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아베] 스가, 여섯 살 아래 아베에 철저히 자신 낮춘 ‘2인자’
  • 임수택 객원편집위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9.08 10:00
  • 호수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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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총리 유력한 스가 관방장관, 명문가 출신 아베와는 대조적인 ‘흙수저’

일본의 차기 총리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술도 담배도 하지 않는, 마치 수도승 같은 이미지의 소유자다. 박력 있고, 필요에 따라서는 거칠기도 한, 정계에서 아주 드문 성격의 인물이다. 하지만 지난 7년6개월에 걸쳐 관방장관직을 수행하면서 아베 총리 다음으로 인사권 등 절대 권력을 행사해 온 사람이다.

그는 역대 최장수 관방장관이다. 특히 아베 정권이 과거 관료 중심에서 총리 산하의 관방실 중심으로 국정을운영했기 때문에 그의 영향력은 과거 그 어느 정권보다 막강해졌다. 그는 관방장관에 취임한 이후 자택인 요코하마에 가지 않고 관저에 머무르며 업무를 처리하고 있는 강골이다. 그는 자기 관리가 철저하기로 소문난 사람이다. 새벽 5시에 기상해 주요 신문과 방송을 전부 체크하고 점심도 특별한 일정이 없는 경우 관저에서 혼자 소바를 먹으며 오후 일정을 준비한다.

ⓒEPA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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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문제 등 기본 시각, 아베 총리와 다르지 않아

스가 관방장관은 1948년생(72세)으로 아키타현 유자와시에서 빈농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고향에서 고교를 졸업한 후 도쿄로 와서 골판지 제조 공장에 취직하며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미래가 없다고 생각한 그는 이후 법정대학 야간학부를 졸업하고 민간기업에 취직했으나 정치에 대한 관심을 버리지 못해 오코노기 히코사부로 전 통산산업대신의 비서로 들어가 정치의 길에 들어섰다.

이후 요코하마시 시의원을 거쳐 1996년 중의원에 당선되었다. 빵과 케이크 등 단 음식을 즐긴다. 취미는 강 낚시, 골프, 해외여행인데 관방장관 취임 이후에는 그나마도 자숙하고 있다. 흙수저의 전형인 그의 좌우명은 ‘의지가 있으면 길은 있다’다.아키타현 출신인 그가정치적·지역적 기반이 전혀 없었던 요코하마에서 시의원과 중의원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365일 거리에서 매일 가두연설을 한 집념의 결과라고 한다. 고향 납세, 일왕 거처의 일반인 공개 등은 그가 주도적으로 펼친 대표적인 정책이다.

파벌 정치에 일정 거리를 두면서 중견 및 젊은 의원들과 공부 모임을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아베 정권의 지지 기반을 공고히 하기 위해 활용하고 있는 아주 냉철하고 현실적인 정치 전략이다.아베 총리보다 나이가 여섯 살 위지만 항상 자신을 낮추는 모습이 몸에 배어 있다. 이런절제된 처신이 롱런의 이유라고 한다. 하지만 관료 인사나 주요 정책 결정 과정에서는 자신의 입장을 분명하게 피력한다는 평을 받는다. 특히 관가의 그림자 총리, 역대 최강의 관방장관으로 강함과 유연함을 적절하게 구사하는 인물이다.

아베 총리와 스가 장관은 출신 배경과 성장 배경이 너무나도 대조적이다. 최고의 명문가 집안 출신의 아베와 흙수저 출신 스가. 하지만 이 대조적인 관계가 상호 보완작용을 한 것이 장기집권을 안정적으로 이끌어온 요인 중 하나이기도 하다.이제 아베 총리가 건강상 이유로 사임함으로써 그 한 축이 무너졌다. 스가 장관은 보좌의 자리에서 총리라는 1인자의 자리에 올라갈 유력 후보자로 부상하고 있다.

총무대신과 관방장관 경험이 풍부하기 때문에 관료 사회에 대한 이해와 관리 및 협상 능력 등은 탁월하지만 외교·국방·경제·교육 문제 등에 대처하는 능력은 미지수라는 의견이 일본 내에서도 다수다. 한·일 문제에 대한 기본 시각은 아베 총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만약 그가 총리가 되는 경우 다소 변화된 입장을 취할지는 모르겠지만, 그간의 발언과 자신의 지지 세력인 아베 총리 그리고 아소 부총리의 영향력을 감안하면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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