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 자체가 다른 추신수, 우리 선수인 게 다행”
  • 제주 = 김양희 한겨레신문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3.08 11:00
  • 호수 163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동료로 만나는 ‘추추 트레인’에 신세계 구단 제주 훈련장 들썩들썩

추.신.수. 묵직한 이름이 KBO리그에 안착했다. 과거 국내에서 활약했거나 현재 활약 중인 메이저리그 출신 외국인 선수들도 제법 있지만 추신수(39)만큼 화려한 경력을 가진 선수는 드물다. 2000년 삼성 라이온즈와 계약했던 메이저리그 타격왕(1991년) 출신 훌리오 프랑코 정도가 추신수의 이름값에 견줄까. 프랑코는 2001년 다시 메이저리그로 돌아가 48세(2007년)까지 야구를 했다. 그의 메이저리그 통산 성적(23시즌)은 타율 0.298, 2586안타, 173홈런, 1194타점. 출루율은 0.365, 장타율은 0.417이었다.

추신수의 메이저리그 16시즌 통산 성적은 타율 0.275, 1671안타, 218홈런, 782타점, 961득점, 157도루다. 프랑코와 비교해 홈런이 더 많고, 출루율(0.377)과 장타율(0.447)도 더 높다. 그의 통산 출루율은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선수 중 당당히 10위(현역 기준)에 올라 있기도 하다. ‘추신수의 귀환’이 가히 충격으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시사저널 최준필
ⓒ시사저널 최준필

“설마 오겠나 싶었는데 실제 계약했다고 해 너무 놀랐다”

제주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신세계 구단 선수들도 놀라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2009년 세계야구클래식(WBC)과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때 함께 대표팀에서 뛰었던 최정은 “설마 오겠나 싶었는데 실제로 계약했다고 하니 너무 놀랐다”고 했다. 그는 이어 “그때 같이 훈련하고 경기를 하는데 레벨 자체가 달랐다. 우리 팀 선수인 게 다행”이라고 했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때 한솥밥을 먹은 동갑내기 김강민은 “어린 후배들이 정말 운이 좋은 것 같다. 옆에서 추신수가 경기를 준비하는 모습 등을 보는 것 자체만으로 배우는 게 많을 것”이라고 했다. “추신수는 새벽부터 일어나 운동을 하는 등 야구에 굉장히 진심을 다하는 친구”라는 말도 곁들였다. 

김강민은 KBO리그에서 강한 어깨로 유명한데, 외야에서 홈으로 공을 던질 때 포수 뒤 백네트까지 날아가 ‘짐승’이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추신수의 외야 수비 실력도 익히 알려져 있다. 가뜩이나 추신수는 고교 시절 투수였다. “누구 어깨가 더 강하냐”는 기자의 질문에 김강민은 “대표팀 때 추신수와 캐치볼 할 사람이 없어 내가 했는데, 볼 던지는 메커니즘 자체가 달랐다. 당시 공을 받는데 너무 힘들었다”며 웃었다. 자신이 ‘짐승’이라면 추신수는 ‘괴물’이라고까지 표현했다. 

2009 WBC 때 함께했던 이진영 타격코치도 기대감을 숨기지 않는다. 이 코치는 “대표팀 때 형·동생 하고 지냈다. (추)신수 자체가 워낙 붙임성이 좋고 성격이 서글서글하다. 상대에게 편하게 다가가는 스타일”이라며 “메이저리그 선수들조차도 리스펙(존경)하는 선수이기 때문에 우리 선수들과도 조화를 잘 이룰 것 같다”고 했다. 추신수가 합류하는 타선에 대해서도 “상대에게 엄청난 중압감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에 타선의 도움을 많이 받지 못하고도 소형준(KT 위즈)과 함께 KBO리그 국내 토종 최다 선발승(13승)을 올렸던 박종훈은 “천군만마를 얻었다”며 기뻐했다. 박종훈은 “투수로서 마운드에서 무조건 막아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는데, 그런 부담감이 올해는 줄어들 것 같다”고 했다. 신세계 야구단은 작년 시즌 뒤 FA 거포 2루수 최주환도 영입해 타선을 강화했다. 박종훈은 “작년보다 3승은 더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신이 난 여타 선수들과 달리 일부 외야수의 표정은 굳어졌다.  추신수의 합류로 코너 외야 수비 자리(좌익수·우익수)가 꽉 찼기 때문이다. 김원형 감독의 구상은 ‘좌익수 추신수, 우익수 한유섬(한동민의 개명 이름)’이다.  중견수는 최지훈·김강민처럼 발 빠르고 어깨가 좋은 수비수에게 맡긴다. 기존 주전급이었던 정의윤·고종욱 등의 자리가 없다는 얘기다. 김 감독은 “외야수들이 캠프 기간 준비를 많이 했는데 ‘추신수’라는 엄청 큰 산이 와서 아마 허탈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도 팀 내에서 쓰임새는 분명 있다”며 다독였다. 

 

“신세계에 20홈런 이상 타자 5명이나…” 경쟁 팀들은 긴장 모드

신세계 야구단의 전신, SK 와이번스의 지난해 성적은 9위였다. 2019년 원투 펀치를 이뤘던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과 산체스(요미우리 자이언츠)의 빈자리를 메운 외국인 투수들이 시즌 내내 부진한 탓이 컸다. 물론 타선도 엉망이었다. 팀 컬러인 홈런 수는 전체 4위였지만 팀 타율(0.250), 팀 출루율(0.329)이 전체 9위에 머물렀다. 팀 장타율은 4할을 넘기지 못했고 득점권 타율도 0.254(9위)에 불과했다. 추신수·최주환의 존재가 ‘천군만마’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타 구단 감독들은 리그 흥행과 발전을 위해 추신수의 복귀를 환영하면서도 경계를 늦추지 않는 모습이다.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은 “추신수는 높은 출루율에 장타력을 갖춘 선수다. 신세계그룹 야구단에는 20홈런 이상 칠 수 있는 타자가 이제 5명이 됐다”면서 “타선에 힘이 생기면 투수들도 안정감을 얻는다. 작년에는 고전했지만 올해는 투타 모두에 힘이 붙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홍원기 키움 히어로즈 신임 감독은 “나이가 있지만 추신수의 경험은 무시 못한다”고 평가했다. ‘디펜딩 챔피언’인 NC 다이노스 이동욱 감독은 “추신수의 가세로 신세계 공격력이 더 강해진 것은 맞다”고 했다. 

외국인 투수들도 긴장 모드다. 메이저리그에서 추신수와 맞대결을 한 적이 있는 투수가 9명이나 된다. 두산 아리엘 미란다의 경우 추신수를 상대로 5타수 4안타 2타점으로 부진했다. KIA 타이거즈 애런 브룩스는 2안타(5타수), NC 드류 루친스키는 1안타(3타수)를 각각 허용했다. 

추신수를 제일 껄끄러워하는 투수는 롯데 자이언츠 댄 스트레일리다. 스트레일리는 추신수를 상대로 11타수 4안타(1홈런 포함) 1타점 3볼넷으로 약했다. 변수가 없는 한 추신수는 4월3일 개막전 때 KBO리그 공식 데뷔전을 치르게 되는데, 그 상대가 롯데다. 그리고 롯데 에이스는 스트레일리다. 첫판부터 흥미로운 대결이 벌어진다. 

기대되는 1982년생들의 대결

추신수·이대호·김태균·오승환·정근우·이동현 등 1982년생들은 한국 야구 황금기를 이끌었다. 이들 중 김태균·정근우·이동현은 은퇴했고 추신수·이대호(롯데)·오승환(삼성)은 야구 인생 막바지에 KBO리그에서 적으로 만나게 된다. 추신수의 국내 복귀는 이대호와 오승환에게도 많은 자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추신수는 메이저리그에서 오승환을 상대로 2타수 2안타 1타점으로 강했다. 많은 기대를 품고 KBO리그 역사 안으로 처음 들어가게 되는 추신수. 그의 이름 석 자는 과연 한국 야구사에 어떻게 기록될까.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