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의 경제로 테슬라에 뺏긴 패권 되찾을까
  • 이창원 시사저널e. 기자 (won23@sisajournal-e.com)
  • 승인 2021.02.03 14:00
  • 호수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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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GM 등 전기차 전용 플랫폼 구축
가격 경쟁력·모델 다양화 등 내세워 시장 본격 공략

전기차 시장의 패권은 과연 어느 기업의 손에 쥐어질까. 자동차 업계의 최대 화두다. 현재는 전기차 시장을 선점한 테슬라가 ‘왕좌’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최근 완성차 기업들이 잇따라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2월14일(미국 현지시간) 테슬라의 시가총액이 6000억 달러(약 659조4000억원)로 글로벌 9대 완성차 그룹의 시총 총합을 앞질렀다. 자존심이 상할 대로 상한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명예회복’에 성공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모아진다.

향후 전기차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데는 자동차 업계에 이견이 없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 동향을 조사하는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는 지난해 ‘전기차 전망 2020’ 보고서에서 승용차 신차 판매량 중 전기차 비중을 2020년 2.7%, 2023년 7%, 2025년 10%, 2030년 28%, 2040년 58% 등으로 내다봤다.

이런 추세에 발맞춰 현대차와 GM(제너럴모터스) 등 완성차 업체들은 올해를 ‘전기차 전환’의 원년으로 삼고 ‘규모의 경제’(Economies of Scale·생산량이 증가함에 따라 평균 비용이 감소하는 현상)를 실현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특히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구축해 생산량을 대폭 확대함으로써 가격 등 경쟁력을 확보하고, 다양한 모델을 출시해 소비자의 니즈(needs)를 충족시켜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이원희 현대자동차 사장이 2020년 10월30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열린 ‘미래차 전략 토크쇼’에서 현대자동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연합뉴스

현대차·GM, ‘전기차 전환 원년’ 공개 선언

우선 현대차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를 적용한 ‘아이오닉5’를 올해 1분기 안에 출시할 예정이다. 이 모델을 필두로 제네시스 JW(프로젝트명), G80 전기차, 아이오닉6, 아이오닉7 등 다양한 모델을 2024년까지 연이어 선보일 계획이다. 이를 통해 2025년까지 전기차 100만 대를 판매하고, 시장 점유율을 1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것이 현대차의 목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1월4일 새해 메시지에서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에 기반한 신차 출시로 더욱 편리하고 안전할 뿐 아니라 고객의 다양한 취향과 니즈를 반영한 매력적인 친환경 이동수단을 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할 계획”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E-GMP를 활용해 전기차의 생산성을 제고하고, 모델을 다양화해 전기차 시장의 ‘퍼스트 무버(first-mover)’가 되겠다는 것이다.

현대차가 자신하는 E-GMP의 강점은 아이오닉5에서 엿볼 수 있다. 1월13일 현대차는 아이오닉5의 외부 티저 이미지를 공개하면서 내연기관 자동차 플랫폼 위에 전기차를 올리는 방식을 탈피한 ‘진짜 전기차’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이는 E-GMP의 성공적인 구축을 선언한 것이기도 하다. 전기차를 E-GMP로 생산하면서 현대차는 생산량을 늘리고 가격을 낮춰 시장 경쟁력까지 확보하게 됐다는 평가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큰 변화가 있었다. 설계가 유연해졌고, 실내 공간 구성 등의 옵션이 늘어났다. 아울러 통합형 드라이브 액슬을 적용해 모터, 감속기, 인버터 등의 일체화를 통해 에너지 효율 수준을 끌어올렸다. 전기차의 한계로 꼽히는 ‘무게’를 경감한 덕분이다.

GM도 최근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구축하는 동시에 공격적인 투자 방침을 밝혔다. 데보라 왈 GM 마케팅 최고책임자(CMO)는 1월11일(미국 현지시간) ‘CES 2021’ 기조연설에서 “얼티엄(Ultium)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종류의 전기차를 개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놀라운 주행 경험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GM의 얼티엄 플랫폼은 LG에너지솔루션과 협력해 생산한 얼티엄 배터리를 동력원으로 하는 ‘GM 3세대 전기차 플랫폼’으로 모듈식 차량 구동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다. 모듈식이니만큼 일반 전기차, 프리미엄 전기차, 상용 트럭 전기차, 고성능 전기차 등 차종과 차급의 한계를 극복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를 통해 GM은 다양한 영역의 전기차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실제 GM은 ‘CES 2021’에서 쉐보레 볼트 EUV, GMC 허머, 캐딜락 리릭, 캐딜락 셀레스틱 등 신형 전기차 4종과 신형 전기트럭, 자율주행 팔레트를 결합한 ‘브라이트-드롭(Bright-Drop)’ 등을 선보였다. GM이 테슬라나 폭스바겐, 도요타 등 기존 완성차 회사보다 늦게 시장에 진출하긴 했지만 이번 라인업 출시를 계기로 ‘완전한 전동화’로 전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GM은 전기차 사업에 대한 막대한 투자 계획도 갖고 있다. 마케팅 캠페인 ‘에브리바디 인(Everybody In)’을 통해 2025년까지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에 270억 달러(약 29조6892억원)를 투자해 30여 종의 전기차 신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다.

중국 상하이에 위치한 테슬라 공장 모습ⓒ연합뉴스

테슬라 성공으로 시장 불확실성도 감소

내연기관 자동차 생산, 판매 등을 놓지 못하던 완성차 기업들이 최근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구축하고, 향후 전기차로 완전히 전환하겠다고 강조하는 움직임은 자동차 시장에 불어닥친 ‘변화의 바람’ 때문이다. 최근 들어 전 세계적인 ‘탄소 중립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 노르웨이 등 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 중단 선언도 잇따르고 있다. 이들 국가는 전기차와 수소 전기차 등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확대했다. 자연스럽게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량이 감소하고 해당 기업들의 가치 평가도 낮아지면서 전기차 시장 진출에 사활을 걸고 있는 분위기다.

테슬라의 성공으로 전기차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줄어들었다는 점도 완성차 기업들의 전기차 사업 확대를 견인하고 있다. 아울러 품질, 소비자 대응, 공급망 등 테슬라의 약점을 공략해 차별화해 나가면 테슬라가 장악하고 있는 전기차 시장의 ‘왕좌’를 빼앗아올 수 있을 것으로 완성차 기업들은 기대하고 있다.

관건은 산업 간 융합이다. 테슬라가 최근 공급망을 늘려가고 있고, 자동차와 IT(정보기술) 간 경계에 위치한 전기차 시장에 애플 등 IT 기업들의 진입 시도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만큼 그에 따른 대응 전략 등도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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