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국민의당 통합, 약 될까, 독 될까 [배종찬의 민심풍향계]
  •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9.08 14:00
  • 호수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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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너지 효과 내려면 이념적 공감대 바탕으로 한 ‘유기적 결합’ 필요

보수 통합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에는 가능할까. 보수세력이 연합하거나 통합하면 약일까 아니면 독일까. 보수 통합 또는 연대는 선거를 앞두고 핵심 이슈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 2017년 대통령선거에서 보수층은 두 후보를 지지했다. 한 명은 전통적인 보수 지지층을 기반으로 한 홍준표 자유한국당(국민의힘의 전신) 후보였고, 또 한 사람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였다. 보수 기반이 무너진 가운데 치르진 대선이었지만, 홍 후보와 안 후보의 득표수를 합하면 문재인 당선자의 득표수를 뛰어넘는다. 

보수 통합 시도는 최근에 한 번 더 있었다. 국민의당과 합당했던 유승민 전 의원의 바른정당이 다시 분리되어 ‘새보수당’을 결성했다. 4월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보수 통합을 목표로 한국당과 통합했다. 그래서 정당의 명칭을 미래통합당으로 바꾸었다. 통합의 효과가 있었을까. 없었다. 한국당과 새보수당의 합당으로 탄생한 통합당은 통합 시너지 효과 없이 총선에서 참패를 당하고 말았다. 보수 효과는커녕 거꾸로 지지율이 더 빠지는 현상까지 벌어졌다. 당시 한국당과 새보수당이 합당하면서 내걸었던 가치가 몇 가지 있었다. 보수 이념을 재정립하고 탄핵의 강을 건너는 것이었다. 그러나 결국 두 정당의 지지층은 하나의 정신으로 그리고 한 팀으로 녹아들지 못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통합당은 ‘국민의힘’으로 당명을 바꾸게 된다. 침체된 정당의 분위기를 쇄신하고 다음 대선에서 정권을 가져오겠다는 의지로 이해된다. 국민의힘으로 당명을 바꾸면서 이름이 비슷한 국민의당과 연대 또는 통합 여부가 거론되고 있다. 내년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연대하고, 내후년에 이어지는 대선 전까지는 하나의 정당으로 합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연대 또는 통합은 약이 될까 아니면 독이 될까.

최근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보수 통합 논의가 정치권에서 거론되고 있다. 사진은 2016년 3월 《김종필 증언록》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김종인 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안철수 현 국민의당 대표) ⓒ시사저널 박은숙

외연 확장에 도움 되지만, 지지층 이탈할 수도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연대 또는 통합은 ‘외연 확장’ 차원에서 약이 된다. 정당 지지율만 놓고 보면 여전히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부동산 정책 논란이 가열되면서 더불어민주당과 통합당(국민의힘의 전신)의 지지율 차이가 얼마 나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가 있었다. 그렇지만 정치 프레임이 부동산 국면에서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전환되면서 달라졌다. 광화문 집회와 사랑제일교회발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평가는 다시 좋아졌고, 민주당 지지율도 올라갔다. 

리얼미터가 YTN의 의뢰를 받아 8월24~28일 실시한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40.4%, 통합당은 30.1%로 나타났다. 범여권으로 볼 수 있는 열린민주당까지 합하면 범민주 지지율은 44%가 된다. 통합당은 국민의당(4.6%)을 범보수로 포함하면 34.7%로 간신히 한 자릿수로 격차를 줄일 수 있다(그림①). 물론 산술적 합산이기 때문에 통합까지 하는 경우 실제 지지율은 달라질 수 있다. 그럼에도 따로 있는 것보다 선거를 앞두고 연대하거나 통합한다면 ‘외연 확장’이라는 외형적인 효과는 거두는 셈이다. 지지율이 확장되는 것뿐만 아니라 선거에서 경쟁자를 한 명 줄이는 효과까지 발생한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연대 또는 통합하면 좋은 결과만 있을까. 그렇지 않다. ‘결집 효과’를 감안한다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서로 다른 성질의 세력이 합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유기적 결합이다. 남북한 단일팀이 경기에서 힘을 발휘하는 이유는 능력 있는 선수들만 추린 이유가 있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정신적인 결합이다. 국민들의 기대와 남북한 단일팀이라는 상징성이 선수들로 하여금 정신력을 배가시키는 원동력이 된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연대나 통합 효과를 보려면 정치적인 유대 관계를 뛰어넘어 이념적 공감대가 만들어져야 한다. 양당의 지도부는 정치적 효과를 노려 연대나 통합에 힘을 기울이지만 정작 지지층은 이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될까. 지난 대선에서 보수 정치인들은 한국당과 바른정당 간 보수 통합을 거론했었다. 한국당과 바른정당이 후보 단일화를 시도했더라면 민주당의 문재인 후보를 누르고 대선 승리가 가능했을까. 그렇지 않다. 서로 이질적인 지지층들은 무리한 연대 또는 통합을 시도하는 경우 이탈하고 만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지지층은 서로 유기적인 결합이 가능할까.

리얼미터가 실시한 정당 지지율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정치적 이념으로 보수층과 중도층의 선호 정당을 분석해 보았다. 보수층에서 10명 중 6명은 통합당을 지지한다. 즉 보수층의 핵심 정당은 통합당이다. 그러나 국민의당에 대한 선호도는 2.1%로 열린민주당·정의당과 다를 바 없다. 중도층에서 국민의당 비율은 이보다 높은 6.5%로 나타났다(그림②). 국민의당 지지층은 보수 성향이 있지만 중도 쪽에 훨씬 가까운 속성이다. 통합당과 이질적이다. 정치인들 중심으로 합당하면 모르겠지만, 지지층들의 성질은 이질적이다. ‘결집 효과’ 차원에서 본다면 약이 아니라 독이 된다.

‘정책 교감’이 선행돼야

결국 정당 간의 연대나 통합은 정치적 잇속이 아니라 ‘정책 교감’이 선행되어야 한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연대 또는 통합을 시도하더라도 서로 다른 정책 방향이라면 합하지 아니함만 못한 결과를 가져온다. 가장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는 ‘재난지원금’에 대한 두 정당 지지층의 의견은 서로 다르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의 의뢰를 받아 8월25일 실시한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재난지원금 지급에 있어 보편지급을 선호하는지 선별지급을 선호하는지 여부’를 물어보았다. 전체 의견은 보편지급과 선별지급이 팽팽했다. 통합당 지지층은 보편지급 32.4%, 선별지급 37.8%로 오차범위 내 박빙으로 나타났다. 국민의당 지지층의 경우, 선별지급은 37.6%로 통합당과 거의 비슷했다. 반면에 보편지급은 18.9%로 통합당보다 훨씬 적었다. 비슷한 듯하지만 똑같은 의견이 아니다(그림③). 이념적으로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 세력이라면 정책적 공감대가 강하게 형성되어야 한다. 중요한 경제 이슈인 ‘재난지원금’에서 두 정당 지지층의 인식은 차이가 있다. 당 사이의 연대나 통합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정책 교감’이 중요한 이유가 된다.

2017년 대선을 앞두고 나왔던 보수 통합의 전문 용어가 ‘빅텐트’였다. 최대한 많은 세력을 하나의 텐트 안에 묶는다면 힘이 생긴다는 논리다. 그런데 빅텐트가 간과한 현실이 있다. 바로 시너지 효과가 있을지 여부다. 반강제적으로 결합한 정치적 연대는 좀처럼 힘을 발휘하기 어렵다. 유기적 결합이 그래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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