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N! ‘우승 청부사’ 무리뉴의 2년 차 구상 중심에 서다
  • 서호정 축구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10.24 16:00
  • 호수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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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원톱’ 시대 활짝…EPL 득점 선두 등 역대급 페이스 

“평점 10점 만점” “도저히 막을 수 없는 존재” “수비수에게 지옥을 선사한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리오넬 메시 등 세계 최고의 골게터에게 어울릴 만한 찬사가 매 주말 손흥민에게 쏟아지고 있다. 2020~21시즌 개막 후 득점 페이스가 경이롭다. 손흥민은 10월19일 홈구장인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웨스트햄과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5라운드에서 1골 1도움을 기록했다.

경기 시작 45초 만에 골대 오른쪽 구석을 가르는 시원한 선제골을 터트렸다. 리그 7호 골로 득점 선두가 됐다. 7분 뒤에는 해리 케인의 추가골까지 도왔다. 토트넘은 3대0으로 앞서다 손흥민이 교체된 뒤 남은 10분 동안 3골을 허용하며 다 잡은 승리를 놓쳤다. 그만큼 손흥민의 위력은 더 돋보였다. 

토트넘의 손흥민(오른쪽)이 10월4일(현지시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2020~21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4라운드 원정경기에서 팀의 두 번째 골을 넣은 뒤 동료 해리 케인과 기뻐하고 있다. ⓒAP연합

수비 부담 던 ‘특급 해결사’ 손흥민, 개막 후 5경기서 7골

손흥민은 잦은 국제대회(월드컵·올림픽·아시안게임) 차출과 부상으로 시즌 초반에는 부진하다 11월부터 본격 폭발하는 ‘슬로 스타터’에 익숙했다. 하지만 2018년 여름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혜택이 걸린 국제대회에서 해방된 지난 시즌부터 그 약점마저 극복했다. 올 시즌의 페이스는 가히 역대급이다. 정규리그 5경기에서 7골 2도움, 유로파리그 2경기에서 1골 2도움을 올려 시즌 7경기(10월21일 기준)에서 8골 4도움을 기록 중이다. 경기당 공격포인트가 1.7개에 육박한다.

내용도 탁월하다. 사우샘프턴과의 EPL 2라운드에서는 무려 4골을 터트렸다. 햄스트링 부상을 극적으로 치료하고 돌아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원정에서는 2골 1도움을 기록, 팀의 6대1 대승을 이끌었다. 과거 맨유와 좋지 않은 작별을 한 조세 무리뉴 토트넘 감독의 올드 트래퍼드 방문으로 눈길을 모은 이 경기에서 손흥민이 최고의 활약을 펼치자 스포트라이트와 극찬이 쏟아졌다. 

득점 1위 손흥민, 도움 1위 케인을 앞세운 토트넘은 현재 경기당 3골로 EPL에서 가장 막강한 공격력을 자랑한다. 지난 시즌 도중 부임한 무리뉴 감독은 1년 차의 답답했던 공격과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올 시즌 무리뉴 감독은 2년 차 구상의 중심에 손흥민을 세웠다. 여전히 세계 최고의 축구 지도자로 꼽히는 무리뉴 감독이 “손흥민과 함께하는 건 행복한 일이다”는 극찬을 할 정도로 그에 대한 신뢰가 확실하다.

잉글랜드 국가대표인 알리를 과감히 배제하고 손흥민을 최전방에 세운 채 ‘주포’였던 케인을 그 아래에 세우는 발상의 전환을 했다. 케인은 이타적인 플레이도 뛰어난데, 주력과 결정력이 좋은 손흥민과 환상의 호흡을 보이는 중이다. 사우샘프턴과의 2라운드에서 손흥민의 4골을 케인이 모두 도우며 무리뉴 감독의 판단은 적중했다. 

여름 이적시장에서 적극적인 선수 보강으로 손흥민이 짊어진 과도한 전술적 역할도 덜어줬다. 양 풀백을 정비했는데 특히 손흥민이 중앙과 더불어 가장 선호하는 위치인 왼쪽 측면을 지원하기 위해 떠오르는 신성인 세르히오 레길론을 영입했다. 레길론의 적극적인 공격 가담은 벌써부터 손흥민과 시너지 효과를 내는 중이다. 허리에도 수비력이 좋은 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가 합류해 공격진의 수비 가담을 덜어줬다.

가장 기대되는 영입은 역시 가레스 베일이다. 잦은 부상에 전성기는 지났지만 한때 호날두·메시와 경쟁한 슈퍼스타가 임대 방식으로 7년 만에 친정팀으로 돌아왔다. 특히 큰 경기에서 늘 강한 ‘빅게임 플레이어’로 레알 마드리드에 13개의 트로피를 선사한 베일의 경험은 우승 DNA가 부족한 토트넘에 큰 자산이 될 수 있다. 

무리뉴 감독은 손흥민과 케인 콤비에 베일을 추가한 일명 ‘KBS(케인-베일-손)’ 라인으로 공격력을 극대화하길 원한다. 과거 레알 마드리드의 ‘BBC(베일-벤제마-호날두)’, 바르셀로나의 ‘MSN(메시-수아레스-네이마르)’처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공격 조합의 탄생이다. 최근 챔피언스리그와 EPL 우승을 연달아 차지한 리버풀도 마네-피르미누-살라의 ‘마누라 라인’ 위력을 톡톡히 경험했다. 각기 다른 장점과 공격 옵션을 지닌 선수들이 조화를 이룰 때 상대 수비를 완벽히 깰 수 있다.

무리뉴 감독은 손흥민과 케인 콤비에 베일을 추가한 일명 ‘KBS(케인-베일-손)’ 라인으로 공격력을 극대화하길 원한다. 과거 레알 마드리드의 ‘BBC(베일-벤제마-호날두)’, 바르셀로나의 ‘MSN(메시-수아레스-네이마르)’처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공격 조합의 탄생이다. ⓒ연합뉴스

토트넘, 손흥민과 팀 최고 대우의 재계약 협상 돌입

손흥민은 맨유전 멀티골로 과거 분데스리가에서 98골을 넣었던 차범근 전 감독을 넘어 한국인 최초 빅리그 100골 고지에 올랐다. 이제 손흥민은 한국과 아시아의 굴레를 벗어나 ‘월드클래스’ 그 자체로 인정받기 위한 도전에 나선다. 한 시즌 EPL 최다골이 2016~17시즌의 14골인 그는 이제 20골 이상과 리그 득점왕까지 노린다.

또 다른 중요한 목표는 우승 타이틀이다. 손흥민은 함부르크·레버쿠젠·토트넘을 거치는 동안 우승과 인연이 없었다. 2018~19시즌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이 가장 우승 가까이 갔던 순간이다. 무리뉴 감독은 포르투·첼시·인터밀란·레알 마드리드·맨유를 거치며 항상 2년 차에 트로피를 들었다. 올 시즌 무리뉴 감독의 구상과 손흥민의 엄청난 페이스가 끝까지 이어진다면 자신의 첫 트로피를 획득할 수 있다. 

토트넘도 손흥민의 가치를 인정하고 있다. 그 증거가 이른 재계약 추진이다. 여름 이적시장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토트넘은 기존 선수들과의 재계약 협상에 집중할 차례인데, 손흥민이 최우선 대상이라는 게 영국 언론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2015년 토트넘에 입단한 손흥민은 2018년에 5년 재계약을 맺었다. 일반적으로는 잔여 계약을 2년가량 남겨놓고 협상 테이블이 마련되는데 손흥민은 그보다 일찍 토트넘의 새로운 계약 조건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 시즌을 기점으로 유럽의 모든 빅클럽이 노리는 공격수가 된 손흥민을 향한 관심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2023년까지 계약된 손흥민의 현재 연봉은 약 110억원으로, 약 154억원의 케인과 은돔벨레에 이은 팀 내 3위다. 재계약하면 주급 20만 파운드 이상, 연봉 환산 시 150억원 이상이 확실시된다. 토트넘은 명실상부한 에이스가 된 손흥민의 기능적 역할만 주목하는 게 아니다. 팀에서 6년 차를 맞은 선수답게 동료들을 아우르는, 소위 ‘인싸’ 역할까지 하고 있다. 일례로 손흥민은 최근 영입된 브라질 출신 공격수 카를로스 비니시우스를 적극 챙겨 주목받았다. 손흥민은 “비니시우스가 영어를 잘 못해 어색할 수 있다. 나도 처음엔 서툴렀다. 그 기분을 알기 때문에 돕고 싶다”고 설명했다. 

독일어에 이어 영어도 완벽하게 습득한 손흥민은 선수단 내 화합을 책임지는 리더다. 지난 8월 아마존 프라임을 통해 공개된 토트넘의 팀 다큐멘터리에서도 손흥민은 잉글랜드의 간판 선수인 케인과 알리, 주장인 프랑스 국가대표 골키퍼 위고 요리스와 동등한 비중으로 다뤄졌다. 팀원들과 좋은 관계를 맺는가 하면 라커룸에서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며 요리스와 대립하는 부분도 인상적이었다. 경기장에서는 중요한 역할을 소화할 수 있지만, 라커룸을 비롯한 생활 면에서는 겉돌 수밖에 없던 아시아 선수에 대한 편견과 한계까지 완전히 넘어선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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