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광장 사업, 왜 서둘렀는지에 대한 문제의식은 갖고 있어"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21.02.09 14:00
  • 호수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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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후보 릴레이 인터뷰❸] ‘86그룹 맏형’ 우상호 민주당 의원
“박영선 전 장관에 열세 인정하지만 반등의 기회는 충분해”

더불어민주당 86그룹(80년대 학번, 60년대 생)의 맏형 격인 우상호 의원이 승부수를 던졌다. 원내대표 출신의 4선인 우 의원은 2018년에 이어 두 번째 서울시장에 도전하면서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것이다. 2월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시사저널과 만난 자리에서도 우 의원은 “이번 선거는 나의 마지막 도전이며, 절대 다음 자리를 위한 디딤돌로 삼지 않겠다”고 밝혔다.

인터뷰에서 그가 강조한 것은 ‘대담한 발상의 전환’이다. 미개발 자투리땅에 공공주택을 짓는 것이 아닌 철도·한강변 도로를 지하화하거나 그 위에 덮개를 씌어 개발하려는 것이 그 좋은 예다. 우 의원은 시장에 당선되면 이러한 ‘명품 공공주택’과 ‘한강마루타운’을 16만 호가량 짓겠다고 공약했다.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 장관과의 경쟁에서 다소 밀리는 것에 대해서도 우 의원은 “열세는 인정하지만, 반등의 기회는 충분하다”면서 “양극화 해소가 최우선인 문재인 정부의 개혁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리더십이 필요하며 내가 그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시사저널 박은숙

국회 이전되면 주변에 국제금융타운 조성

강원도 철원이 고향인 우 의원은 초등학교 6학년 때 가족과 함께 상경한 이후 한 번도 서울을 떠나본 적이 없다. 그에게 서울은 학창 시절 가난과 불평등을 깨닫게 해 준 곳이지만 반대로 ‘정치인 우상호’를 만든 기회의 공간이기도 하다. 그랬기에 그는 집값 문제 해결 못지않게 청년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공급하는 서울의 산업 재편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시장에 당선되면 세종시로 이전할 국회와 그 주변에 홍콩의 금융기관을 유치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도 제시했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의 시대정신은 어디서 찾아야 할까.

“‘불평등과 격차 해소’라는 시대정신은 여전히 유효하다. 문재인 정부 출범 시 가장 큰 공약이 ‘양극화 해소’ 아니었나. 서울 시민은 이에 대한 해법을 내고 실현시킬 후보를 선택할 것이다.”

국회의 세종시 이전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

“처음 수도를 이전한다고 할 때 서울 시민들의 반응은 충격적이었다. 보수진영에선 수도가 이전되면 아파트가 반값으로 떨어진다고 했다. 그런데 공공기관 다수가 세종으로 옮겨간 자금 서울 집값이 떨어졌나. 오히려 두 배 이상 올랐다. 비워야 새롭게 채울 수 있다. 국회가 세종으로 가면, 고도제한이 걸린 이 일대를 개발할 수 있다.”

당면 과제가 많은데 어떤 일을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할 생각인가.

“비중이 큰 것은 부동산과 산업 정책이지만, 가장 급한 것은 역시 코로나19로 인한 위기 극복이다.”

집값 문제가 심각하다.

“맞다. 부동산 문제로 상처받은 사람이 많다. 나도 보증금 4억원에 월 50만원짜리 반전세에 사는데, 전셋집을 새로 구하려 생각하면 상당히 어려움이 많다.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을 찾겠다.”

획기적인 방법?

“공공주택 16만 호를 공급하는 게 목표다. 청년이나 1인 가구에 10년을 살 수 있는 집을 공급하겠다. 야당 후보들은 민간 재개발·재건축을 통한 공급 확대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데 나와는 큰 차이가 난다.”

공급 확대가 필요한 건 사실 아닌가.

“20년간 지역구인 서대문구에서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도왔다. 그런데 막상 아파트가 들어서면 원주민들은 죄다 경기도로 나가더라. 내가 누구를 위한 재개발·재건축을 한 걸까. 개발되면 50%가 강남 사람들이던데. 좋게 말하면 투자고, 나쁘게 말하면 투기였다. 다만 강북에는 재개발·재건축을 일부 허용하겠다.”

그렇다면 강남은?

“강남도 오래된 아파트는 개발해야 한다. 안 할 순 없다. 다만 ‘조건부’로 할 생각이다. 내가 처음 정치를 시작할 때보다 서울 인구는 70만~80만 명가량 줄어들었는데 주택 공급은 늘어났다. 시장원리가 작동했다면 집값이 왜 뛰었겠는가. 이건(공급 확대) 위험한 접근이다.”

서울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것에 대해선.

“서울 인구는 감소하는 게 맞다. 서울은 너무 과밀도시였다. 서울 외곽에 베드타운을 만들다 보니 정주인구는 줄었지만, 유동인구는 줄지 않았다. 출퇴근 시간 때 교통량이 늘지 않았나. 그렇기에 이러한 신도시 공급도 답은 아니다.”

태릉골프장과 같은 서울 시내 유휴부지 개발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

“유휴부지를 최대한 찾되, 그린벨트까지 해제하면서 개발하는 건 반대다. 서울 도심지에 공공부지가 있다. 가령 철길은 어떨까. 서울 곳곳의 철길을 개발하면 신도시 1개 정도의 면적이 나온다. 강변북로와 올림픽대로 위에 공간을 만들거나, 이들 도로를 지하화하는 거다. 여기에 아파트를 지으면 그린벨트를 해제할 필요는 없다.”

철도부지 개발은 지역주민들의 반대로 벽에 부딪힌 박근혜 정부의 행복주택과 유사하다.

“맞다. 그때 했어야 했다. 왜 안 됐을까. 그곳만 개발해서 그런 거다. 우리가 준비하는 것은 공공주택만 짓는 게 아니라, 그 주변을 함께 개발하는 방안이다.”

서울시장 선거나 대통령선거에 출마하는 모든 후보가 공공주택 개발을 공약으로 내놓는데 공급량은 늘 적다. 왜 매번 이럴까.

“공공부지가 자꾸 주택으로 보여서 그런 거다. 땅을 찾으니까 없는 거다. 그렇기에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민간부지를 매입해 공공 방식으로 분양하는 건 매입비용·건설비용이 많이 든다. 그래서 난 땅값이 안 들고 조망권이 좋은 한강 등지에 집을 짓겠다. 그러면 기본 조성비용을 기존 공공주택의 3분의 2 이하로 낮출 수 있다. 그게 ‘명품 공공주택’이다.”

공공재인 한강 주변을 고층아파트로 둘러싸는 게 맞는 걸까.

“난 이를 타운하우스 성격으로 지을 계획이다. 이름도 ‘한강마루타운’이라고 지었다. 뉴욕 맨해튼에 대학·병원들도 이렇게 도로 위 부지에 들어섰다. 그렇게 되면 시민들은 한강마루타운에서 걸어서 자연스럽게 한강으로 내려갈 수 있다. 1층엔 카페·레스토랑을 입주시킨다면 명소로 탈바꿈된다.”

행정 경험이 없다는 게 약점 아닌가.

“(장관을) 할 뻔했다. 통일부 장관으로도 거론됐고. 하지만 서울시장 선거에 나가려고 고사했다. 서울시장이라는 자리는 행정가가 하는 게 아니다. 행정 전문가가 해야 한다면 행정 제1부시장 출신이 하는 게 맞다. 서울 시민들은 결단력 있는 정치 지도자를 원한다. 시민을 통합시키고 나갈 비전을 제시하며 난관을 돌파하면서 성과를 낼 수 있는 결단력 있는 리더십을 원한다.”

전임 박원순 시정을 평가한다면.

“박원순 시장 이전의 서울시장들은 ‘뉴타운’ ‘세빛둥둥섬’과 같은 랜드마크에 집착했다. 박 전 시장이 잘한 건 시민의 삶과 밀접한 것을 많이 했다는 점이다. ‘따릉이(공공 자전거)’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것을 봐라. 보행도로를 넓힌 거나, 참여와 자치를 넓힌다는 차원에서 주민들이 자기 동네 예산을 결정하게 한 것은 높이 평가해야 한다. 다만 서민을 위한 공공주택을 많이 짓지 못한 것은 아쉽다. 또 서울을 대표하는 산업을 만들지 못한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글로벌 도시로서의 서울의 역할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시장이 되면 홍콩에 있는 세계적인 금융기관을 유치할 생각이다. 과거에는 불가능했지만, 지금은 가능해졌다. 잇따른 소요 사태 때문에 주요 금융기관들이 불안해한다고 들었다. 홍콩에서 근무하는 선후배들을 통해 많아 알아봤는데 대체로 이들이 5~10년 사이 떠나려 하며 싱가포르와 서울을 놓고 고민한다더라. 도쿄와 타이베이는 경쟁력이 너무 낮아 후보지로 거론조차 안 된다고 들었다. 국회의사당이 세종으로 가면 이 앞(서여의도 일대)의 고도제한을 풀어 국제 금융기관들이 들어서게 하겠다. 홍콩에 있는 외국계 금융기관에서 채용한 인력이 10만 명이고 홍콩 자체 내 금융기관 인력이 25만 명이다. 그렇기에 최소한으로 잡아도 5만~10만 명 규모의 금융 일자리가 생긴다.”

선거 출마 선언이 다소 이른 게 아니었을까.

“그런 고민을 해 본 게 사실이다. 하지만 박원순 시장의 죽음으로 재·보궐선거를 하게 됐는데 우리 당에서 겁나서 아무도 나오지 않는다? 야당은 후보가 10명씩이나 나오고 있는데? 그런 모습을 보여줄 순 없었다.”

더 이상 선출직엔 나오지 않겠다고 했는데.

“즉석에서 말한 게 아니다. 몇 년 동안 고민한 바다. 후회는 없다. 지금 4선 의원인데 이거 하다 저거 하는 식으로 정치인생을 마무리하고 싶지 않다. 서울시장이 돼서 서울 시민의 삶을 개선시키는 일에 집중하고 싶다. 과거에도 모든 것을 걸고 했을 때 성과가 있었다.”

오는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월31일 서울 광운대역에서 지하철 1호선 지하화 및 철길마루 현장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국회사진취재단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 모습 보일 것... 86 전체 아닌 개인 비판해야”

일대일 구도가 됐을 때 민주당이 불리할까.

“삼자 구도가 됐을 때보다 불리한 건 맞다. 그렇다고 양자 구도 시 100% 진다고 보진 않는다. 초반에는 매우 불리했는데, 최근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반면 야당의 단일화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86그룹의 맏형이다. 당내 86그룹 평가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우리를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들로 보는 건 운동권에 대한 편견이다. 우리 안에서도 개성이 굉장히 다양하다. 기득권 문제는 반성할 부분이 있다. 다만 앞으로 86이라는 이름으로 말하지 말고 차라리 ‘우상호·이인영·임종석 너희들 이제 그만해’라고 개인을 향해 비판하면 좋을 것 같다. 내가 왜 차기 불출마를 결심했겠는가. 누군가는 답을 할 때가 됐다. 시대적 소명과 역할 때문에 여기 있는 것이지, 내 자리 뺏길까봐 전전긍긍하는 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86그룹이 새로운 모습을 보이지 못한 건 사실이지 않나.

“우리가 기성정치에 물든 것처럼 보였다면 미안하다. 우리는 2013년 이미 86모임을 깼다. 다시는 86의 이름으로 정치하지 않겠다고 말이다. 내가 글을 직접 써서 잘 안다. 한 20여 명 된다. 그 전까진 매달 한 번씩 봤는데 그 이후론 한 번도 86의 이름으로 모인 적이 없다.”

그때 반성 내용이 뭔가.

“우리가 기존 정치문법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는 거다. 항상 그다음 선수(選數)를 준비하고, 목숨을 걸어야 할 공동의 과제를 설정하지 않고 계파로 나눠서 경쟁하지 않았냐는 것이었다.”

현재 추진되는 광화문광장 조성 사업에 대한 입장은.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이 광화문 월대 복원을 꺼냈을 때 취지는 문화재와 문화지역 복원이었다. 그걸 박원순 시장은 시민광장의 개념으로 본 것이다. 일부 시민사회단체의 반대가 있고, 중앙정부와의 협의가 완전히 끝난 것 같지도 않은데 왜 권한대행이 이걸 서둘러 했는지에 대한 문제인식은 갖고 있었다. 시장이 되면 그동안 논의가 어떻게 진행됐는지, 견해차는 어디에 있는지에 대한 대화를 시도해 조정하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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