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K방역 덕분에 한국 최고성장?”…OECD 분석은 달라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20.12.31 14:1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 발언 근거 된 OECD 보고서는 ‘가계 부양’ ‘민간 교역’ 초점

“K방역 성공 덕분에 우리는 OECD 국가 최고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올해 마지막 정책조정회의에서 김태년 원내대표가 한 말이다. 그는 12월31일 오전 국회에서 “대한민국은 코로나가 초래한 역성장 그늘의 고통 속에서도 위기를 모범적으로 극복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OECD 최고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게 정부의 방역 조치 덕분이라는 걸 강조한 것이다. 반면 경제성장률을 집계한 OECD는 방역이 아닌 다른 곳에 초점을 맞췄다.

김 원내대표의 발언 근거는 OECD가 지난 12월1일 발표한 ‘경제 전망(Economic Outlook)’ 보고서다. 여기서 OECD는 올해의 한국 경제성장률을 -1.1%로 추산했다. 마이너스인데다 지난 9월 전망치보다 0.1%포인트 하향 조정됐으나, OECD 회원국 중에서는 1위다. 일단 ‘OECD 최고 경제성장률’이란 표현은 사실과 다르지 않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2월3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2월3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한국 OECD 최고성장률"은 사실이나...

다만 그 요인으로 인용된 정책들 중 정부의 방역은 언급돼 있지 않다. OECD는 보고서 내 한국 관련 페이지에서 “코로나19 확산을 막은 효과적인 조치들이 경제성장률 감소폭을 최소화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의 대규모 가계 부양으로 인한 소비의 반등과 반도체가 이끈 수출의 회복에 힘입어 활력이 되살아났다”고 평가했다. 또 “뉴딜의 일환인 디지털 및 녹색 분야의 막대한 투자가 경기 회복을 지지해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즉 방역 대신 공적자금 투입과 민간 교역이 경제성장률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고 본 것이다. 이 점은 다시 강조됐다. OECD는 계속해 “경기가 좀 더 회복세에 접어들때까지 정책으로 가계와 산업을 뒷받침해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경기에 미치는 즉각적 영향을 떠나 뉴딜 정책이 생산성을 증가시키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의 오락가락하는 거리두기 조치도 언급됐다. OECD는 “8월 중순 코로나19가 다시 퍼지자 거리두기 조치가 거의 2개월 가까이 강화됐고, 이는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았다”며 “8월 말과 9월의 강한 수축 이후 소매와 오락 활동 지표가 반등했다”고 봤다. 이어 “하지만 11월에 술집과 식당 영업 및 등교가 제한되는 등 거리두기 조치가 다시 격상됐다”고 했다. OECD는 이 같은 상황을 설명하는 단락에서 ‘코로나19 재유행은 막았지만, 많은 일자리를 잃었다(A resurgence of COVID-19 was contained, but many jobs have been lost)”는 제목을 달았다. 그 외에 총 3쪽짜리 한국 관련 페이지 전체에서 방역을 뜻하는 단어인 ‘preventive measure’ ‘quarantine’ 등은 찾아볼 수 없다.

12월1일(현지시각) OECD 홈페이지에 게재된 '경제전망(Economic Outlook)' 보고서 중 한국 관련 내용이 적힌 3쪽짜리 페이지 ⓒ OECD 홈페이지
12월1일(현지시각) OECD 홈페이지에 게재된 '경제전망(Economic Outlook)' 보고서 중 한국 관련 내용이 적힌 3쪽짜리 페이지 ⓒ OECD 홈페이지

野 "어처구니없는 자화자찬"

코로나19는 앞으로도 발목을 잡을 것으로 분석된다. OECD는 “효과적인 백신이 2021년 하반기에 보급되기 전까지 회복세는 줄곧 한국 내외에서 퍼지는 바이러스의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OECD가 전망한 한국의 2021년 경제성장률은 2.8%다. 플러스로 접어들긴 하지만 순위는 뒤집힌다. 2021년 성장률 순위는 OECD 국가 중 꼴찌인 일본(2.3%∙37위) 다음인 36위로 나타났다. 올해 선방한 덕분에 반등폭이 높진 않을 것이란 뜻으로 풀이된다. 

한편 야당은 김태년 원내대표 발언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2월31일 당 회의에서 “민주당은 2020년 대한민국이 코로나 방역으로 세계 모범 국가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어처구니없는 자화자찬을 늘어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홍경희 국민의당 수석부대변인은 “아직도 정신 차리지 못하고 K-방역 홍보인가”란 논평을 내놓았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