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주하는 추미애 장관, 브레이크가 없다
  • 유창선 시사평론가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11.27 14:00
  • 호수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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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고심 끝에 ‘윤석열 찍어내기’ 절차에 공식 돌입

2020년 11월24일 있었던 사건을 ‘추미애의 난(亂)’이라고 이름 붙이려 한다. 현직 법무부 장관이 내린 조치를 갖고 무슨 체제에 반기라도 든 것처럼 말하는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물론 정권을 맡은 입장에서 보면 추 장관은 정권의 말을 고분고분 듣지 않은 ‘윤석열의 난’을 진압한 것이 되겠지만, 그가 검찰총장에 대한 직무집행 정지 처분을 내린 것이 위법·부당하다면, 법치주의와 민주주의를 전복한 일이 되기 때문이다. 법무부 장관이 현직 검찰총장에 대해 직무정지 조치를 내린 것이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라는 사실은, 이러한 조치가 그만큼 신중하고 엄격하게 이루어져야 함을 말해 주는 것이다. 그런데 추 장관은 덜컥 헌정 사상 처음인 일을 저질렀다.

우리가 먼저 따져봐야 할 것은 윤 총장이 직무정지 조치를 당하고 징계를 받아야 할 만한 비위 사실이 실제로 있었느냐 여부가 될 것이다. 추 장관이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에 내세운 사유는 언론사 사주(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와의 부적절한 접촉, 조국 전 장관 사건 등 주요 사건 재판부 불법 사찰, 채널A 사건·한명숙 전 총리 사건 관련 감찰·수사 방해, 채널A 사건 감찰 정보 외부 유출, 검찰총장 대면조사 과정에서의 감찰 방해, 정치적 중립 훼손 등 모두 6가지였다.

그러나 이들 사유는 대부분 사실관계와 증거가 취약한 무리한 내용들이며, 새로 등장한 ‘재판부 사찰’ 주장도 진짜 사찰이라고 할 만한 내용의 것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진상 확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막상 하나하나의 내용을 뜯어보면 징계 청구의 구실을 만들어내기 위해 억지스러운 주장들을 그대로 담았다는 인상을 던져준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시사저널 박은숙

문 대통령이 직접 해임권 행사해 혼란 최소화했어야

윤 총장에 대한 징계를 결정할 징계위원회는 추 장관이 구성에 대한 사실상의 전권을 갖고 있다. 그러니 징계 결과는 ‘추심(秋心)’에 달려 있다고 해도 무방해 보인다. 아마도 칼을 빼든 추 장관은 시간을 끌지 않고 속전속결로 처리하려 들 것이다. 시간을 끌수록 정치적 논란과 검사들의 반발은 확산될 것이니, 결국은 단시간 내에 윤 총장의 해임까지 도달하도록 이끌 것으로 보인다. 징계 절차는 사실상 요식행위가 될 수도 있으며, 큰 변수가 되지 못한다. 추 장관이 내린 직무정지 조치가 과연 적법한 것이었는지는 결국 징계 결정 이후 윤 총장의 법적 대응에 따른 소송의 결과로 판명 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법원이 추 장관의 손을 들어준다면 윤 총장은 검찰을 떠나 정치활동 여부를 본격적으로 고민하게 될 것이다. 그때는 민심이 최종심이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반대로 법원이 윤 총장의 손을 들어주는 판단을 내려 검찰총장 업무에 복귀할 경우, 그때는 추 장관이 사퇴 여론에 몰리는 상황으로 반전될 수도 있다. 그래서 추 장관이 빼든 직무정지의 칼은, 누가 베일지 알 수 없는 양날의 칼이다.

윤 총장에 대한 직무정지와 징계, 그에 대한 소송 등이 결론을 내려면 최소한 수개월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때까지 윤 총장에 대한 이번 조치는 국론을 양분시키며 극심한 정치사회적 분열과 갈등을 초래할 것이 확실하다. 윤 총장과 더 이상 같이 갈 수 없다는 것이 정권의 판단이라면, 차라리 문재인 대통령이 해임권을 행사하는 것이 혼란을 최소화하고 가장 신속하게 사태를 매듭짓는 방식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그러한 방식 대신 징계를 통해 윤석열을 찍어내는 방식을 택했다.

첫째는 문 대통령이 직접 손에 피를 묻히는 악역을 맡지 않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윤 총장을 둘러싼 모든 일은 추 장관이 책임지고 알아서 하는 일일 뿐, 문 대통령이 책임질 모양새를 띠지 않겠다는 것이다. 둘째로는, 윤 총장을 대통령이 해임시켜 희생양이 되는 광경을 막겠다는 의미다. 윤 총장을 징계해야 하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부각시켜 망신 주기를 하고 도덕적으로 결함이 있는 인물로 낙인찍음으로써, 박해받는 정치적 영웅으로 만들지 않겠다는 것일 게다. 그래서 윤 총장을 임명한 대통령은 사라지고 법무장관이 그를 찍어내는 장면이 연출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믿기지 않는 것은 11·24 조치와 관련해 청와대가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이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은 법무부 장관 발표 직전에 관련 보고를 받았다”며 “그에 대해 별도의 언급은 없었다”고 밝혔다.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든 이 문제에 대해 대통령은 보고를 받고도 아무런 말이 없었다니.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조치로 온 나라가 떠들썩한데, 대통령만 침묵하는 나라의 모습은 가히 엽기적이다. 돌아보면 지난해 조국 사태가 장기간 계속되었을 때도 문 대통령은 그랬었다.

결국 조국 전 장관이 사퇴하고 사태가 끝난 이후에 문 대통령은 조 전 장관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는 말을 남겼다. 자기 사람들을 향한 ‘마음의 빚’은 그렇게 안타까워하는 대통령이 어째서 국민을 향해서는 그런 빚을 의식하지 못하는 것인지. 추 장관과 윤 총장 사이의 갈등이 1년 가까이 계속되는 동안 문 대통령이 국민에게 보여준 모습은 무책임하고 비겁한 것이었다.

 

두 정권 아래서 벌어진 ‘말 안 듣는 총장 찍어내기’ 광경

이번 사태에서 문 대통령을 분리시키려는 청와대의 설명에도 추 장관의 조치에 대해 문 대통령이 재가했음을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이 임명한 검찰총장을 대통령의 재가 없이 징계를 받아 물러나도록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장관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 대통령의 언급이 없었다는 청와대의 설명은 오히려 문 대통령이 이미 사전에 재가했음을 말해 주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위법 논란까지 제기되고 있는 이번 조치를 문 대통령이 재가했다면 이는 훗날 큰 문젯거리가 될 수도 있다.

만약 훗날 추 장관의 직권남용 여부에 대한 법적 논란이라도 불거지게 된다면, 문 대통령 또한 재가에 대한 법적 책임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다. 차라리 문 대통령이 자신의 결단으로 윤 총장을 해임했다면 불거지지 않았을 법적 책임 문제가, 추 장관의 ‘위법적 행위’를 재가했다는 쪽으로 얘기가 전개될 경우 또 다른 논란이 될 수도 있는 노릇이다.

문재인 정부는 고심 끝에 ‘윤석열 찍어내기’의 절차에 공식 돌입했다. 그러나 장고 끝에 악수라고, 정도를 걷는 방식이 아닌 모욕 주기 식의 치졸한 방식은 박근혜 정부 시절 채동욱 검찰총장을 찍어낼 때보다도 비열하다는 비판을 낳고 있다. 두 정권 아래서 벌어지는 ‘말 안 듣는 검찰총장 찍어내기’의 광경은 적폐청산을 내걸고 출범했던 문재인 정부를 박근혜 정부와 같은 반열의 비교 대상으로 위치시키고 말았다. 아무리 미운털이 박힌 검찰총장이라도, 이렇게까지 해서는 민심의 동의를 얻을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 질주하는 ‘추미애 열차’에 브레이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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