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와 전망대가 선정기준?…‘시민’ 빠진 부산시 경관 관리
  • 권대오 영남본부 기자 (sisa521@sisajournal.com)
  • 승인 2021.01.18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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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선호 경관대상은 제외
조망 사라지는 곳에도 조망점 선정
북항재개발 배후 상업지역 고층 재개발 아파트 ⓒ시사저널 권대오
북항재개발 배후 상업지역 고층 재개발 아파트 ⓒ시사저널 권대오

부산시가 예산 4억 원을 들여 1년 6개월간 진행한 ‘도시경관 관리를 위한 높이 관리 기준 수립 용역’이 부실하게 진행된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단체 답변이 전체 부산시민의 의견으로 둔갑하고, 시민이 선호하는 경관대상 대신 부산시가 조성한 전망대가 자리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조망이 막히는 지점에 조망점을 지정하거나 조망점 사진을 잘못 사용하기도 했다.

부산시는 ‘부산시민은 산복도로 망양로 부근까지 경관을 보호하는 것을 선호한다’며 부산연구원의 연구자료를 높이 제한의 근거로 제시했다. 하지만 이 연구에는 부산시민이 아니라 특정 단체들의 의견만 반영됐다.

부산연구원은 2019년 ‘부산광역시 조망경관 관리방안’을 수립하면서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백만평문화공원시민협의회·부산경실련·부산그린트러스트·부산민예총·부산민주공원·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부산생명의 숲·부산인권포럼·부산참여연대·부산환경운동연합·생명그물 등 65개 단체만 민계(시민)를 대변하는 표본으로 선정했다. 이 단체들의 의견대로 산복도로 기준으로 높이를 제한할 경우 북항재개발지역 고층건물과 인근 상업지 지역에 계획된 재개발 아파트까지 규제 대상이 된다. 이미 완공된 재개발 아파트가 산복도로보다 높이 올라와 있는 상황을 고려한다면 이들 단체의 높이 제한 기준은 비현실적이다.

65개 특정 단체의 의견이 부산시민들의 의견으로 왜곡됐다. ⓒ부산시
65개 특정 단체의 의견이 부산시민들의 의견으로 왜곡됐다. ⓒ부산시

부산시는 경관 관리를 위한 조망점을 선정하는 과정에서도 시민의 의견보다는 부산시가 만든 산복도로 전망시설을 우선시했다. 사전설문조사를 통해 부산시민이 선호하는 조망으로 ‘동백섬에서 바라본 해운대 달맞이고개’, ‘광안대교에서 바라본 금련산’, ‘달맞이고개에서 바라본 해운대’를 비롯한 30개 경관대상 지점을 선정한 반면 최종 조망점 선정에는 시민이 선호한 상위순위 경관은 포함시키지 않았다. 북항 주변 부산시 전망대를 기준으로 조망점을 선정하면서 시민의 의견은 무시된 것이다.

부산시가 선정한 유치환우체통 전망대 조망점의 경우 초량지역 재개발 아파트가 완공되면서 조망의 상당 부분이 막혔다. 북항재개발 상업업무지구 D1 협성마리나 G7, D2 동원, D3 롯데드메르 고층건물이 계획대로 지어질 경우 남아있는 조망마저 막혀 전망대로서 기능을 상실할 우려마저 안고 있다.

해당 조망구간은 북항재개발 지구단위계획상 280미터 고층건물 건축이 가능한 곳이다. ⓒ부산시
해당 조망구간은 북항재개발 지구단위계획상 280미터 고층건물 건축이 가능한 곳이다. ⓒ부산시

동구도서관 조망점도 사정이 비슷하다. 해당 조망점 아래로 38층 높이의 부산항일동미라주 더오션과 49층 높이의 두산위브더제니스 하버시티 공사가 진행 중이다. 55~60층 높이의 좌천범일통합2구역 재개발도 예정돼 있다. 해당 재개발지역은 최고높이 200미터 이상도 건축이 가능한 곳이다. 이 탓에 용역보고서에서 제안한 108미터 최고높이 제한을 지키기 어렵다. 게다가 장기적으로 북항재개발 2단계 중심활동지구(CAZ) 초고층 건물도 예정돼 있다. 해당 조망점을 담은 최종보고서에는 동구도서관 조망 대신 증산전망대 조망 사진을 넣어놨다. 용역기관은 인접한 곳이라 동구도서관과 증산공원은 큰 차이가 없다고 해명할 뿐이다. 

이번 용역을 수행한 (사)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는 조망점 선정과 관련 “객관성을 위해 과거 국비나 지방비 지원을 통해 산복도로에 조성된 전망대를 대상으로 후보지를 선정했고, 후보지 답사 후 현재 경관의 질을 고려해 선정했다”고 말했다.

부산시가 기존 전망대와 현재 경관 상황만 고려해 조망점을 선정한 것을 두고 북항재개발 등 북항 지역의 미래를 보지 못한 시대착오적 규제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시민 최아무개씨는 “부산시 소유 전망대를 살리자고 마구잡이로 높이를 제한할 경우 부산의 관문은 ‘이빨 빠진 개오지’ 모양새가 된다. 땅이 없어 불가피하게 바다를 매립해 마련한 땅이다. 해외 해안가 도시처럼 교통이 중심이 돼 유동인구가 많은 구간은 고층 고밀도로 개발하고, 그 이익금을 친수공원과 원도심 주거환경 개선 및 도심지 연결에 투자해야 한다”며 부산시가 시대에 역행한다고 지적했다.

조망점 규제를 적용한 북항재개발 지역과 달리 해운대 센텀시티 주변과 재송동 한진CY부지 부근은 고층건물 허용구역으로 지정됐다. 해당 지역에 고층건물이 들어설 경우 시민들이 조망대상으로 선호한 ‘수영교에서 바라본 장산’ 조망은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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