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과 보존 논란’…광주시, 신양파크호텔 부지 매입한다
  • 이경재 호남본부 기자 (sisa614@sisajournal.com)
  • 승인 2021.02.23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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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각계 참여해 공유화 합의, 공동주택 개발계획 철회
“지역사회 갈등‧논란을 대화와 소통으로 해결한 협치행정”
“신양파크호텔 부지 범시민 공유화 운동 적극 앞장설 것”

광주시가 최근 이른바 ‘신양스카이캐슬’ 불리며 개발논란에 휩싸인 무등산 자락 신양파크호텔 부지를 매입키로 했다. 무등산을 난개발로부터 지켜내고 공익적 가치를 높이기 위해 매입해 공유화하기로 한 것이다. 광주시민의 추억이 서린 옛 신양파크호텔 부지는 신양캐슬 부활과 녹지복원의 갈림길에서 개발업체와 환경단체 간에 갈등이 빚어졌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22일 온라인 브리핑을 열어 “광주시는 신양파크호텔 부지 공유화 범시민 운동에 적극 앞장서겠다”며 “광주시가 부지를 매입하고 시민들과 충분히 소통하며 활용방안을 모색하겠다”는 내용의 담화문을 발표했다.

이용섭 광주시장, 무등산 난개발 방지 대시민 담화문 발표 ⓒ광주시
이용섭 광주시장, 무등산 난개발 방지 대시민 담화문 발표 ⓒ광주시

광주시, ‘신양캐슬 부활 vs 녹지 복원’ 갈림길서 공유화 선택

이 시장은 “세계가 인정한 무등산의 생태·문화자원을 잘 보존해 후손들에게 온전히 물려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무등산이 갖고 있는 고유하고 독특한 매력을 브랜드화해 국내는 물론 세계인이 즐겨 찾는 세계적 명소로 가꾸겠다”고 강조했다. 

이 시장은 이어 “무엇보다도 무등산의 가치를 보존하고 공익성을 담보하는 활용방안을 모색하는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시민들과 적극 소통하겠다”면서 시민과 함께 하는 무등산 보전 원칙을 분명히 했다.

이 시장은 “무등산을 그린뉴딜 생태도시의 전진기지로 삼고, 지속가능한 도시경쟁력을 확보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더불어 이번 공유화를 계기로 광주 도시경관 보존대책과 도시계획도 무등산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친환경적으로 발전시켜 가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시장은 “최근 시민사회단체, 광주광역시의회,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민·관·정·학협의회는 옛 신양파크호텔 부지 내 공동주택 개발사업 추진계획을 철회토록 하고, 광주시가 이를 매입해 시민들이 바라는 방향으로 활용하도록 시에 제안했다”면서 “이번 결정은 지역사회 갈등과 논란을 대화와 소통으로 해결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시는 감정평가를 거쳐 부지 매입비를 결정하고 시의회와 협의해 부지 매입에 착수할 계획이다. 신양파크호텔 부지에 80세대 규모 연립주택을 짓기 위한 개발 절차가 추진되자 환경단체 등을 중심으로 무등산 자락을 훼손할 수 있다며 반대 목소리가 높았다.

이에 광주시·광주시의회·환경단체·대학 등 광주 각계가 참여해 무등산 공유화 방안을 마련하고 광주시에 건의했다. 호텔 개발업체 측도 공유화 원칙에 동의하고 공유화 협의 기간에는 개발 행위를 철회한다고 밝혔다.

앞서 광주에 소재한 A업체는 신양파크호텔 부지 등 2만5000여㎡에 지하 3층·지상 4층 규모의 50평에서 60평대 연립주택 80세대 공동주택단지를 건설하는 사업을 추진했었다. 현재 해당 사업은 광주시로 넘어가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받고 있다. 개발행위 심의신청을 받은 광주시 도시계획위원회는 4차례에 걸쳐 보완 요구를 한 상태였다. 

하지만 환경운동단체 등이 거세게 반발했다. 환경단체는 “호텔을 계획할 당시에도 특혜논란이 있었다며 부지를 원래대로 복원하거나 공공 부지로 활용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지역 20여개 시민사회단체와 정당이 참여한 ‘무등산 신양캐슬 신축 반대 시민연대’는 지난해 10월 22일 광주 동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공동주택 계획 부지의 복원을 촉구했다.

광주 무등산 자락 신양파크호텔 ⓒ시사저널 정성환
광주 무등산 자락 신양파크호텔 ⓒ시사저널 정성환

신양파크호텔은 어떤 곳?

무등산 장원봉 인근에서 1981년 문을 연 3성급 신양파크호텔은 무등산 일대가 훤히 보이는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며 지역 대표 고급호텔로서 명성을 떨쳤다. 이 호텔은 지하 2층, 지상 6층 규모로 객실(87개) 외 중국식당, 휘트니스클럽, 이발소, 연회장 등 부대시설을 갖췄다. 2000년대 초반까지 무등산 자락의 입지적 여건으로 ‘숲속의 호텔’로 불리면서 지역민과 관광객들이 애용했다. 특히 굵직한 정치·경제·스포츠·문화 행사가 열렸고, 유명정치인들의 강연 장소와 유력 인사들의 사교, 결혼식 장소로 활용됐었다.

우리나라 프로야구 원년(1982년)과 거의 때를 같이해 문을 연 신양파크호텔은 기아타이거즈 전신인 해태 타이거즈 주요 행사장과 프로야구 원정팀 숙소로 쓰여 프로 야구 팬들이 문전성시를 이루기도 했다. 한때 호텔 내 빠칭코(일본 도박 게임의 하나)와 룸살롱, 나이트클럽 등이 성업하면서 '신양 OB파'라는 조직폭력배가 결성될 정도로 광주의 대표적인 유흥지로도 손꼽혔다. 

2000년 초반, 전남도청이 이전하는 등 구도심이 점차 활기를 잃어가고 상무지구에 4성급 호텔과 유흥시설 등이 들어서면서 신양파크호텔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한때 광주를 대표하는 호텔이었지만 시설 노후와 영업 부진 등으로 영욕을 뒤로 한 채 문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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