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련 “‘박원순 성추행’ 30쪽짜리 경찰 기록 공개돼야”
  • 전영기 기자 (chunyg@sisajournal.com)
  • 승인 2021.01.15 10:00
  • 호수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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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피해자 변호인’ 김재련 “14일 판결 전엔 사실 규명의 모든 길 봉쇄”

‘박원순 성추행’ 피해자는 가해자가 권력의 정점에 있었다는 이유로 피해를 구제받기는커녕 일부 극단 세력에 의해 공격의 대상이 되곤 했다. 사건 초기부터 남인순 민주당 의원을 중심으로 집권당 의원들은 피해자가 아니라 피해 호소인이라고 호칭했고, 성범죄에 유난히 엄격했던 검찰과 법무부는 시종일관 어색한 침묵으로 일관했다. 성범죄 수사에서 피해자 중심주의 원칙은 유독 박원순 사건에서 실종됐다. 박원순 전 시장의 네 명의 전직 비서실장을 포함해 20여 명의 보좌진은 경찰에서 한결같이 성추행 피해자의 진술을 부인하는 취지의 주장을 폄으로써 피해자에게 2중, 3중의 고통을 안겨줬다. 사람들은 성추행을 안 했다면 박원순은 왜 목숨을 끊었느냐는 질문을 하기에 이르렀다. 2019년 7월 이래 피해자의 변호인을 맡았던 김재련 변호사도 피해자와 동병상련의 처지였다. 

박원순이 죽음으로 ‘공소권 없음’ 처분을 받게 된 것은 그렇다 쳐도 성추행 사실까지 물타기를 하고 논란의 대상으로 변질시키는 현실은 참담할 정도였다고 한다. 성추행 방조 의혹 수사를 받았던 서울시청 사람들과 피해 사실 유출 조사를 받았던 검찰, 청와대 관계자들마저 줄줄이 ‘혐의 없음’으로 경찰이 결론 낸 것도 허탈한 일이었다. 이런 와중에 1월14일 서울중앙지법이 박원순 비서관의 성폭행죄에 대해 법정 구속과 함께 3년6개월의 중형을 선고하면서 박 시장의 성추행 사실까지 판결문에 적시한 것은 마른 사막에 한 줄기 시냇물이었을 것이다. 법원의 판결 뒤 김재련 변호사와 전화 인터뷰를 했다. 

ⓒ시사저널 박은숙
ⓒ시사저널 박은숙

‘박원순의 성추행’을 인정한 법원의 판단이 검찰과 경찰의 관련 수사를 뒤집는 계기가 될 것인가. 

“그렇진 않을 것 같다. 법원은 사실관계만 판단했다. 기존 수사를 뒤집어 법적 처벌까지 받아야 한다는 정도는 아니다. 박원순 시장은 본인 사망으로 처벌할 방법이 없다. 박원순 주변 사람들의 추행방조 문제도 미진한 수사에 아쉬움은 남지만 법률적으로 방조죄 성립을 충족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범죄행위를 알고 행위를 용이하게 해 주는 행위를 해야 방조죄가 성립된다.”  

변호사께선 ‘판사의 판단이 유의미하다’고 했다. 그 이유는.

“사실관계가 분명해졌다는 뜻이다. 피해자가 박원순 시장의 추행으로 인해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는 점이 법적으로 확정됐다. 판결문에 설시되기 전까지 피해자는 사실관계를 판단받는 길이 모두 봉쇄됐다. 누가 처벌받아야 하는 점보다 사실이 사실대로 밝혀져야 최소한 피해자의 억울함과 응어리가 풀어지지 않겠나. 사실관계가 국민에게 명백히 알려짐으로써 박원순 시장의 성추행 사실을 부정하거나 왜곡하는 사람들이 더 이상 피해자를 공격하지 못하게 된 점이 중요하다. 사실 문제에 대한 쓸데없는 논란으로 더 이상 사회적 소모를 막을 수 있게 된 점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 최근 김학의 사건 등에서 보듯이 중요한 문제에 대해 사실관계를 어정쩡하게 내버려두면 언젠가 많은 비용을 치러야 한다.”

2020년 7월13일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교육관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김재련 변호사가 사건의 경위를 설명하고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경찰은 박원순의 변사 사건, 성추행 여부, 성추행 방조 등을 수사하면서 거의 모든 사안을 비공개 처리했다.

“맞다. 경찰은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하면서 박원순 성추행 관련 30쪽, 추행방조 관련 70쪽짜리 수사 기록을 검찰에 넘겼다. 왜 그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가. 더 많은 구체적인 사실이 규명되어야 한다. 그것들을 비공개로 묻어두는 한 피해자의 고통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인권 문제 차원에서 추행 사건을 조사했는데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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