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앞바다에 금괴가 실린 보물선이 발견됐다며 투자사기를 벌인 ‘돈스코이호 사건’의 주범들이 여전히 사기행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투자금 일부가 사건의 몸통으로 지목되는 류승진 전 신일그룹 회장의 도피자금으로 흘러갔다는 의혹도 나왔다.
8일 돈스코이호 사건 피해자 등에 따르면, 류 전 회장은 고수익을 보장한다며 네이버 밴드를 통해 여전히 투자자들을 모집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2018년 사기 행각이 드러난 이후 도주했으며, 현재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류 전 회장은 네이버 밴드로 투자자를 유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류 전 회장은 ‘송명호’라는 가명으로 밴드를 만들었다. 밴드에서 송명호를 ‘유니버셜 그룹 총회장’이라고 부른다. 이 밴드는 50만~100만원 상당을 투자해야 가입할 수 있다. 투자 금액에 따라 밴드 내 등급이 나뉜다. 류 전 회장은 회원들에게 이 등급에 따라 가상화폐를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들은 류 전 회장 측으로부터 사용이 불가능한 가상화폐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지급된 가상화폐 중에서는 류 전 회장의 가명 송명호의 이니셜을 딴 ‘SMH코인’도 있다. 밴드 관리자들이 지급한 코인은 현재 가상 화폐 거래소에 상장돼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금이 도피 중인 류 전 회장에게 흘러갔다는 의혹도 나온다. 이 밴드는 류 전 회장 대신 투자자를 모으는 8명의 지사장이 관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사장들은 회원들의 투자금액 중 10%를 수수료로 떼고, 나머지 금액을 비트코인 등 거래가 가능한 가상화폐로 교환해 류 전 회장에게 도피자금으로 지급했다고 피해자들은 주장했다.
류 전 회장은 2018년 7월 러시아 보물선 돈스코이호를 인양하겠다며 가짜 가상화폐인 신일골드코인을 발행해 나눠주고 투자금을 모았다. 이후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르자 류 전 회장은 신일그룹을 ‘유니버셜그룹’으로 변경했다. 앞서 검찰은 김모 전 유니버셜그룹 대표이사를 류 전 회장의 투자사기 공범으로 구속기소했다. 법원은 김 전 대표의 1심에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현재 활동 중인 지사장들도 김 전 대표와 함께 수사선상에 올랐지만, 유니버셜그룹 법인통장을 통한 자금흐름에 개입한 증거를 찾지 못해 기소를 면했다. 피해자들은 밴드 운영과 관리자 모집을 주도한 지사장 등 10여 명을 경찰에 고소한 상태다.