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박범계 임명 강행할 듯…野·시민단체 반발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1.01.26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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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문보고서 내일까지 송부 요청…임명 수순
경실련 “삼성 유착 의혹 등 부적격…임명 반대”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월2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안경을 고쳐 쓰며 질의를 듣고 있다. ⓒ 연합뉴스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월2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안경을 고쳐 쓰며 질의를 듣고 있다.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에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송부를 재요청하면서 사실상 임명 수순에 들어갔다. 야당에 이어 시민단체도 박 후보자 임명에 반대하고 나서면서 인사를 둘러싼 파열음이 재현될 조짐이다. 

26일 문 대통령은 박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 송부 기한을 27일까지로 정하며 야당을 압박했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국회는 인사청문요청안 제출 뒤 20일 이내인 25일까지 인사청문회 및 보고서 채택 등 모든 청문 절차를 마무리해야 했다. 하지만 전날 박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개최 후 야당의 거센 반대로 보고서 채택은 불발됐다. 

이에 문 대통령은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10일 이내 기간에서 보고서 송부를 재요청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해 야당의 협조를 당부했다. 만일 야당이 이번 요청에 응하지 않더라도 문 대통령은 박 후보자를 장관에 임명할 것으로 관측된다. 

문 대통령이 27일 임명을 재가하면 박 후보자는 현 정부에서 야당의 동의를 받지 못한 채 임명되는 27번째 장관급 인사가 된다. 앞서 문 대통령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후보자일 때도 국회에 이틀의 송부기한을 줬지만 결국 불발되자 임명을 강행했다. 

20대 국회 회기 중 소관 상임위에서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채 임명된 장관급 인사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부터 추 장관까지 총 23명이었다. 21대 국회가 들어선 후에는 이인영 통일부 장관,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됐지만 이는 모두 국민의힘(전 미래통합당 포함)이 상임위에 불참한 상태에서 통과됐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월26일 국회에서 열린 제5차 온택트 정책워크숍에서 화상으로 참가한 의원들을 향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월26일 국회에서 열린 제5차 온택트 정책워크숍에서 화상으로 참가한 의원들을 향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줄줄이 의혹…법무부 장관 자격 상실"

국민의힘은 이날 박 장관 후보자에 대해 "법무부 수장으로서 자격 없음이 입증됐다"며 임명철회를 촉구했다. 

이종배 정책위 의장은 원내대책회의에서 "법무법인 '명경' 출자와 관련한 이해충돌이나 불법 다단계 투자 연루, 최측근의 불법 선거자금 묵인 등 소명되지 못한 의혹을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지경"이라며 "추미애 장관 시즌2를 예고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이 아닌 문재인 정권의 홍위병을 자처하고 나선 것이 분명해졌다"며 "임명을 강행한다면 월성 1호기 수사 등 정권의 실체적 진실을 감추기 위한 정략적 인사라는 것을 자인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박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불법 출국금지 의혹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수사해야 한다는 발언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민주당 정권의 적반하장, 뒤집어씌우기 수법이 이번에도 역시 빠지지 않고 동원됐다"고 쏘아붙였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과 경제민주주의21도 박 후보자 임명 반대 목소리를 냈다. 두 단체는 이날 성명을 내고 "박 후보자는 여러 건의 재산 신고 누락으로 공직자윤리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는다"며 "정밀 조사가 필요하지만, 그 결과와 무관하게 박 후보자는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자격을 상실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박범계 후보자는 국정농단 사건 수사 과정에서 '장충기 수첩'에 그 이름이 등장해 삼성과의 유착 가능성이 제기되어 온 인물"이라고 지적했다.

박 후보자는 2015년 당시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발의한 특정재산 범죄수익 등의 환수 및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에 반대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고 이들 단체는 전했다. 이 법안은 소위 '이학수법' 또는 '이재용 3남매법'으로 불리며 횡령이나 배임 등 특정 범죄의 결과로 본인이나 제3자가 향유하게 된 범죄수익이 50억원이 넘을 경우 국가가 환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들은 "법무장관은 특별사면을 건의하거나 가석방을 결정하는 등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다양한 측면에서 중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며 "박 후보자는 삼성과의 관계에서 공정하고 투명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박 후보자의 사퇴와 공직자윤리법 위반 혐의에 대한 국회의 철저한 조사를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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