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선거 앞둔 가덕도 신공항, 예타 면제가 이슈
  • 이상욱 영남본부 기자 (sisa524@sisajournal.com)
  • 승인 2021.02.19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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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타당성 조사 없이 공항을 건설할 경우 국가재정에 큰 타격 우려

2월 임시국회에서 가덕도 신공항 건설 특별법에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포함 여부가 화두다. 더불어민주당이 2월 임시국회에서 가덕도 신공항 건설 특별법을 처리하겠다고 공언한 상황에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지지하면서 특별법 처리가 유력해졌다. 하지만 여야 모두 예비타당성 조사 없이 공항 건설을 추진하자고 하면서 국고가 낭비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부산 가덕도 모습. ©연합뉴스
부산 가덕도 모습. ©연합뉴스

예비타당성 조사는 국가재정이 투입되는 대형 사업에 대해 미리 타당성을 따지는 제도다. 1999년 고(故) 김대중 대통령이 이 제도를 도입해 정치적 의도로 재정이 남용되는 구조를 개혁했다. 이어 2007년 고(故) 노무현 대통령도 예산회계법을 폐지하고, 그 대신 국가재정법을 시행했다. 당시 예비타당성 조사 관련 규정은 새 법에 담겼다. 총사업비가 500억원 이상이면서 국가의 재정 지원 규모가 300억원 이상 되는 건설, 정보화, 국가연구개발 사업 등은 예비타당성 조사를 받아야 한다. 이처럼 예비타당성 조사는 경제성 없는 사업에 세금이 낭비되는 것을 막기 위한 필수적 절차다.

민주당은 자신들이 발의한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제정안에서 공항 건설에 필요한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예비 타당성 조사를 면제했다. 또한 법안에 첨부해야 할 비용 추계서도 생략했다. 국민의힘 부산 지역 의원들이 발의한 특별법에도 ‘예비 타당성 조사를 면제할 수 있다’는 규정이 들어 있다. 현 정부 들어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받은 사업 규모가 88조여원에 달하고,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의 예비타당성 면제 10조원까지 더하면 100조원에 육박하는데도 여야는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고 있다. 가덕도는 과거 평가에서 2등도 아니고 3등을 한 곳 아닌가.

올해는 코로나 팬데믹 등 영향으로 경기가 어려워 재정지출이 필요한데다 2022년 대선을 앞둔 기간이기 때문에 재정지출 문제가 국가적인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선거를 앞둔 시점이어서 여당이 경기를 살리기 위해 국가재정을 많이 쓸 것이다. 그러면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증세를 해야 하고 국채를 추가로 발행해야 한다. 이때 재정을 매우 효과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경제학자들은 예비타당성 조사도 안하고 공항이나 철도를 건설하는 큰 사업을 하면 국가재정에 큰 타격을 줄 우려가 있다고 경고한다. 

정부가 국내 금융시장에서 국채를 발행해 필요 자금을 조달하면 투자자들이 기업의 회사채보다는 국채를 사려고 한다. 이런 탓에 기업의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또 원화는 미국 달러처럼 기축통화가 아니다. 국제금융시장에서 과도하게 국채를 발행하면 우리나라의 대외신인도가 불안하게 평가받을 수 있다는 점도 자명하다. 

정치권은 당장 피해 보는 사람이 없으니 청년 세대의 미래를 담보 잡는 행위를 하는 것이다. 그야말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는 청년들의 빚인 셈이다. 경제적 타당성이 없는 대형 국책사업을 예비타당성 조사도 없이 밀어붙이면, 그 결과는 모두 미래세대의 빚이다. 국가채무,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등 모두 미래세대에게 엄청난 부담을 준다. 

정부도 속수무책이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 특별법이 의원 입법이기 때문에 향후 기재부나 국토부가 의견을 내서 정부 입장을 전달하겠지만, 정치권에 의해 패싱당할 가능성이 높다. 전국 15곳의 공항 중 10곳이 5년째 만성 적자를 기록하며 ‘유령 공항’이 된 가운데 수요와 경제성을 가늠해보는 최소한의 장치인 예비타당성 조사를 건너뛰면서 말이다. 

예비타당성 조사 없이 가덕도 신공항이 추진되면 오히려 비용이 증가하고 사업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예비타당성 조사를 안하면 더 빠르게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는 건 잘못된 생각이란 견해다. 전문가 집단이 각종 시나리오를 만들어 사업의 미래 위험 요소를 제거해주는 절차가 바로 예비타당성 조사이기 때문이다. 사업 기간 동안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새로운 판단이 필요하고, 그로 인해 비용과 시간이 더 소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가의 재정 사용이 정치화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가 예비타당성 조사인데, 예비타당성 조사를 받지 않겠다고 특별법을 만드는 것은 분명 곱씹어볼 만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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