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보증금마저 제 돈 쓰듯 펑펑 쓴 건국대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20.11.10 08:00
  • 호수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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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티머스 펀드에 120억원 물린 ‘더 클래식500’, 5~6년 후 자본잠식 우려

학교법인 건국대(이사장 유자은)가 운영 중인 수익 법인체가 논란에 휩싸였다. 건국대는 2003년 야구장 부지 절반을 포스코에 매각해 3200억원의 수익을 낸 뒤 잔여 부지 3만9000여㎡를 직접 개발했다. 이른바 ‘스타시티 프로젝트’다. 이 과정에서 건국대는 산하에 ‘건국AMC’와 ‘더 클래식500’이라는 부동산 관리 회사를 세웠다. 스타시티 프로그램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건국AMC가 롯데백화점·롯데시네마·이마트를 운영하는 부동산 자산관리 회사라면, 더 클래식500은 호텔과 고급 실버주택을 운영한다.

현행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학교 재산은 기본재산과 보통재산으로 나뉜다. 명칭이 말하듯 기본재산은 취득 및 처분, 사용 목적 변경 시 교육 당국의 사전 허락을 받아야 한다. 또 교육부가 정한 ‘학교법인 기본 재산 관리 안내’에 따르면 학교법인의 수익용 재산을 임대하고 받은 임대보증금은 반드시 금융기관에 예치해야 한다.

그런데 건국대 사정은 그렇지 못하다. 2017년 3월 감사원이 발표한 ‘교육부 기관운영감사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4월 기준, 건국대는 임대보증금 7566억6000만원 중 7071억6000만원을 예치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밖에도 감사원은 당시 조사에서 393억원이 임의로 사용된 사실도 확인했다. 돈을 쓰긴 썼는데 증빙할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국민권익위 고발로 이 사건은 현재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에서 수사 중이다. 참고로 2014년 1월 교육부는 유자은 현 이사장의 모친 김경희 전 이사장을 242억원의 업무상 배임, 회계비리, 수억원의 재단자금 횡령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김 전 이사장은 이와 관련해 2017년 4월 대법원의 부분 유죄 판결로 이사장직을 잃었다.

고급 실버주택으로 운영 중인 서울 자양동 건국대 더 클래식500 ⓒ시사저널 최준필

더 클래식500, 매년 40여억원 적자

감사원 자료대로라면 건국AMC와 더 클래식500의 2016년 4월 기준 예치금액은 495억원에 불과했다. 더 클래식500은 국내 대표적인 호텔식 실버주택으로 강신호 동아쏘시오그룹 명예회장, 오명 전 부총리, 이상훈 전 국방부 장관 등이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총 380가구로 구성됐으며 입주보증금만 8억~9억2000만원에 이른다.

그러나 실적이 좋지 못하다. 지난해 더 클래식500은 37억원가량의 적자를 봤다. 2018년 당기손실은 49억원, 2017년은 48억원이다. 반면 또 다른 수익사업 법인인 건국AMC는 지난해 8억원, 2018년에는 1억2000만원의 순이익을 냈다. 결국 2018~19년 두 회사는 76억원가량의 적자를 냈다. 보수적으로 계산해도 예치금액이 400억원대 초반으로 떨어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추가손실이 발생했다. 건국대는 교육 당국의 허락 없이 120억원을 무단으로 옵티머스 펀드에 가입해 현재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올해 국정감사의 쟁점이었다. 이 문제가 제기됐을 때 건국대는 “해당 투자금은 보통재산이기에 교육 당국의 사전심의가 필요 없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교육부 현장조사를 통해 문제점이 지적되자, “정확한 사실을 몰랐다”며 입장을 바꿨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0월26일 국정감사에서 “(현장조사 결과에 대한) 처분심사위원회가 현재 진행 중”이라며 “건국대에 대한 처분을 심사위가 끝난 후 정해진 원칙과 절차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하겠다”고 답해 고강도 처분을 예고했다.

추정된 예치금에서 옵티머스 펀드 투자금 120억원을 빼면 현재 남아 있는 자본금은 280억원가량 된다. 이는 어디까지나 당기순이익(손실) 기준이다. 영업이익(손실) 기준으로 더 클래식500의 2017~19년 3개년 손실액은 173억원이다. 3년간 더 클래식500의 평균 당기순손실이 45억원이기 때문에 지금 상태로 5~6년 후면 자본잠식에 들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상황인데도 건국대 이사회는 건국AMC 돈 10억원을 빼내 또다시 펫 전문기업 ‘스파크펫’에 투자해 논란을 불렀다.(36페이지 상자기사 참고)

이 과정에서 해명도 석연치 않다. 옵티머스 펀드 투자와 관련해 일부 입주민이 항의하자 더 클래식500은 “펀드에 들어간 120억원 중 30억원가량을 NH투자증권으로부터 돌려받았다”고 해명했지만, 시사저널 취재 결과 이는 단기 대출자금인 것으로 알려졌다. 책임자인 유자은 이사장이 투자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느냐도 쟁점이다. 유 이사장은 10월7일 국회 교육위 국정감사의 증인으로 출석해 “사모펀드 120억원 투자에 대해 사전에 알지 못했다. 언론 보도가 나온 6월에야 투자 사실을 알게 됐다”고 답변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입주보증금 120억원을 재단 보고 없이 법인 대표가 마음대로 투자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최종문 더 클래식500 대표는 옵티머스 펀드 투자와 관련해 “2004년부터 이런 식으로 투자해 왔는데 지금까지 교육부의 감사에서 한 번도 지적받은 적이 없었다”며 “보통재산이라고 판단해 이사회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대표, 옵티머스 투자사에 사외이사로 추천돼

옵티머스 펀드 투자와 관련해 더 클래식500 관계자는 “대표이사·본부장·재무팀장·재무팀 과장 등 4명이 참석한 가운데 1월8일 투자설명회를 열고 건물에 입주한 5개 금융기관으로부터 16개 금융상품을 소개받았으며 그중 위험률이 가장 낮고 수익률이 가장 높은 금융상품이 바로 옵티머스 펀드였다”고 해명했다.

흥미로운 점은 건국AMC와 더 클래식500의 최종문 대표가 옵티머스 펀드 투자사인 매직마이크로 사외이사에 지원했다가 탈락한 적이 있다는 점이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매직마이크로 공시자료에 따르면, 최 대표는 지난해 6월5일 열린 이 회사 정기주총에서 사외이사로 선임됐지만 최종 부결됐다. 코스닥 상장사 매직마이크로는 최대주주 변경 후인 2018년 6월과 8월, 9월 세 번에 걸쳐 옵티머스 펀드에 총 90억원을 투자했다. 당시 이 회사는 2년 연속 당기순손실을 기록하고 있었다. LED 조명업체인 매직마이크로는 지난해 73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나 15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최 대표는 이 외에 현재 영남학원(영남중·부산정보고) 이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최 대표는 “지난해 5월 평소 알고 지내는 지인이 지나가는 말로 (사외이사로) 추천한다고 하길래 그렇게 하라고 했을 뿐 구체적으로 어떤 회사인지 알지 못했다. 그 회사가 매직마이크로라는 것도 나중에 알았다”고 해명했다. 사외이사로 추천되는 과정에서 기본적인 설명은 물론 자신의 동의조차 없었다는 것이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 ⓒ시사저널 박은숙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 ⓒ시사저널 박은숙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 건국대 이사 겸직 논란

국회법 제29조에는 ‘의원은 국무총리 또는 국무위원 외에 다른 직을 겸할 수 없다’고 돼 있다. 단 명예직일 경우는 예외다. 그러면서 겸직 허용 여부는 윤리심사자문위원회의 의견을 따른다고 돼 있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윤리심사자문위의 판단이다. 위원회의 ‘의원 겸직 금지 심사기준’을 보면, 명예직을 맡더라도 단체 운영에 관여해선 안 된다고 돼 있다. 이 기준을 사립대학에 적용해 보면 이사로 선정된 국회의원은 재임기간 동안 이사회 운영에 관여해선 안 된다.

그런 면에서 건국대 재단이사로 활동하는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논란거리가 되기에 충분하다. 서울중앙지법 판사를 지내고 대형 로펌 태평양에서 변호사로 활동한 전 의원은 21대 비례대표로 국회에 들어갔으며,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사저널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전 의원은 21대 국회가 열린 이후인 8월27일 건국대 이사회에 참석해 의결권을 행사했다. 이날 이사회에는 건국대와 건대부고 교원 인사에 대한 안건이 상정됐다. 논란이 일자 전주혜 의원 측은 “개원이 되자마자 겸직 신고를 했으며 활동이 가능한지를 확인해 달라고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에 요청한 상태”라고 해명했다. 전 의원실에 따르면, 현재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는 10월26일 3명을 위촉해 구성됐으며 11월 중순경 첫 회의가 열린 계획이다. 20대 국회에선 이은재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이 서울미디어대학원대학교 이사로 겸직 중인 사실이 알려져 이사직을 내려놓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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