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성은 ‘맑음’, 나성범은 ‘다소 흐림’, 양현종은 ‘흐림’
  • 김양희 한겨레신문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12.13 12:00
  • 호수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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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시즌 MLB 진출 후보들의 기상도
김하성, 800만~900만 달러 몸값 예상도

2013년 류현진, 2015년 강정호, 2016년 박병호, 그리고 2019년 김광현. 이들은 모두 포스팅 시스템으로 미국프로야구(MLB)에 진출했다. 올해는 김하성(25·키움 히어로즈)과 나성범(31·NC 다이노스)이 포스팅을 신청해 메이저리그 구단의 선택을 기다린다. 

이들과는 달리 KIA 타이거즈 에이스였던 양현종(32)은 자유계약(FA) 신분으로 메이저리그 진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빅리그 진출은 양현종의 오랜 소원이기도 하다. 가뜩이나 KBO리그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던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올해 메이저리그에 잘 안착한 터라 욕심이 더 나는 게 사실이다. 내년 시즌 류현진, 추신수, 김광현, 최지만과 함께 빅리그 무대에 설 코리안 메이저리거는 누구일까. 

키움 히어로즈 김하성 ⓒ연합뉴스

김하성, 미국에서 유격수 1위·전체 10위 평가

일단 김하성이 빅리그 진출에 제일 근접해 있는 듯 보인다. 25세인 김하성은 ‘나이는 어린데 프로 경험은 많은 내야수’라는 강점이 있다. 주 포지션은 유격수지만 팀 사정에 따라 2루와 3루 수비도 가능하다. 수비뿐만 아니라 상당한 공격력과 주력도 갖췄다. 프로 7시즌 동안 타율 0.294, 133홈런 134도루를 기록했다. 프로 2년 차이던 2015년부터 올 시즌까지 6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때려냈고 올해는 30홈런 고지도 밟았다. 도루도 23개나 성공했다. 나이를 고려하면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앞서 팀 선배였던 강정호가 같은 내야수로 메이저리그 성공시대를 열었던 것도 플러스 요인이다.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빚기 전까지 강정호는 피츠버그 파이리츠 3루수로 인상 깊은 성적을 남겼다. 김하성 또한 강정호의 활약을 보면서 메이저리거 꿈을 더 키웠던 터다. 

김하성을 향한 미국 현지 언론의 평가 또한 아주 후하다. ‘CBS 스포츠’는 최근 4년 3600만 달러 조건으로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 계약할 것으로 전망했고, 이에 앞서 메이저리그 안팎의 선수 이적 상황을 전망하는 ‘MLB트레이드루머스닷컴’은 텍사스 레인저스와 5년간 4000만 달러에 계약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MLB닷컴’은 김하성을 FA 순위에서 유격수 1위, 전체 10위로 평가하고 있다.

김하성과 비교해 나성범에 대한 평가는 다소 박하다. 아무래도 나이(31)가 걸림돌이다. 포지션 또한 외야수다. 메이저리그에는 늘 FA 외야수가 넘쳐난다. 무릎 수술 전력도 있다. 나성범은 작년 시즌 뒤 빅리그 진출을 계획했으나 경기 중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을 당해 물거품이 됐다. 무릎 수술 뒤 올 시즌 재기에 성공하면서 소속팀을 창단 후 첫 우승으로 이끌었다.

KBO리그가 ESPN방송을 통해 미국에 생중계되면서 많은 관심을 받았던 이도 나성범이었다. 현지 해설위원들은 나성범의 타석 때마다 “괴물 같다”는 표현을 자주 썼다. 나성범의 KBO리그 통산 성적은 타율 0.317, 179홈런, OPS(장타율+출루율) 0.927로 남부럽지 않다.

그러나 무릎 수술 뒤 외야수보다는 지명타자로 많이 출전한 것이 마이너스 요인이 되고 있다. 무릎 수술 여파로 도루 숫자 또한 확 줄어들었다. ‘MLB트레이드루머스닷컴’이 “무릎 수술 이력이 메이저리그 구단을 주저하게 만들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은 이유다. 지명타자나 우익수로만 활용 가능하다면 몸값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설령 그의 에이전트가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스콧 보라스라도 말이다. 

(왼쪽)NC 다이노스 나성범·KIA 타이거즈 양현종 ⓒ연합뉴스

양현종, 미국 안 되면 일본 진출도 타진할 듯

2020시즌 전에 메이저리그 팀들과 계약한 일본프로야구(NPB) 출신 선수들이 김하성이나 나성범 계약의 기준치가 될 수 있다.  3루수 겸 외야수로 활약하는 쓰쓰고 요시모토(29)는 지난해 말 탬파베이 레이스와 2년 1200만 달러(연평균 600만 달러)에 계약했다. 쓰쓰고의 일본프로야구 10시즌 통산 성적은 타율 0.285, 205홈런이었다. 외야수인 아키야마 쇼고(32)는 지난 1월 신시내티 레즈와 3년 2100만 달러(연평균 700만 달러)에 계약했다. 그는 2017년 퍼시픽리그 최다 안타 1위에 올랐으며 NPB 통산 타율은 0.301이었다. 

김하성의 경우 쓰쓰고나 아키야마와 비교해 나이가 어린 데다 내야 수비가 되기 때문에 메이저리그 팀들 입장에서는 더 매력적일 수 있다. 앞서 강정호의 경우 4년 1600만 달러(연평균 400만 달러) 계약을 하고 피츠버그에 입단한 바 있다. 당시 강정호의 나이는 김하성보다 세 살 많은 28세였다. 나성범은 아키야마와 비교될 수 있는데 그는 미국 진출 전까지 중견수였다.

김하성과 나성범은 포스팅 시스템을 거치기 때문에 소속 구단은 포스팅 비용(이적료)을 받을 수 있다. 포스팅 비용으로 류현진의 원소속팀인 한화 이글스는 한 해 구단 운영비와 맞먹는 280억원(2573만7737달러33센트)을 받기도 했으나 요즘은 시스템이 달라졌다.  선수 계약 규모에 따라 포스팅 비용이 달라진다. 

선수 계약 규모가 2500만 달러 이하면 총액의 20%를 원소속 구단에 지불한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는 지난해 김광현과 2년 800만 달러 계약을 하면서 김광현의 원소속 구단인 SK 와이번스에 160만 달러를 포스팅 비용으로 지불했다. 계약 규모가 2500만 달러 이상 5000만 달러 이하면 2500만 달러의 20%인 500만 달러에 2500만 달러를 초과한 액수의 17.5%를 더해 받게 된다. 계약 규모가 5000만 달러를 넘기면 포스팅 비용 산출은 또 달라진다.  

양현종의 경우는 포스팅 시스템과 관계없이 메이저리그 진출이 가능하다. 양현종도 나성범과 마찬가지로 30대 나이 때문에 현지에서는 스플릿 계약 얘기가 흘러나온다. 양현종 쪽은 미국뿐만 아니라 일본리그 진출도 타진할 계획이다.

김하성은 ‘맑음’, 나성범은 ‘다소 흐림’, 양현종은 ‘흐림’. 현재 이들의 메이저리그 진출 기상도는 이렇다. 하지만 선수의 의지에 따라 이 기상도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메이저리그 구단이 이들에게 제시할 ‘몸값’ 규모이기 때문이다.

한편 내년부터 메이저리그는 MBC나 MBC스포츠플러스를 통해 더 이상 중계되지 않는다. 메이저리그 중계권 계약이 끝났다. 현재 EPL 등 유럽 축구를 중계해 온 스포(SPO)TV가 MLB 중계권을 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럴 경우 EPL처럼 MLB 시청이 일부 유료화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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