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장이 뭐길래] 시도지사와 맞먹는 제2의 지방권력
  • 호남취재본부 정성환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0.06.18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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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외에 수천만원 업무추진비·의전 등 ‘최고 대우’
‘막강 권한’ 집행부 정책·예산 심사에 영향력 행사도
의장직 발판 지방선거 영향력·단체장 도전 가능성 열려

“몸집을 키워라.”

광주·전남북 광역의회 의장선거에서 뛰고 있는 지방의회 의원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시도의회 후반기 의장직을 두고 더불어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과열되는 가운데 지방의회 의장이 가진 권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방의원들 가운데 각종 선거에 출마하면서 해당 지역구에서 배지 급을 높여 달거나 단체장이 된 지방의원 수는 많다. 지방의회는 여의도나 자치단체 행 열차를 타기 위한 후보들의 대합실이라고도 할 수 있다. 광역의회 의장에 오르면 승차 열차의 ‘급’이 달라진다는 얘기도 나온다. 

제8대 광주시의회 개원식에서 김동찬 의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광주시의회
제8대 광주시의회 개원식에서 김동찬 의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광주시의회

의장 경력 정치적 체급상승 도움될까?

모든 경우로 일반화하기는 다소 무리가 있지만 시도의장 경력은 국회의원과 단체장 등 선거에서 음으로 양으로 적지 않은 도움이 된다는 게 중론이다. 대표적인 성공사례는 호남지역의 경우 이형석 의원과 국창근, 김광수 전 의원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들은 각각 광주와 전남, 전북도의회 의장 출신으로 여의도에 입성했다. 21대 국회에 진출한 조오섭(광주북갑) 의원은 7대 광주시의원을 지냈다. 10대 전남도의장 출신인 명현관 해남군수를 비롯 최형식 담양군수, 전동평 영암군수, 강임준 군산시장, 유진섭 정읍시장, 임택 광주동구청장, 김진억 전 임실군수 등은 도의원 출신으로 단체장에 오른 케이스다. 

이처럼 광역의회가 국회나 자치단체로 가는 징검다리로 인식되는 데다 2년 후 지방선거와 직결된 탓인지 후반기 광주·전남북 시도의회 의장 선거가 어느 때보다 경쟁이 뜨겁다. 의사봉을 잡기 위해 치열한 경쟁이 펼치는 광역의회 의장은 어떤 자리인가. 의장은 자신의 정치적 위상을 높일 수 있고 적잖은 권한과 예우를 받는다. 연간 수천만 원의 업무추진비를 쓸 수 있는 데다 평의원과 비교조차 할 수 없고 광역단체장과 비교해도 절대 뒤처지지 않는 의전을 제공 받는 등 광역의원으로선 사실상 최고대우를 받을 수 있다.

이 뿐 아니다. 의장 자리를 발판으로 인지도를 높여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 선거 출마 등으로 체급 상승을 꾀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명예를 중시하는 정치인 특성상 의장직에 군침을 흘릴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지역정가의 한 인사는 “수많은 전현직 광역의원들이 배지 색깔을 바꾸기 위해 조용히 움직이고 있다”며 “2년 후 단체장 선거에서도 현직에 맞설 대항마로 시도의원을 우선순위로 꼽아도 손색이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의장에 주어지는 권한은?

전북도의회 정례회 개회식에서 송하진 전북지사 등 출석 공무원들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전북도의회
전북도의회 정례회 개회식에서 송하진 전북지사 등 집행부 공무원들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전북도의회

의장은 시민의 대의기관인 의회를 대표한다. 이에 걸맞게 시도의회 의장에겐 막강한 권한이 주어진다. 의장으로 선출되면 제일 먼저 의회 살림을 도맡아 처리하는 사무처 인사를 추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며, 사무처 직원들을 지휘하고 감독하게 된다. 시도의회 의장이 하는 대표적인 역할은 집행기관인 시의 수장인 시장의 권력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것이다. 특히 의회 기능직과 별정직, 계약직 공무원 인사권한도 갖고 있다. 여기에 시장과 도지사, 군수를 적절히 견제할 수도 있어, 2년 후 차기 단체장 선거와도 연관짓는 미묘한 흐름이 있다. 시도의회 의장은 어떤 정치력과 리더십을 보여 주느냐에 따라 다음 지방선거에서 ‘체급’을 높여 단체장 등에 출마할 수 있는 기회의 자리이기도 하다.

지방자치법 등에 따라 의회대표권, 의사정리권, 질서유지권, 의회사무 처리 및 감독권을 지닌다. 집회요구 공고권, 의결된 의안의 단체장 이송권에 단체장과 공무원 출석요구, 행정사무감사 보고나 서류제출, 증인출석 요구 등 위원회 행위도 의장을 거쳐야 한다. 또 미묘한 안건 등에 대해 일정을 조정하고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안건에 대해서는 본회의 의결을 얻어 특별위원회에 회부하는 권한을 갖고 있다. 자치단체 예산안과 결산안을 소관 상임위에 회부할 때 그 심사기일을 정할 수 있으며, 소관 상임위가 이유 없이 그 기간 내에 심사를 마치지 않을 경우 이를 예결위원회로 바로 회부할 수 있다. 

도지사·시장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의전을 받고 관용차량에 매월 수백만원의 업무추진비도 받는다. 광주시의회의 경우 의장은 월급 외에 연간 공식 업무추진비 5926만원을 받는다. 비서실에는 비서실 행정 5·6·8급 1명씩, 계약 7급 1명, 운전직 1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또한 운전원이 딸린 전용 승용차도 지급된다. 여기에 각종 행사장에서 상석을 차지하며 축사를 하는 것은 물론 지역을 넘나드는 행사를 통해 얼굴과 이름을 알리는 건 ‘덤’이다.

결국 광주·전남북 후반기 의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후보자들이 필사의 각축전을 벌이는 이유 중 하나가 이처럼 의장에 주어지는 매력적인 권한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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