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빠진 도시재생…박원순은 지원 이상 간섭했다”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21.02.24 10:00
  • 호수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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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장...“도시재생 1호 창신동, 재생·개발 않고 그냥 놔두면 안되나"

“박원순표 도시재생을 종합 평가하면요? 실패했죠.” 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대표회장은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고 말했다. 그는 ‘대한민국 주민자치연구 선구자’다. 김대중 정부가 자치분권을 시작한 1999년부터 주민자치센터 설립을 제안했다. 2005~08년에는 참여연대 산하 참여사회연구소 이사장을 맡아 관련 활동을 이어나갔다. 김순은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회 위원장이 그에 대해 “독보적인 주민자치 연구자”라고 평가했다고 알려져 있다. 시사저널은 전상직 회장을 2월17일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도시재생이 실패했다고 보는 걸까. 전 회장의 답이다. “세 가지 오류 때문이다. 먼저 주체적 오류. 주민들이 해야 할 개발을 주민들에게 안 시켰다. 내용의 오류. 주민들 먹고사는 것과 상관없는 과시용 정책만 추진했다. 목적의 오류. 결과적으로 건강한 사회를 조성하지 못했다. 민주주의는 지원하되 간섭하면 안 된다. 박 시장은 지원한 것보다 더 많이 간섭했다.”

앞서 시사저널은 2월15일 전 회장에게 전화로 “도시재생 1호 대상인 종로구 창신동에 대해 평가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먼저 직접 가서 주민들을 인터뷰해 보라”며 “내 생각과 일치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기자는 2월15~16일 이틀간 창신동에 들러 주민 10여 명과 얘기를 나눴다. 이들은 모두 “도시재생이 뭔지 모르겠다” “벽화 그리는 게 도시재생인가” 등 부정적 의견을 내놓았다.

ⓒ시사저널 임준선
ⓒ시사저널 임준선

주민들이 도시재생에 회의적인 이유는 뭔가.

“도시재생 일환으로 봉제박물관이나 도서관을 지었다. 물론 나쁜 시설은 아니다. 그런데 주민들에게 필요한 시설인가? 모든 사업엔 우선순위가 있다. 도시재생사업 주체가 대외 홍보를 우선시하다 보니 주민들 생활과 동떨어지고 눈에 보이는 예쁜 것부터 먼저 지었다.”

도시재생 주체가 주민들 아닌가.

“그게 문제다. 주민들이 생업으로 바쁘니 중간지원조직이 개입했다. 이 조직에 박원순 시장과 코드가 맞고 기획력을 갖춘 시민운동가들이 들어갔다. 이들은 진짜 주체인 주민들을 빼놓고 개발을 이끌었다. 개발비는 물론 세금이다. 또 중간지원조직은 주민 총회의 보조 역할을 해야 하는데, 지금은 위치가 뒤집혀 있다.”

주민들의 의견을 한데 모으는 게 쉽겠나.

“당연히 어렵다. 이해를 모두 구하려면 10년은 걸릴지도 모른다. 그걸 해결하는 게 숙의민주주의다. 시간이 더 걸려도 이를 실천해야 한다.”

주민들 일부는 공공재개발을 추진하고 있는데.

“‘공공’의 뜻을 어떻게 정의하느냐가 관건이다. 공공이 공기업을 가리킨다면, 공공재개발이 항상 공익을 추구하리라 기대할 수 없다. 공기업도 건설 과정에서 이익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재개발의 주체가 아니라 방법이 중요하다. 공공을 어떻게 공공화할지 방법을 찾아야 한다. 물론 주민들의 토의를 거쳐야 하고.”

그러다가 영영 개발 기회를 놓치면 어떻게 하나.

그냥 놔두면 또 어떤가. 원래 창신동은 1·4 후퇴 때 피난민들이 산비탈에 판잣집 짓고 살면서 조성된 마을이다. 다른 도시 같으면 공원으로 남았어야 할 곳이다. 꼭 개발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안 쫓겼으면 좋겠다. 서울시가 개발만능주의에 사로잡혔는지는 몰라도, 주민들에겐 생각할 시간을 충분히 줘야 한다. 사람은 자기가 원하는 물건이 익숙한 곳에 놓여 있을 때 편안함을 느끼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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