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보다 무서운 저출산․고령화 [김상철의 경제 톺아보기]
  • 김상철 경제 칼럼니스트(전 MBC 논설위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8.27 14:00
  • 호수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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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의 가장 큰 리스크는 저성장…경제 활력 유지할 방법 찾아야

지난 8월11일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발표한 한국경제보고서는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8%로 제시했다. 역성장이긴 하지만, 전체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6월 예상치보다 0.4%포인트 상향 조정했는데 성장률 전망치가 상향 조정된 나라도 우리나라 말고는 없다.

하지만 정말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따로 있다. 경기는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는 법이다. 문제는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 잠재성장률이다. OECD는 2005년에서 2020년까지 한국의 평균 잠재성장률이 3% 수준이었지만, 2020년에서 2060년까지 40년간은 평균 1.2% 수준으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가장 큰 이유는 급격한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노동 공급이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했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인구 고령화가 노동 공급을 감소시키는 결과를 낼 수 있고, 노동 공급 감소는 잠재성장률을 낮추고 정부의 재정부담을 늘릴 것이라는 지적이다. OECD는 한국의 노령인구 부양 비율이 2060년 80%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2060년까지 40년간 평균 1.2%에 그칠 것이라는 OECD 지적이 나와 주목된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연합뉴스

OECD “2060년까지 잠재성장률 1.2%”

정부도 아는 사실이기는 하다. OECD의 지적을 굳이 인용하지 않아도 저출산과 고령화는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를 심각한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가장 큰 리스크다. 최정표 한국개발연구원장은 최근 “저출산과 고령화는 한국 경제가 직면한 가장 중요한 도전과제”라고 말했다. 올해만 봐도 출산율 0.8명대로의 추락은 기정사실이다.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2045년에는 우리나라가 일본을 넘어 세계 1위 고령화 국가가 될 거라고도 한다. 통계청은 한국의 고령인구 비중이 2019년 14.9%에서 2067년 46.5%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순위가 2030년쯤에는 15위, 2100년에는 20위로 밀려날 것으로 전망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우리 사회는 이미 고령화로 인해 달라진 환경을 경험하고 있다. 1990년대 중반부터 급격하게 진행된 고령화로 인해 지난 23년간 실질금리가 약 3%포인트 떨어졌다는 한국은행의 발표가 있었다. 기대수명이 늘어난 노인들이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해 저축을 늘리면서 금리가 떨어지고, 청년 노동인구가 줄면서 경제의 기초체력인 잠재성장률이 낮아지는 것이다.

노동인구의 고령화는 나이 든 사람의 증가 때문이라기보다는 젊은 인구의 감소 때문이다. 현재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그대로 유지되고 통계청의 인구추계가 맞는다면 55세 이상 경제활동인구는 2065년까지 크게 변화하지 않을 것이다. 반면에 같은 기간 동안 45세 미만 경제활동인구는 1300만 명에서 600만 명 미만으로 급감한다. 이로 인해 55세 이상 인력이 노동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9%에서 50%로 높아진다. 한마디로 청년이 노동시장에서 서서히 사라지는 것이다.

노인은 늘어나고 경제활동을 하는 젊은 인구는 줄어든다. 그만큼 재정부담도 늘어나게 된다. 조세연구원이 4대 공적 연금에 노령화와 보건지출과 연관된 기초노령연금과 건강보험, 노인장기요양보험 등 7개 항목을 합쳐 재정지출 규모를 추계한 결과를 보면, 2050년쯤에는 1000조원을 넘어 GDP 대비 18% 수준이 될 것이라고 한다.

물론 고령화 진전이나 인구 감소, 그에 따른 저성장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2100년에는 65세 이상 인구가 전 세계 인구의 25%를 차지할 것이라고 한다. 부작용이 큰 건 사실이지만 고령화와 인구 감소는 현실이다. 사실 이건 인류가 이룩한 귀중한 성취고 축복이기도 하다. 고령화는 복지 수준 향상과 의료기술의 발달 덕에 가능한 일이었다. 지금 지구촌 신생아의 기대수명은 68.6세에 이르렀고 2050년까지 76.2세로 뛰어오를 것이라고 한다. 이미 세계 24개국에서는 신생아 기대수명이 80세를 돌파했다. 고령화가 진전되고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경제의 활력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런 면에서 우리의 상황이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우선 여성의 고용률을 높이는 방법이 있다. 15세 이상 인구 중 취업자 비율을 의미하는 고용률에서 우리나라의 여성 고용률은 지난해에 드디어 50%를 넘었다. 하지만 아직도 남녀 고용률 격차는 20%포인트의 차이가 있다. 2017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에서 대학을 졸업한 25세에서 34세 사이의 여성 취업률은 69%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와 독일은 모두 80%가 넘는다. 역설적으로 우리는 아직 여성의 취업 기회를 늘릴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얘기다.

저출산 영향으로 대형 할인마트의 분유 매출이 크게 감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소년 인구 많은 북한에 기대감

기대보다는 효과가 제한적일 거라고 하지만, 우리에게는 북한도 있다. 고령화율을 보면 한국은 2018년 14%를 돌파해 이미 고령사회에 들어섰지만, 북한은 아직 10%를 넘지 않는다. 노령화지수도 북한은 50%를 넘지 않는다. 유소년 인구가 고령 인구보다 2배 이상 많다는 말이다. 우리는 무려 124%다. 아쉽지만 북한도 인구의 구조변화는 우리 못지않다. 워낙 통계가 부족해 정확하게 알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가 심각하다고 한다. 출산율은 이미 인구 대체선 2.1명 아래로 떨어졌고, 일부에서는 이미 인구 감소가 시작됐다고 보기도 한다. 그래도 우리보다는 낫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정치적으로 보면 노인들을 위한 제도적 환경을 만드는 일은 갈수록 정책의 우선순위가 높아질 것이다. 66세 이상 빈곤율 43.8%로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다는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은 문제다. 그래도 노인들에 대해 비교적 포용적인 사회구조와 전통, 제도는 우리가 가진 유리한 조건이다. 예전과는 다르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사회적 분위기가 다른 나라들보다는 노인들에게 낫다는 평가를 받는다.

흔히 정부가 2006년부터 150조원을 저출산 대책에 투입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고 비판한다. 비판할 일이 아니다. 그 돈으로는 턱도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의 무게를 정말 제대로 이해했던 사람은 노무현 대통령이 아닌가 싶다. 대통령으로 재임하던 시절,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화제가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에 이르렀다. 다른 말은 다 잊었지만 한마디만은 기억난다. 노무현 대통령은 나직하게 혼자 말했다. “사실 정부 예산을 모두 이 문제에만 써도 될까 말까 한 일일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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