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기관 등 계좌추적, 한 해 200만 건 넘어…‘증가 추세’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21.02.05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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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 횡령 등 혐의 발견하면 계좌추적권 발동…금융위 “최근 3년 간 건수 점차 증가”

검찰∙경찰 등 사정기관이 계좌정보를 요구하는 사례가 해마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제기한 ‘검찰 계좌추적’ 의혹은 최근 거짓으로 드러났지만, 사정기관의 실제 추적 건수는 실제로 많아진 것이다. 금융실명법이 보강된 지 10년째임에도 음성적 거래는 여전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사저널은 2월5일 황보승희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금융위원회로부터 ‘금융거래정보 제공현황 분석보고서’를 입수했다. 여기에 나온 계좌정보 요구 건수는 2017년 191만건, 2018년 202만건, 2019년 231만건 등 최근 3년 간 계속 늘었다. 작년에는 상반기에만 139만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1년 금융실명법 개정 이후 금융위는 이와 같은 계좌정보를 분석∙보고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현판 ⓒ금융위원회 제공
금융위원회 현판 ⓒ금융위원회 제공

계좌정보 요구 건수 2017년 191만→2019년 231만 증가 

계좌정보를 요구할 수 있는 기관은 10여곳에 달한다.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을 비롯해 법원, 국세청, 감사원, 금융감독원, 기획재정부, 선거관리위원회 등이 있다. 이들 기관은 탈세, 횡령, 불공정거래 등 혐의를 발견하면 개인 또는 법인 계좌를 들여다볼 수 있다. 2020년 상반기 기준 계좌정보를 가장 많이 요구한 기관은 ‘법원 및 수사기관’으로 나타났다. 전체 건수의 33.5%인 46만건을 요구했다.

계좌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기관에는 11곳이 있다. 은행을 포함해 증권사, 자산운용사, 우정사업본부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들은 계좌정보를 사정기관에 제공한 경우 10일 이내에 그 사실을 계좌 명의인에게 알려야 한다. 단 사정기관은 최장 1년 간 통보를 미뤄 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통보유예 건수는 2017년 54만건, 2018년 61만건, 2019년 68만건 등으로 나타났다. 역시 같은 기간 증가 추세를 보였다. 해마다 정보를 요구한 계좌의 평균 약 29%에 통보유예를 걸어 놓은 것이다. 

 

증거인멸 우려시 요청하는 통보유예, 요구 건수의 29%

금융실명법에 따르면, 통보유예를 요청할 수 있는 경우는 세 가지다. △생명∙안전을 위협할 우려가 있는 경우 △증거 인멸, 증인 위협 등 사법절차 진행을 방해할 우려가 명백한 경우 △질문∙조사 등 행정절차 진행을 방해하거나 지연시킬 우려가 명백한 경우 등이다. 즉 혐의점이 짙거나 계좌추적 사실이 불리하게 작용할 때 통보유예를 요청하게 된다. 

실제 위법성을 띤 금융거래는 좀처럼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금융위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0년 상반기까지 의심금융거래 보고 건수는 총 224만1450건을 기록했다. 이 중 2018년과 2019년에는 각각 90만건이 넘었다. 의심금융거래는 자금세탁, 테러자금 등의 정황이 엿보이는 거래를 뜻한다. 은행은 해당 거래 내역을 금융위에 보고하게 돼 있다.  

황보승희 의원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계좌추척 건수가 늘어난 배경에 주목해야 한다"며 "조국 등 정부 고위인사들이 사모펀드 등으로 재판을 받는 탓도 클 것"이라고 했다.

한편 검찰 계좌추적 대상에 포함됐다고 주장하는 사람 중에는 유시민 이사장도 있었다. 그는 2019년 말부터 “검찰이 노무현재단 계좌를 들여다봤다”고 말해왔다. 검찰은 줄곧 부인했다. 노무현재단은 통보유예 기간인 1년이 지나도록 은행으로부터 어떠한 공지도 받지 못했다. 결국 유 이사장은 1월22일 “의혹은 사실이 아니었다”며 사과문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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