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의 최대 자본은 ‘돈’ 아닌 ‘평판’ [이형석의 미러링과 모델링]
  • 이형석 한국사회적경영연구원장․KB국민은행 경영자문역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11.12 11:00
  • 호수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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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판 주도 시대에 맞춰 비즈니스 모델도 변화…구글·아마존 등도 관련 사업 뛰어들어

1999년 코스피와 코스닥처럼 정치인을 투자상품으로 한 모의 주식시장 ‘포스닥’이 세간의 화제를 모았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을 비롯한 20명의 정부 각료와 국회의원 299명이 투자 대상이었다. 이용자들은 초기에 사이버머니 100만원을 지급받은 후, 사이버 투자분석가들이 제공하는 투자정보를 바탕으로 원하는 정치인의 주식을 사고팔 수 있었다. 

한창 인기를 끌던 99년 7월10일자 주가를 보자. 김대중 대통령 7만1000원, 무소속 정몽준 의원(현 아산재단 이사장) 4만7000원, 노무현 국민회의 의원(전 대통령) 4만1500원,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 3만5000원이었다. 또 종목별로는 무소속이 625.54로 선두, 정부 392.69, 국민회의 172.65, 자민련 146.10, 한나라당 120.17포인트 순이었다.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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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평판 관리 비즈니스 모델 ‘포스닥’

흥미로운 점은 대다수 언론이 다음 대선에서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의 당선을 예측했다는 점이다. 유일하게 노무현 의원이 당선될 것으로 예측한 매체가 있었는데 바로 포스닥이었다. 포스닥의 설립자는 당시 연세대 학생이던 신철호씨. 그는 현재 사진공유 서비스 업체 OGQ의 대표이사로 있는 인물이다. 웹의 태동기에 주식시장 알고리즘으로 정치인의 평판을 분석했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서비스로 기억되고 있다.

우리 사회는 현재 평판(Reputation)이 화폐나 상품보다 우선시되는 시대로 넘어왔다. 농경사회에서는 지주가 패권을 가졌고, 산업사회에서는 돈 많은 사람이 패권을 잡았다. 그러나 네트워크사회에서의 자본은 바로 네트워크에 떠다니는 평판이 주도하고 있다. ‘평판 주도’ 시대가 온 것이다.

대표적인 선도업체는 2006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설립된 평판닷컴(Reputation.com)이다. 연방판사였던 창업자 마이클 페틱은 당시 마이스페이스(MySpace)나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미디어에 노출된 개인정보가 심각하게 훼손되는 사례를 보고 이를 방어할 방법을 찾아냈다.

여러 소셜미디어의 게시물과 리뷰에다 설문조사를 곁들여 평판점수를 매겼다. 이렇게 분석한 정보를 SaaS(Software-as-a-Service) 플랫폼을 구축해 기업에 제공하면서 크게 성공했다. 기업은 평판이 브랜드 구축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고객 리뷰를 추적해 미리 방어할 필요가 있다. 현재 평판닷컴의 서비스는 포드자동차와 맥도날드, USbank 등 수천 개 기업이 이용하고 있다. 이른바 ‘평판 관리 비즈니스 모델’이다.

또 다른 평판 관리 비즈니스 모델로는 2008년 소셜 스코어링(social scoring) 서비스를 선보인 클라우트(Klout)가 있다. SNS 이용자가 쓰는 댓글, 링크, 추천 수 등을  분석해 점수를 매긴 앱(app)이다. 1~100 사이의 평판 값인 클라우트 스코어(Klout Score)를 자체 개발해 사회적 영향력을 분석한 후, 캠페인이나 프로모션을 원하는 회사와 연결해 주는 서비스다. 요즘 오피니언 리더나 인플루언서를 통한 기업 마케팅 방법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이후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리튬(Lithium)에 인수된 클라우트는 2018년 유럽 개인정보보호법(GDPR)이 강화된 시점에 서비스를 잠정 중단했다. 유럽 거주자를 대상으로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것을 모두 규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용자 경험을 인공지능(AI)과 기계학습을 통해 보다 고도화해 사회적 영향력을 키워 다시 서비스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적인 통합정보 분석기업인 닐슨(Nielson) 컨설팅그룹의 조사에 따르면 성인의 53%가 온라인에서 특정 브랜드를 따르고,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 사용자 중 60%는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리뷰를 작성한다. 따라서 기업은 이러한 평판을 적절히 관리하면 브랜드 파워를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평판 방어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필자는 2010년 한 검색엔진 개발회사와 공동으로 ‘명성방어(reputation defenser)’ 플랫폼을 개발한 적이 있다. 인터넷 데이터를 검색로봇이 수집해 유효문서를 자연어 처리기술 기반으로 감성분석(sentiment analysis)한 후, 그 보고서를 대상 시장에 제공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수집 대상 데이터는 뉴스페이지, 블로그, 쇼핑몰 리뷰, 커뮤니티 게시판 등이었고, 이들 원시자료를 분석해 특정 이슈 분석, 경쟁자 비교분석, 메시지 볼륨 변화를 뽑아내고 연관 키워드 추출을 통해 파생정보를 얻을 수 있는 키워드를 생성하려는 목적이었다.

사실은 명성 방어 플랫폼을 프랜차이즈 브랜드에 적용하려고 했다. 당시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거짓 정보가 많았고, 공정거래위원회가 제공하는 정보공개서도 업체가 제공하는 일방적인 정보 위주인 데다 기업 중심이고, 1~2년 지난 정보를 제공하는 수준이었다. 이로 인해 창업자들의 피해 사례가 속출했던 시기다.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로 응용 가능

결과적으로 서비스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몇 가지 인사이트(insight)를 얻을 수 있었다. 첫째, 기업의 주요 홍보가 당시까지만 해도 대부분 인쇄매체나 방송, 이벤트 및 인적 네트워크 캠페인을 통해 이뤄졌지만 앞으로는 온라인이 그 시장을 대체할 것이다. 둘째, 고의적인 명성 훼손 글, 요즘으로 치면 가짜뉴스가 올라올 경우 방어할 방법이 필요할 것이다. 셋째, 제대로 된 평판 정보는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보장해 줄 것이다.

그로부터 1년 후인 2011년, 실제로 구글은 온라인 이용자가 자신의 정보를 모니터링해 원치 않는 정보의 삭제를 요청할 수 있는 툴셋을 도입했다. 2015년에는 글로벌 온라인 소매업체인 아마존도 상품에 가짜 리뷰를 게시하도록 사주한 사업자 1114명을 고소하기도 했다.

이처럼 평판 정보를 분석하는 알고리즘은 대동소이하다. 단지 어느 시장을 대상으로 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플랫폼이 나타날 것이다. 게다가 올 8월부터 시행에 들어간 ‘데이터 3법’과 기술 발달로 이제 웬만한 서비스 모델은 대부분 가능해졌다. 미국에서 맛집 평가 정보 앱인 옐프(Yelp) 모델을 미러링한 일본의 다베로그(食べログ)가 인기를 얻는 것처럼, 이제 인터넷 이용자의 디지털 발자국은 분석 여하에 따라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로 특화돼 나타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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