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물어 죽인 맹견, 견주는 처벌될까? [남기엽 변호사의 뜻밖의 유죄, 상식 밖의 무죄]
  • 남기엽 변호사 (kyn.attorney@gmail.com)
  • 승인 2020.09.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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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화 - 반려견 물어 죽인 맹견, 견주는 처벌되지 않는다

“사교성은 고독을 즐길 수 없는 무능한 자들이 장착한 기술이다” - 아르투어 쇼펜하우어(Arthur Schopenhauer)

쇼펜하우어는 사람 사귀기를 좋아하지 않았다. 자신 같은 천재를 알아보지 못하는 현실에 분노했다. 같은 학교 강단에 섰던 ‘인기 교수’ 헤겔과 비교되며 학생들에게 신경질적으로 대했다. 

특히 여자를 멀리했다. 심지어 “나는 여자보다 개가 좋다”고 했다. 실제로 쇼펜하우어는 자신의 반려견 푸들을 끔찍이 아꼈다.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라(Qu'ils mangent de la brioche!)”와 비슷한 말조차 한 사실이 없음에도 지금까지 오해받는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도 반려견 파피용을 살뜰히 챙겼다. 그녀가 처형될 때 파피용은 주위를 돌며 짖기를 멈추지 않았다.

반려견에 대한 위인들의 사랑은 역사적이다. 찰스 다윈 역시 테리어 품종을 키우며 진화론의 영감을 얻었고, 비글호 항해 중에도 개들의 안부를 편지로 챙겼다. 악인으로 기억되는 히틀러는 나치당과 함께 세계 최초로 동물보호법을 제정했다.

인간과 동물의 관계 재설정은 제도 전반에 사각지대에 보완을 요구한다 ©남기엽
인간과 동물의 관계 재설정은 제도 전반에 사각지대에 보완을 요구한다 ©남기엽

저마다 자식이 소중하듯, 반려견도 소중하다. 반려견은 적어도 키우는 당사자에게는 대부분 가족과 동등한 지위를 누린다. 그러므로 반려견에 대한 타인의 공격은 가족, 나아가 자기 자신에 대한 공격과도 같다. 사랑은 깊다.

그리고 때론 맹목적이다.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르는데 개의 속을 알 리가 없다. 덩치 큰 개가 지나갈 때마다 놀라지만 우리 개는 안 문단다. 입마개 안 한 맹견 사고 뉴스는 하루가 멀다 하고 보도되지만 아직 한 번도 남을 물지 않은 우리 개는 안전하다. 그렇게 주변 ‘인간’들과 불편한 동거가 계속된다.

맹견은 사람보다 같은 종을 만날 때 더 사납다. 개를 만나면 으르렁대다 날카로운 이빨로 물고 때론 죽이기까지 한다. 공격당한 반려견의 견주는 가족을 잃은 슬픔에 빠진다. 물어 죽인 맹견의 견주는 처벌될까.

처벌되지 않는다.

개는 생명이지만 법률상 ‘재물’로 간주된다. 소, 돼지, 닭이 인간의 식재료로 무참히 도살되는 지금 개만 특별 대우할 이유가 없어서다. 따라서 개가 죽으면 그것은 ‘살인’이 아닌 ‘손괴’가 된다. 그래서 재물손괴의 문제가 된다.

또 견주가 맹견 관리를 소홀히 했다 하더라도 이는 ‘과실’에 불과하다. 우리 형법은 재물손괴를 고의범에 한해 처벌할 뿐, 과실범은 처벌하지 않는다. 따라서 맹견관리릇 소홀히 하여 다른 반려견을 물려 죽게 했다 하더라도 견주를 형사처벌할 수 없다. 죄형법정주의 원칙상 ‘과실손괴’를 처벌할 근거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형벌의 목적에는 교화, 예방 등이 있지만 ‘응보(應報)’도 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선 발휘될 수 없다. 피해견주는 물어죽인 개의 안락사를 요구할 수도, 가해견주의 처벌을 요구할 수도 없다. 그저 물건에 매겨진 몇십만원 값어치의 보상 정도 기대할 수 있을 뿐이다. 반려견을 잃은 견주가 공허한 심적 위로에 휘둘리는 사이 가족같은 개에 대한 사랑과 재물로 취급하는 법률 일반 사이의 간극은 점점 벌어진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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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소중한 가족을 잃었는데도 ‘물건’으로 취급할 수 있습니까?”

가족이자 친구인 반려동물을 물건 취급하는 자체에 부당함을 느끼는 이들도 증가하지만 이 경우 또다른 문제가 남는다. 최근 주목 받는 반려뱀, 반려곤충에 관상어까지 재물성을 부정하고 인격을 요구하면 혼돈이 시작될 것이다. 

반려 동물이라 해서 인격을 부여하여 사람과 같은 국가보호의무를 지울 수는 없다. 그러나 법상 ‘재물’ 취급 되더라도 동물에 대한 사회적 인식, 인간과의 관계 등을 고려할 때 견주에게 보통보다 강화된 주의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필요해 보인다. 개는 견주의 공동체에 대한 배려가 함께 할 때 비로소 훌륭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남의 반려견 물어 죽인 맹견, 견주는 처벌되지 않는다.
 
사족1: 위 사례의 경우 견주는 동물보호법 제13조의2 제1항 제2호 위반으로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물론 이는 형사처벌이 아니다.

사족2: ‘위험한 개’를 따로 분류하여 관리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견종별 분류를 할지, 개체별 분류를 할지도 논의가 요구된다. 오스트레일리아는 이미 개물림 사고를 야기한 개를 따로 분류하여 ‘위험한 개(dangerous dog)’로 관리하며 견주에 더욱 많은 조건을 부과하는데 참조할 만 하다.

남기엽 변호사대법원 국선변호인서울지방변호사회 공보위원서울지방변호사회 형사당직변호사
남기엽 변호사
대법원 국선변호인
서울지방변호사회 공보위원
서울지방변호사회 형사당직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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