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이 깨진 자리에서 권력은 폭주한다”
  • 조철 북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2.21 11:00
  • 호수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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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이후 사회 변화 추적한 《권력은 어떻게 무너지는가》

“한국 정치에서의 탈진실 전략은 병합 혹은 병치 작업으로 사건의 초점을 바꾸는 데 쓰인다. 이러한 전략은 논점을 일탈시키는 데 그치지 않는다. 논점을 일탈시키면서 지지층에게 상대 진영에 대한 혐오의 감정을 불러일으킬 사안을 개입시킨다. 이러한 전략은 사회 전반에 혐오의 감정을 자극해 합리적인 담론이 불가능한 정치문화를 만들어낸다.”

15년간 국회와 정당, 헌법재판소, 대법원, 대검찰청 등 권력 현장을 출입했던 현직 기자가 대한민국의 현 정치 상황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포착한 현 정권의 위험신호를 알리려 《권력은 어떻게 무너지는가》를 펴냈다. 저자는 MBC 방송IT센터 차장으로 재직 중인 육덕수 기자다. 2012년 박근혜 대선 캠프, 2017년 문재인 캠프에서 권력의 탄생을, 이명박 정부 내곡동 사저 특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특검에서 권력의 부침을 지켜봤던 그는 현 상황에서도 한국 정치의 ‘불안’을 감지했다.

《권력은 어떻게 무너지는가|육덕수 지음|21세기북스 펴냄|264쪽|1만7000원》
《권력은 어떻게 무너지는가|육덕수 지음|21세기북스 펴냄|264쪽|1만7000원》

거대 담론에 빠져 개인 삶 외면하는 정치 퇴행

“대통령 탄핵이라는 역사적 격변이 휘몰아친 후 한국 정치의 권력구도는 완전히 바뀌었다. 오랜 기간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던 정치의 한 축이 무너졌고, 오랜 추격자이던 정치집단이 전면으로 부상해 새로운 질서를 만들고 있다. 그러나 이 새로운 권력은 매우 불안해 보인다. 이들이 구축하는 정치 뉴노멀에 개인의 삶과 행복을 맡길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육 기자는 이 불안의 실체를 ‘균형의 붕괴’에서 찾는다. 과거 추격자였던 집단은 새로운 강자가 되어, 그들의 의지에 따라 새로운 사회 질서를 짜고 있다. 적폐청산이라는 명분으로 과거 권력 질서를 해체하는 중이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자신이 핍박과 도전의 위기에 처해 있음을 강조하며 구세력을 대척점에 놓는다. 육 기자는 이러한 균형의 상실과 사회적 급변이 우리의 삶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한다.

“정부와 현 정치집단은 이를 반대하는 배후 세력을 상정하고 자신들의 정책을 관철시키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논란이나 대통령의 공약인 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으로 인해 생긴 논란 때도 어김없이 배후 세력이 정부와 여당을 반대한다는 논리가 등장했고 이를 바탕으로 이들 정치집단은 후퇴 없이 자신들의 원안을 통과시켰다. 이쯤 되면 의도적으로 강력한 가상의 적을 동원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심이 들 정도다.”

육 기자는 탄핵 이후 4년간의 한국 사회의 변화를 균형, 경제, 역사, 권력이라는 4가지 키워드로 조망한다. 부동산 폭등, 탈진실 전략, 정치 엘리트, 공정과 위선 등 지금 논의되어야 할 문제들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오래된 균형이 깨진 자리에 현 권력이 폭주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견제와 감시의 제어를 벗어난 권력은 괴물이 될 공산이 크다. 이 괴물은 시민의 삶을 간섭하며 황폐화할 것이다. 거대 담론에 빠져 개인의 삶을 외면하는 정치 퇴행에 맞서야 한다. 시민의 안전·자유·번영에서 출발하는 새로운 시대정신이 일어나 성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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