. 대리점 2세 경영주에게는 경영 교육과 직배송 서비스도 제공한다. 지난 2018년 ‘라돈 사태’로 침대업계가 직격탄을 맞았지만 에이스침대의 매출은 오히려 증가한 것도 이 때문으로 평가된다.

차남의 경영 성과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시몬스는 올해 처음으로 매출 2000억원의 벽을 돌파했다. 시몬스는 2001년 안정호 대표가 경영을 물려받은 후 급속도로 매출이 증가했다. 2001년 200억원대에 불과하던 연 매출은 2008년 500억원대를 돌파했고, 2013년에는 처음으로 1000억원을 넘어섰다. 지난해에는 매출 2000억원을 돌파하면서 외형이 20년여 만에 10배 가까이 커졌다.

‘침대 없는’ TV 광고 등이 그동안 안정호 대표가 공을 들인 마케팅 전략이다. 특히 안 대표는 지난해 시몬스 매장 수를 250여 개에서 150여 개로 줄이는 과감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당시 회사 안팎에서는 매출 감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결과는 반대였다. 매출은 오히려 매장 구조조정 전보다 늘어났다. 회사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매장 개편과 대리점 위탁 운영제 등을 통해 본사가 제품 배송과 설치까지 대신 하게 했다. 대리점주는 판매에만 집중하게 되면서 매장 한 곳당 평균 매출은 오히려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8년 1500억원을 들여 경기도 이천에 최신식 공장인 ‘팩토리움’을 오픈한 것도 매출 향상에 도움이 됐다. 이 공장은 최신 기술력을 갖춘 곳으로 해외 시몬스 직원들의 필수 견학 코스다. 2018년 론칭 행사 당시 안 대표가 직접 언론에 브리핑을 할 정도로 애정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영업이익의 경우 두 형제 간에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린다. 장남이 올린 지난해 영업이익은 499억원으로 전년(403억원) 대비 23.8% 증가했다. 영업이익률 역시 2017년 15%대에서 지난해 17.99%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차남은 반대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매출 2000억원대를 달성했지만, 영업이익은 106억원으로 전년(117억원) 대비 9.4%나 감소했다. 안 대표의 고민도 여기서 시작된다. 톡톡 튀는 광고와 마케팅, 매장 구조조정 등으로 일단 외형 성장은 이뤘지만, 광고비와 지급 수수료 등 판매관리비 지출이 늘어나면서 수익성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5년간 시몬스의 매출은 1418억원에서 2037억원으로 43.7%나 증가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257억원에서 106억원으로 58.8%나 감소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167억원에서 36억원으로 4분의 1 토막이 났다. 시몬스의 판관비가 2015년 531억원에서 지난해 1226억원으로 130.9%나 증가했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매출 증가율을 세 배 가까이 웃도는 수치다. 안정호 대표가 향후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낼지 주목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세력 넓히는 안유수家 대항마는 코웨이

에이스침대와 시몬스가 그동안 TV 광고를 통한 고가 이미지 전략을 펴왔다는 점도 주목된다. 에이스의 경우 ‘침대는 과학이다’라는 광고로 명성을 얻고 있다. 초등학교 학생들이 과학시험에서 ‘침대는 무엇이냐’는 질문이 나오자 ‘과학’이라고 답했다는 유명한 일화도 있다. 시몬스 역시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이라는 광고를 통해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얻었다.

하지만 후발주자들의 추격이 만만치 않다. 매트리스 렌털이라는 새로운 서비스를 앞세운 코웨이(옛 웅진코웨이)와 쿠쿠홈시스, 현대렌탈케어, 교원헬스 등이 최근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정기점검을 무기로 범에이스침대의 텃밭을 빠르게 잠식해 가고 있다.

특히 코웨이의 경우 업계 2위인 시몬스를 위협할 정도로 최근 빠르게 성장 중이다. 2018년 매트리스 렌털 매출은 1693억원으로 전년 대비 10%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에도 렌털 계정이 증가하면서 197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업계 2위인 시몬스를 턱밑까지 쫓아왔다는 점에서 향후 침대 시장에도 적지 않은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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